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스틸’과 ‘무빙’을 조합한 디자이너 카럴 마르턴스

플렛폼엘 국내 첫 개인전서 작업 세계 총망라

김금영 기자 2018.11.08 09:58:29

네덜란드 디자이너 카럴 마르턴스.(사진=플렛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네덜란드 디자이너 카럴 마르턴스의 국내 첫 개인전 ‘카럴 마르턴스: 스틸 무빙(Karel Martens: Still Moving)’이 플렛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이하 플랫폼엘)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근 60년 동안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해 온 카럴 마르턴스의 전통적 인쇄매체 기반의 디자인 작업부터 인터랙티브 미디어가 가미된 설치작품까지, 아날로그와 디지털, 이미지와 텍스트, 수학적 사고와 감성, 응용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스틸 무빙’은 정지 사진(Still Photograph)을 뜻하는 ‘스틸(Still)’과 움직이는 사진, 즉 영상을 뜻하는 ‘무빙(Moving)’의 조합이다. 대비되는 두 단어의 조합은 장르와 매체, 이성과 감성의 영역을 넘나드는 카럴 마르턴스의 작업 세계를 상기시킨다.
 
현대 그래픽 디자인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디자이너 카럴 마르턴스는 그의 자국 네덜란드에서 동전, 우표, 전화카드 등의 공공 디자인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가 디자인한 ‘카럴 마르턴스: 인쇄물’은 1998년 라이프치히 북페어에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게 디자인된 책’으로 선정됐고, 1996년에는 하이네켄 예술상에서 네덜란드 최고의 그래픽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카럴 마르턴스의 ‘컬러스 온 더 비치(Colours on the beach)’.(사진=플렛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그의 작업은 지난해 벨기에 겐트미술관을 포함한 유럽의 주요 디자인미술관과 뉴욕, 도쿄의 갤러리에서 소개된 바 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교육자로서 카럴 마르턴스는 네덜란드 아른험에 위치한 베르크플라츠 티포흐라피를 1998년 공동 설립했으며, 마스트리흐트 소재의 얀 반 에이크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의 디자인 아카데미, 그리고 미국 뉴헤이븐의 예일 대학교에서 강의를 이어오는 등 디자인 교육에 힘써왔다. 한국의 디자인계와 미술계, 교육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하고 있는 슬기와 민, 김영나의 스승이기도 하다. 이들은 각각 이번 전시의 그래픽 디자인과 전시 연계 상품 디자인을 맡았다.

 

카럴 마르턴스의 디자인은 일상 속의 평범한 소재들을 활용해 전달하고자하는 내용과 의미를 단순하면서도 풍성하게 담아낸다. 숫자와 글자 같은 텍스트를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색깔, 모양 등 이미지로 치환해 표현하거나, 이미 사용한 봉투나 고지서 등 과거가 있는 종이 매체에 인쇄하거나, 버려진 자동차의 부품 등 시간성을 지니는 금속 오브제를 이용해 종이에 압력을 줘 인쇄하는 등 독창적인 디자인을 연구하고 구현해낸다. 하루에 단 한 가지 색깔만을 인쇄하고 잉크가 다 마른 다음 날 그 위에 새로운 패턴을 덮는 등 작가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세심한 작업 스타일로도 알려져 있다.
 
스스로를 ‘타이포그래퍼’로 칭하는 카럴 마르턴스는 프린트 기반의 책 디자인 작업 중 SUN 출판사와의 작업과 건축 잡지 오아서의 표지 디자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 카럴 마르턴스가 타이포그래피를 실험했던 장(場) 네덜란드 건축 잡지 오아서의 올해 5월 발간된 100번째 에디션을 포함한 에디션의 인쇄본과 디자인 스프레드가 전시된다. 오아서는 1981년 델프트 공과대학교의 학생들이 설립한 건축 저널 잡지로 1990년부터 카럴 마르턴스가 디자인을 맡기 시작하면서 WT 학생들과 함께 디자인 작업을 해 왔다. 전시는 오아서 에디션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카럴 마르턴스의 디자인 연구와 실험을 조명한다.

 

네덜란드 건축 잡지 오아서 관련 설치 작업.(사진=플렛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전시는 또한 플랫폼엘의 커미션을 통해 제작된 카럴 마르턴스의 신작 ‘타임 디퍼런스 비트윈 암스테르담 앤 서울(Time Difference Between Amsterdam and Seoul)’을 선보인다. 본 작품은 카럴 마르턴스가 2013년 도쿄 긴자 그래픽 갤러리에서 선보인 ‘타임 디퍼런스 비트윈 암스테르담 앤 도쿄(Time Difference Between Amsterdam and Tokyo)’의 서울 버전으로, 암스테르담과 서울의 시간차를 착시 현상과 숫자에 의한 디자인을 활용해 시적으로 표현한다. 국내 테크니션과의 협업을 통해 가로 9m에 달하는 대형 설치를 통해 구현된다.

 

이 밖에도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 방식을 보여주는 초기 작업 ‘레터프레스 모노프린트’, 시계의 시, 분, 초를 재해석한 설치 작품 ‘쓰리 타임즈(Three Times)’, 프랑스 르 아브르 해변에 설치했던 ‘컬러스 온 더 비치(Colours on the Beach)’와 마르턴스가 15년 이상 동안 연구해온 아이콘-픽셀 언어의 확장에 대한 작업이자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작업 ‘아이콘 뷰어스(Icon Viewer)’ 등 작가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하는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인다.

 

한편 카럴 마르턴스의 제자이기도 한 국내 디자이너들이 전시 디자인 협업에 나섰다. 전시 포스터를 포함한 시각 인쇄물의 디자인은 슬기와 민이, 전시 연계 상품 디자인은 김영나가 맡았다. 또한 카럴 마르턴스의 딸 클라아제 마르턴스가 카럴 마르턴스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 제작한 스카프와 가방이 전시 기간 동안 아트샵에서 판매된다. 전시는 플랫폼엘에서 내년 1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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