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고용 ‘숙원’ 이룬 전자 서비스센터 직원들, 왜 계속 불만?

삼성 이어 LG전자도 직접고용…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쉽지 않네"

정의식 기자 2018.11.30 14:30:34

지난 7월 21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간접 고용 철폐, 직접 고용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에 이어 LG전자도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부응하는 상생 시도로 받아들여지지만, 직접 고용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며, ‘자회사를 앞세운 직접 고용’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도 많다. 앞서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직접 고용을 추진했던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실질급여 인하, 기술직 차별 등의 문제로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실질적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서비스·LG전자, 직접 고용 ‘개시’

대기업 로고가 붙은 제복을 입고 소비자와 직접 만나면서도 정작 본인은 대기업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열악한 근무환경과 급여 수준을 감내해야 했던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처우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월 2일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700여 명을 경력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서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와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및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등이 최종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수년간 이어져온 삼성전자서비스 직접 고용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지난 4월 17일 노사 양측이 ‘협력업체 직원의 직접 고용 합의서’에 서명한 이후 200일 만의 일이다.

합의에 따른 직접 고용 대상은 협력사의 정규직과 근속기간 2년 이상인 기간제 직원으로, 수리 관련 직원 약 7800명, 콜센터 상담 관련 직원 약 900명 등 합계 8700여 명이다. 이들은 내년 1월 1일을 기해 경력직으로 삼성전자서비스에 입사할 예정이다.

이번 직접 고용으로 삼성전자서비스는 전체 임직원 9000여 명, 184개 직영 수리 거점을 갖춘 국내 AS업계 최대 규모의 회사가 된다. 전날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최종 마무리된 데 이어 삼성전자서비스 직접 채용 협상까지 타결되자 재계에서는 삼성의 오래된 숙제가 해결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2일 경기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서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들이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에 최종합의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지회장,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 삼성전자서비스 인사팀장 전병인 상무. 사진 = 연합뉴스

22일엔 LG전자가 전국 130여 서비스센터에서 근무 중인 협력사 직원 39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별도의 서비스자회사가 아닌 LG전자가 직접 협력사 직원을 고용하는 형태여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직접 고용보다 진일보한 조치라는 평가다. LG전자는 서비스 협력사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직접 고용을 위한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LG전자 측은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면 최근까지 협력사가 운영해왔던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정이 있기까지는 배상호 LG전자 노동조합 위원장의 지속적인 요청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배 위원장은 “고객 서비스를 통한 사후 품질관리 역시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LG전자와 노조는 “이번 직접 고용을 계기로 LG전자 고유의 노경(勞經) 문화를 선진화하는 데 힘을 모을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LG전자가 지난 1993년 기존의 수직적 개념인 ‘노사(勞使) 관계’가 아닌 수평적 개념의 ‘노경(勞經) 관계’를 도입한 이래 노경은 29년 연속 무분규 임금교섭을 이어오고 있다.

전자업계의 양대산맥인 두 대기업이 서비스센터 협력사 직원 직접 고용에 나서자 재계에서는 다른 대기업들의 동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비슷한 방식으로 외주 협력사 직원들을 운용하면서 이미 직접 고용을 추진했거나,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인 통신‧케이블 기업들의 사례에 관심이 모아진다.

LG유플러스의 '자회사 부분고용 방안' 논란

특히 LG유플러스의 경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전국 72개 홈서비스센터 운영을 50여 협력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 SK브로드밴드는 그간의 설치‧수리 기사들에 대한 외주화 방침을 폐기하고 지난해 7월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통해 직접 고용했고, KT도 올 초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선언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유·무선 네트워크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28개 협력사 직원 1800여 명을 직접 고용하는 방침을 정했다. 다만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가 요구해온 홈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2600여 명은 직접 고용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됐다.

29일 LG 사옥 앞에서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 직접고용 촉구 정당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사진 = 희망연대노조

이후 지난 9월 LG유플러스는 홈서비스센터 근무자에 대해 자회사를 신설해 2020년 800명, 2021년 500명 등 총 1300명을 부분적으로 직접 고용하는 부분자회사 방안을 제시했지만 지부는 “절반만 자회사로 고용하겠다는 반쪽짜리 자회사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10월 15일부터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22일 LG그룹 계열사인 LG전자가 직접 고용 방침을 발표하자, LG유플러스에 대해 비슷한 조치를 취하라는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같은 날 희망연대노조는 “같은 LG그룹에서 일하는 노동자인데 LG유플러스만 간접고용 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LG유플러스가 ‘착한 기업’ 세계 13위로 평가된 LG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LG유플러스 측은 “홈서비스센터가 설치·AS 같은 서비스 업무뿐 아니라 영업 등 다른 업무도 수행하고 있어 직접 고용을 할 경우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회사가 감당 가능한 수준은 자회사 방식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

SK브로드밴드 홈앤서비스 직원들 “우린 정규직 아냐”

지난해 7월 자회사 직접 고용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SK브로드밴드도 노사 갈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 노동권 보호를 위한 증언대회’에서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SK브로드밴드 자회사인 홈앤서비스의 정규직 전환 노동자 8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족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자신을 ‘정규직’으로 인식하는 노동자는 단 10.3%에 그쳤으며, 나머지 88.9%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자신이 정규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본사) 직접 고용이 아니다’라는 응답이 56.4%로 가장 많았고, ‘임금 및 복리 후생 기대수준 미달’(25.0%), ‘임금체계 불안정’(13.7%)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8월 서울 SK본사 사옥 앞에서 진행된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의 노숙 농성 장면. 사진 = 희망연대노조

만족도 조사에서는 ‘임금 수준’에 불만이란 응답이 80.4%로 가장 높았고, 만족한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이밖에 복지후생과 인사관리에 대한 불만도 각각 60%를 넘었고 만족한다는 응답은 각각 5.6%, 3.6%에 그쳤다. 다만 고용 안정이나 노동 시간, 노동 강도 만족도는 '보통'이란 응답이 많았다.

특히 노동자들이 문제삼은 건 ‘실질 임금 감소’였다. 노동시간, 근무일수 등 근무 여건은 정규직 전환 이전에 비해 일부 개선됐지만, 월 평균 임금은 오히려 평균 33만 원 가량 줄어들었다는 것. 정규직 전환을 전후해 월 평균 271만 1천 원에서 237만 7천 원으로 12% 가량 줄어들었는데, 이는 자회사 정규직 전환과 함께 임금 체계가 개편된 데 따른 것이지만, 현재 이 회사 노사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이다.

이만재 희망노조연대 조직국장은 “최근 임금협상 타결을 통해 현장 직군 기본급이 월 158만 원에서 약 196만 원으로 인상되고, 포인트 체계도 개선돼 1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지만 실질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 오를지는 이달 급여명세서를 받아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임금 수준 외에도 업무 방식과 노동 강도 등 여러 분야에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여전히 팽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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