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드디어 공개된 삼성 폴더블폰… 스마트폰 시장 판도 바꿀까?

외신·전문가 호평 속 우려도… 가격경쟁력·내구성이 관건 

정의식 기자 2018.11.09 11:45:36

 

구글의 안드로이드 UX 책임자 글렌 머피 디렉터가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에 최적화한 UX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폰 시연모델이 스마트폰 시장의 향배를 가를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전까지 다른 기업들이 공개한 2화면 폰이나 불완전한 폴더블폰과 달리 접합부가 완벽히 접히는 기술력을 과시해 국내외 전문가들을 들뜨게 했지만, 일각에서는 박스 형태의 시연모델 외형과 두께에 실망하는 분위기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아이폰에,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산 스마트폰에 밀려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소비자들의 높아진 안목을 만족시킬 폴더블폰을 제때 출시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갤럭시X 또는 갤럭시F, 스마트폰의 미래?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삼성전자의 ‘비밀병기’가 드디어 공개됐다. 지난 2013년 컨셉 동영상을 공개한 이후 수년간 코드네임 ‘갤럭시X’ 또는 ‘갤럭시F’로만 알려졌던 폴더블 스마트폰이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낸 것.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미래를 만나는 곳(Where Now Meets Next)’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5회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개막 첫 날 삼성전자는 AI 플랫폼 빅스비 등과 함께 폴더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의 작동 모습을 공개했다. 

 

개발자·서비스 파트너 등 5000여 명이 참석한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삼성전자 미국법인 저스틴 데니슨 상무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꺼낸 후 접었다 펴보이는 시범을 보였다. 그는 “접었을 때 콤팩트한 스마트폰, 펼쳤을 때 몰입감 있는 콘텐츠 이용환경과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저스틴 데니슨 상무가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최초 공개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공개된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으며, 펼쳤을 때인 태블릿 모드의 화면 크기는 7.3인치, 접었을 때인 스마트폰 모드에서 사용하는 화면 크기는 4.58인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치 메뉴판처럼 세로로 접혀있는 상태에서 펼치면 안쪽에 감춰진 넓은 태블릿용 화면이 나타나는 형태다.

 

저스틴 상무는 이 시제품을 간단히 여닫고 화면을 잠시 스크롤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시제품의 외형은 검은 색상의 박스 형태였는데 최근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다소 두꺼운 모습이었는데, 이는 폴더블폰 시제품이 아닌 디스플레이 시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폴더블폰은 좀더 얇은 외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4.58인치 스마트폰 + 7.3인치 태블릿

 

이후 진행된 ‘당신의 앱은 폴더블폰에 준비됐나요(Is your app ready for foldable phones?)’ 세션에서 박지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석 엔지니어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상세한 규격을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폴더블폰이 접혀있을 때 드러나는 4.58인치 크기의 ‘커버 디스플레이’는 화면비가 21대 9이며 해상도는 1960×840이다. 폈을 때 드러나는 7.3인치 크기의 ‘메인 디스플레이’는 화면비 4.2대 3에 2152×1536의 해상도를 가졌다.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의 폼팩터. 사진 = 삼성전자

픽셀 크기는 두 디스플레이 모두 420dpi(dots per Inch)이다. 최신 제품인 갤럭시S8‧S9의 567dpi보다는 덜 세밀한 해상도다. 하지만 갤럭시S4가 440dpi이고 애플의 최신작인 아이폰X‧XS가 462dpi, 아이폰 6‧6S‧7‧8이 400dpi인 것을 감안하면 태블릿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고품질 디스플레이로 판단된다.

 

박 디렉터는 “커버 디스플레이는 최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보다 다소 작은 크기지만, 메인 디스플레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앱의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며 “알림을 받거나 전화, 메시지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메인 디스플레이는 ‘멀티 윈도’를 지원해 한 가지 앱을 전체 화면에서 이용할 수도 있고, 두 개나 세 개로 나눠 사용할 수도 있어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됐다. 왼쪽 전체 화면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오른쪽 화면을 둘로 나눠 문자 메시지와 인터넷 브라우저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기능들은 삼성전자가 함께 공개한 차세대 모바일 UI ‘원 UI(One UI)’를 통해 이뤄진다.

 

외신들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 vs “보여준 게 없다”

 

현장 관객들은 물론 외신들도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공개에 열띤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업계에서 스마트폰 디자인은 사소한 개선만 있었다”며 “주머니 사이즈의 플립폰과 태블릿을 섞은 폴더블폰의 아이디어는 그동안 스마트폰 디자인에서 본 것 중에 가장 흥미롭다”고 호평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처음 시도하는 회사는 아니다”라면서도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노하우, 시장 점유율, 마케팅 능력은 이 폼팩터를 주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도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디스플레이를 공개함으로써 경쟁사인 애플과 화웨이로부터 브랜드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11월 7일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8'에서 기조연설을 발표하는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 사진 = 삼성전자

반면, 실망을 표현한 외신도 있었다. IT전문 미국매체 PC월드는 “삼성의 접히는 갤럭시 폰 공개는 거대한 실망이었다”며 “한 시간 이상의 앞선 연설로 지친 관객들에게 삼성전자가 보여준 것은 새로운 폴더블폰이 아니라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였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저스틴 상무가 실제로 우리에게 보여준 건 아무것도 없다”며 “이번 행사에서 입증된 유일한 사실은 지난 4년간 개발된 이 제품이 내년에 확실히 나온다는 것뿐이며, 그것이 실제로 당신이 사고픈 전화일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뉴욕타임스(NYT)도 “1000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폴더블폰이 얼마나 대중에게 어필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정적 의견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아이폰X를 위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200만 원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2~3개의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관련 부품이 추가되는 폴더블폰의 가격은 200만 원을 가뿐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150만 원 이상은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예상이다.

 

내구성 문제도 심각하다. 충분한 테스트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오랜 시간 사용했을 때 관련 부품의 품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특이한 형태로 인해 케이스를 사용하기도 쉽지 않아 충격 등에 파손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 “폴더블폰은 새로운 혁신의 시작”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공개를 호재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최근 반도체 가격 약세로 주가가 내림세였던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이 공개되기 전날인 7일 전날보다 250원 오른 4만 4000원의 종가를 기록했으며, 폴더블폰이 공개된 8일 오전 10시30분에는 전날보다 1.59% 오른 4만 4700원을 기록했다가 전날보다 50원 오른 4만 4050원의 종가로 마감했다. 

 

이처럼 시장이 기대감을 보이는 건 지금까지 공개됐던 중국 기업들의 폴더블폰이 기대에 못미쳤던 것과 달리 삼성전자가 확실한 기술력을 보여준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를테면 지난 2016년 6월 레노버가 공개한 ‘벤더블(Bendable)’ 스마트폰 시제품은 휘어지긴 하지만 완전히 접히는 폴더블 방식이 아니라 손목시계처럼 손목에 감기는 수준이었고, 폴더블 태블릿 시제품 역시 반으로 접히긴 했지만 접합부의 간격이 커서 실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을 받았다.

 

2016년 5월 공개된 오포(Oppo)의 폴더블 스마트폰 시제품도 태블릿 수준의 크기와 부자연스러운 접합부로 호응을 얻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31일 중국의 디스플레이 전문 스타트업 로욜레가 폴더블폰을 출시해 ‘세계 최초’를 공인받았지만 앞서의 시제품들과 유사한 ‘아웃폴딩’ 방식으로 접합부에 공간이 많이 남는 형태였다. 

 

중국 로욜레의 폴더블폰 '플렉시파이'. 사진 = 로욜레

 

이에 ‘인폴딩’ 방식의 완성도 높은 폴더블폰을 먼저 출시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고, 주된 후보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화웨이 등이 거론됐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시제품을 공개한 삼성전자가 출시 일정까지 경쟁사를 앞지를 수 있다면 폴더블폰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폴더블폰은 새로운 혁신의 시작”이라며 “아이폰X를 필두로 형성된 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150~200만원) 에서 새로운 경험과 편의성을 제공한다면 신규 수요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19년에 삼성전자 폴더블폰이 초프리미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10년 만에 이뤄지는 모바일 혁신이 될 것”으로 낙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하게 폴더블폰 핵심 부품의 공급망을 삼성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내재화하고 있어 D램과 같이 독점적 시장지위를 확보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고정우 NH증권 연구원도 “스마트폰의 화두는 폴더블”이라며 “2019년을 기점으로 삼성전자, 화웨이 등 스마트폰 업체가 폴더블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스마트폰용 폴더블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2019년 131만 대에서 2020년 472만 대로 확대될 것”이라며 “폴더블 스마트폰 등장 시 부각될 기술 및 부품·소재는 두께 축소, 유연성 증대, 내구성 향상 등 폴더블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것들”이라고 지목했다. 

 

소현철 신한증권 연구원은 “폴더블 OLED 스마트폰 수요는 2019년 200만 대, 2020년 2000만 대, 2021년 3500만 대로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폴더블 OLED 스마트폰 출시는 지난 4년간 판매가 정체되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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