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개편' 이후 농협금융지주 농업지원사업비 폭락… 농민 지원 끊길라

‘농협 명칭사용료’ 성격… 오영훈 의원 "2020년 이후 우려"

정의식 기자 2018.11.06 09:40:49

농협중앙회 입구.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012년 농협이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분리된 이후 6년 만에 수익은 반 토막 나고 차입금만 눈덩이처럼 늘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전까지 ‘농협 명칭 사용료’ 개념이던 ‘농업지원사업비’ 규모도 크게 줄어들어 농협중앙회의 농민지원사업이 축소될 위기다. 이런 상황임에도 농업지원사업비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농협금융지주의 분담액이 줄어드는 건 물론 분담율까지 낮아지고 있어 본연의 역할을 방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오영훈 의원 “수익‧배당 줄고, 차입금 늘어나”

 

지난 10월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농협이 2012년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 농협경제지주 등으로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한 이후 수익이 반 토막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에 따르면,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 전인 2006~2011년 6년 동안 평균 수익이 7305억 원이었지만, 사업구조를 개편한 이후인 2012~2017년 6년간 평균 수익은 3457억 원으로 이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7% 수준이다. 사업구조 개편 계획에서 추정했던 평균손익 1조 5000억 원과 비교하면 22% 수준에 머물러 그야말로 참담한 실적이다.

사업구조 개편 이전과 이후의 종합손익 비교. 사진 = 오영훈 의원실

반면 이 기간 차입금은 급증했다. 사업구조 개편 이전에 9조 2000억 원 수준이었던 농협중앙회 차입금 규모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말에는 12조 4000억 원에 달했다.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합한 차입금 총계는 2012년 14조 9100억 원에서 2017년 20조 8300억 원으로 매년 1조 원씩 늘어났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의 농축협에 대한 배당액수가 급감했다. 2012년도 3350억 원이던 배당금이 해마다 줄어 2016년에는 1006억 원까지 3분의 1 토막이 났다가 2017년 1678억 원으로 조금 회복됐다. 

 

오 의원은 “현재 상황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최악의 경우 2020년에는 배당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지원사업비 매년 감소… 금융지주 납부금액‧비율↓

 

가장 심각한 것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의 ‘농업지원사업비’가 급락한 것이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법에 따라 농협의 고유목적사업인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금융지주, 농협경제지주 등의 자회사가 농협중앙회에 매 분기 초마다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중앙회는 이를 개별 농협에 교육지원사업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한다. 이전에는 ‘농협 명칭 사용료’로 불리다 2017년부터 농업지원사업비로 바뀌었다.

농업지원사업비 증감 현황. 사진 = 오영훈 의원실

오 의원에 따르면 사업구조 개편이 시작된 2012년도의 농업지원사업비 총금액은 4473억 원에 달했으며 총금액의 97.23%인 4473억 원을 금융지주가 납부했다. 하지만 이후 금융지주의 농업지원비 납부 금액은 매년 감소해 2017년에는 3628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경제지주의 납부 금액과 비율이 2012년 89억 원, 1.99%에서 꾸준히 늘어 2017년에는 415억 원, 10.21%를 납부했다. 경제지주의 비중이 늘었지만 총액 기준으로는 줄어 2014년 최저 수준인 3488억 원까지 줄었다가 이후 개선 흐름을 보여 2017년에는 4067억 원을 기록했다. 

 

오 의원은 “사업개편 추진 이후 매년 수익이 줄고 차입금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농업지원사업비 납부 감소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며 “손익, 차입금, 배당금, 농업지원사업비 등 모든 경영지표가 2012년 농협 사업구조 개편 이후 감소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사업구조 조기 개편 강행 ‘원죄’

 

이렇듯 농협 각 부문에 치명적인 후과를 남긴 사업구조 개편은 누가 무엇 때문에 추진했던 것일까?

원래 농협중앙회는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연합회 방식의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2017년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부문별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지주회사 방식의 신용‧경제 분리를 강행하면서 조기 사업구조 개편이 추진됐다. 2011년 지주회사 방식의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2012년 농협중앙회-지주회사-자회사 체제로 사업구조 개편이 이뤄졌다. 

농협의 주요 계열사. 사진 = 농협중앙회

때마침 저금리 기조 등 경영 여건이 변화하고 정부 지원이 축소되면서 손익이 대폭 감소했고, 차입금이 지속적으로 늘었다. 당초 계획과 전혀 다른 상황이 이어지자 이명박 정부가 모종의 의도가 있어 급히 농협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16일 국정감사에서 오 의원은 “애초부터 2017년에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었던 것인데 왜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였는지 의문”이라고 물었고,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사업구조 개편이) 조기에 무리하게 진행된 건 사실”이라며 “사전 용역조사도 문제가 있었다”고 답했다. 

 

농협금융지주 “지원사업비는 농협의 존재목적”

 

그렇다면 농업지원사업비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있을까? 관건은 여전히 농업지원사업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농협금융지주가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이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분담비 산정은 직전 3개년 평균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책정하는 방식이어서 해당 년도의 사업 실적에 따라 등락은 있다”며 “최근 수년간 금융지주의 납부 비중이 줄어든 건 경제지주의 사업 확대에 따라 자연스레 일어난 현상으로 영업실적이 호전되면 금융지주의 분담액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과 2016년에 회복세를 보였으나 2017년 감소세로 접어들어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데 다행히 올해는 회복세로 반전될 것 같다”며 “농업지원사업은 농협의 존재목적이어서 지원사업비 분담액과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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