[자동차] '3분기 어닝 쇼크' 현대·기아차, 품질관리-임원인사로 돌파구 열까?

품질비용 관련 "지출 계속 늘 것" 대 "나아질 것" 전망 엇갈려

윤지원 기자 2018.10.31 09:39:28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사진 =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IMF 당시 수준의 낮은 영업이익을 거두며 나란히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대규모 리콜 관련 비용 지출로 인해 업계에서 품질에 관한 불신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향후 실적 개선의 돌파구를 찾는 첫 걸음으로 제품과 디자인, 미래 모빌리티 관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IMF 당시 수준으로 돌아간 영업이익

 

1000원을 팔아서 12원이 남았다. 현대자동차의 3분기 장사 실적의 요약이다. 기아자동차는 10원도 안 됐다.

 

10월 25일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매출액 24조 4337억 원, 영업이익 2889억 원 등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6% 급감한 수준이다.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8000~9000억 원 수준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2010년 이후 분기 영업이익 중 최저치다. 굳이 비슷한 실적을 올린 해를 찾는다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까지 되돌아가야 한다.

 

다음날엔 기아자동차가 매출액 14조 743억 원, 영업이익 1173억 원의 실적을 공개했다. 자동차 판매가 국내 시장, 해외 시장 할 것 없이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4270억 원의 영업적자가 흑자로 전환했다고는 하지만 기뻐할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서울 시내의 현대자동차 전시장. (사진 = 연합뉴스)

3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1.2%다. 5%였던 전년 동기 대비 3.8%포인트 떨어졌다. 기아자동차는 0.8%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의 수요 둔화, 무역 갈등 우려 등 어려운 여건이 지속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 등 외부적 요인들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3분기 1132.2원에서 올 3분기 1121.6원으로 0.9% 떨어졌다. 신흥국 여건은 더욱 나빠 같은 기간 원-레알 환율은 357.9원에서 285.0원으로 20.4%, 원-터키 리라 환율은 322.3원에서 203.8원으로 36.8% 떨어졌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사전적 품질 문제 예방강화 활동과 에어백 제어기 리콜 및 기존 엔진 리콜에 대한 추가 비용이 실적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북미에서 판매된 현대차 총 62만여 대에 달하는 리콜 비용과 엔진 이상 진단 시스템(KSDS: Knock Sensor Detection System) 장착 비용이 반영된 것을 말한다.

 

이밖에도 현대차는 대규모 월드컵 마케팅 활동과 관련된 일시적 비용을 3분기에 반영한 부분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도 환율 영향과 대규모 품질 비용으로 영업이익률이 낮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전경. (사진 = 기아자동차)

대규모 품질 비용은 '불신' 탓?

 

현대차의 품질 비용이 커진 이유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차는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 외에 별도로 가진 간담회에서 엔진 관련 품질 비용 3000억 원 중 1500억 원은 기존 리콜의 추가 비용, 나머지 1500억 원은 KSDS 장착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두 가지 비용의 배경이 모두 동일하다”며 “불안한 일부 소비자들이 정상적인 엔진의 교체까지 요구하다 보니 당초 예상보다 리콜 비용이 커졌고, 회사는 이러한 과다 청구를 막기 위해 엔진의 정상·비정상을 가려내는 시스템인 KSDS를 도입했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결국 소비자와 회사 간 상호 신뢰가 낮다보니 추가되는 비용들”이라며 “게다가 이러한 내용이 실적 발표 직전에 반영돼 대규모 어닝 쇼크로 이어지며 이미 낮아진 시장의 신뢰까지 추가로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이러한 품질 문제에 따른 대규모 리콜이 반복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3분기 어닝 쇼크가 일회성 비용 탓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리콜과 관련한 비용 지출이 한동안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것.

 

체코 노소비체에 있는 현대자동차 체코공장(HMMC)에서 직원들이 고성능 차 i30N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품질 이슈, 일시적 문제 아닐 수도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현대차의 전망을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특히 품질과 관련해 에어백 리콜과 같은 개별 부품 이슈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세타 엔진 리콜은 어느 정도 예상된 측면이지만, 에어백 리콜과 같은 돌발 변수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업계는 특히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화재 사고와 관련한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4개월 동안 미국 안전규제당국에는 총 103건의 현대-기아차 화재 관련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미국 상원은 현대차 미국법인 경영진을 상대로 청문회를 진행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고, 미국 소비자단체는 화재 사고와 관련해 현대기아차 자동차 290만여 대에 대한 리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문회 결과에 따라 미국 규제당국의 시정 명령까지 이어질 경우, 현대차의 부담은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한편, 이와는 반대되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현대차가 이러한 품질 문제와 관련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고, 이에 따라 향후 품질 관련 문제는 잦아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로 엔진 이상을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KSDS 장착 문제다. 이는 운전자에게 엔진 이상을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현대차가 향후 품질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해 적용하고 있는 장치다. 현대차는 이미 판매된 차량에도 이를 적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토마스 쉬미에라 상품전략본부장 부사장, 루크 동커볼케 CDO 디자인담당 부사장, 김정희 AIR 랩 총괄 이사,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전무.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임원 인사로 돌파구 찾기 나서

 

실적 발표 이후 현대기아차는 주요 부문에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통해 제품 및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는 역량 확보에 적극 나선다고 29일 밝혔다. 임원 인사는 제품, 디자인, 미래 신기술 등에 집중됐다.

 

우선, BMW 출신으로 올해 3월 현대자동차 고성능사업부장으로 영입된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이 신임 상품전략본부장에 임명됐다. 쉬미에라 부사장은 향후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행 상품 기획과 신기술의 개발 방향성을 정립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승진 위주의 인사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스타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더욱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먼저, 2016년 영입되어 현대디자인센터장을 맡고 있던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현대기아차 디자인 최고 책임자(CDO)인 디자인 담당으로 임명됐다. 전임 디자인 담당인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현대차그룹 전반의 디자인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디자인 경영담당으로 옮긴 후 공석이던 자리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현대차에 오기 전 푸조 및 폭스바겐그룹에서 대중차, 고급차, 슈퍼카 디자인을 모두 경험한 스타 디자이너다.

 

신임 현대디자인센터장 자리는 현대 스타일링 담당 이상엽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맡게 됐고, 현대차 프레스티지디자인실장인 주병철 이사는 상무로 승진해 기아 스타일링 담당으로 옮기게 됐다.

 

미래 신기술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 신설과 그에 따른 임원 인사도 단행했다.

 

우선 수소전지차 기술 개발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본부 직속 연료전지사업부를 신설하고, 신임 사업부장에 연료전지개발실을 담당했던 김세훈 상무를 앉혔다. 전략기술본부 산하에는 인공지능(AI) 연구를 전담할 별도 조직인 ‘AIR 랩’을 신설하고, 이를 총괄할 전문가로 최근까지 네이버랩스 인텔리전스그룹 리더로 근무하던 김정희 이사를 영입했다.

 

그밖에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러시아권역본부를 설립하고, 글로벌 현장 중심의 자율경영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하고 나섰다. 러시아권역본부는 주요 신흥 시장인 러시아와 동유럽 지역의 상품 운영을 비롯한 현지 시장 전략, 생산, 판매 등을 통합 운영하고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 사업 환경이 변하고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 기술 선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인사”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현대·기아차는 단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 기업’으로 적극적인 전환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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