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안 되고, 커버 안 되는 병 많고…이런데 '반려동물 보험' 들라고?

펫 보험 수요 급상승…법-보험상품 미비로 보험사-소비자 모두 한숨

옥송이 기자 2018.11.30 12:14:01

펫팸족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보험 역시 속속 출시되고 있다. 사진 = 현대해상화재보험

 

반려동물 전성시대. 10가구 중 3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 반려동물 양육비용으로 한 달에 20~50만원을 지출하는 보호자가 20.1%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보험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의 수술, 치료, 입원비 등의 진료비 부담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이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일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반려동물 보험의 실상은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아 소비자와 보험사 양측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려동물 보험 속속 출시…성과는 ‘저조’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15년 1조 8000억 원에서 2020년 5조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관련된 상품들이 출시됐고, 손해보험 업계 역시 대세에 따르는 모습이다. 

 

보험업계 가운데서는 이미 지난 2007년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가 손해율 악화로 철수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2014년 동물 등록제가 시작되면서 수익성을 기대한 보험사들이 반려동물 보험 사업에 적극 뛰어들기 시작했다. 

 

삼성화재의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 사진 = 삼성화재

 

펫보험은 반려동물의 질병은 물론 상해까지 보장한다. 현재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 대부분이 반려동물 보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 롯데손해보험의 ‘롯데 마이펫보험’, 현대해상의 ‘하이펫 애견보험’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업계의 기대와 달리 실적은 저조하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3개 보험사의 지난해 펫보험 판매 건수는 2638건으로, 연간 원수보험료는 9억 8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1000만 시대에 진입한 반려동물 수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반려동물 보험, 어떻기에 한숨?

 

반려동물 보험의 판매가 저조한 이유는 그 실효성 때문이다. 보장되지 않는 질병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가입 연령 역시 제한적이다. 펫팸족들이 해당 보험에 강한 불만을 표하는 이유다. 차라리 실효성 없는 펫보험 대신 스스로 적금을 들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펫팸족들이 펫보험의 실효성 부족으로 지적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펫보험 가입 연령이 제한적이고, 반려견들이 주로 앓는 질병에 대한 보장이 부족하다는 것. 

 

반려견의 경우 평균수명이 대략 12~18세 정도로, 노령에 이를수록 병원을 이용하는 횟수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반려동물 보험 가입 연령은 최대 6세, 현대해상과 롯데손해보험은 최대 7세로, 많아야 7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따라서 정작 보험이 필요한 노견들은 보험 혜택을 이용할 수조차 없다.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 광고. 사진 = 롯데손해보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건 ‘슬개골 탈구’ 등 유전적인 질병에 대한 보장의 부재다. 슬개골(무릎뼈) 탈구는 소형견들이 주로 앓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포메라니안이나 푸들처럼 인기 있는 견종 대부분이 앓는 유전병이다. 하지만 3개 보험사 모두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보장에서 제외했다.

 

유전적인 질병 외에도 임신·출산과 관련된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치과 치료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다. 이처럼 반려견이 자주 앓는 일반적인 진료에 대한 보장을 제외해 펫팸족은 펫보험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보험 대상에서 반려묘는 제외되고 반려견 위주로 설계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3사 가운데 삼성화재 한 곳만 반려묘까지 포함된다. 

 

한편, 손해보험사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손해보험사들이 가장 불만을 느끼는 문제점은 애초에 반려동물 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이 이식된 경우가 적은 탓에 육안 식별과 연령 판별이 어려워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간 정보 비대칭이 발생한다는 것. 

 

현대해상의 '하이펫 애견보험' 의 미보장 내용 중 일부다. 슬개골 등의 질병에 대해서 보장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사진 = 현대해상

 

진료비가 표준화되지 않은 점 또한 반려동물 보험 개발이 어려운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물의료수가제가 폐지된 후 표준화된 동물 의료비가 없다. 따라서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보험 보장 범위의 표준화가 어렵다”고 전했다.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 위해 정부·보험업계 팔 걷고 나선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보험업계가 움직이고 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가 그 시작이다. 

 

지난 4월 정 의원은 동물병원에 표준수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표준 진료비를 신설하는 내용으로, 농립축산식품부 장관이 동물의 진료나 치료에 관련된 항목에 대해 표준 진료비를 정하는 것이 골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인의 약 80%가 표준수가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5월에는 정부에서 전문보험사 설립 규제 완화의 뜻을 밝혀 보험사들의 펫보험시장 진입에 힘을 보탰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진입규제 개편 회의를 통해 소액단기 보험사, 온라인 전문 보험사, 특화보험사 등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 소액단기 보험사에 별도 기준을 적용해 인가를 내고, 보험기간과 보험료가 일정 수준 이하인 곳에 대해 자본금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수의사법 개정법률안 발의한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연합뉴스

 

이어 보험개발원은 지난 8월 반려동물 양육 증가 추세에 따라 보험사의 적극적인 상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펫보험의 참조순보험요율 산출을 완료했다. 참조요율은 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하고 보험료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준으로, 산출 결과 치료비(연령별), 사망위로금, 배상책임 등이 가능한 종합보험화는 물론 보장이 어려웠던 반려묘에 대한 보험 출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담보조건도 세분화돼 보상비율은 50% 및 70%, 자기부담금은 1~3만 원 수준이다. 특정질병 치료비 추가 담보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제대로 된 상품요율이 없어 반려동물 보험 상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형보험사 입장에서는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보험개발원은 “현재 국내 반려동물보험 시장 연간 보험료는 10억 원 안팎이지만 반려동물 개체 수 증가와 의료기술·영양 상태 개선으로 반려동물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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