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상의 법과 유학] ‘법관 탄핵’과 공자의 ‘소정묘 처형’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기자 2018.12.03 10:12:10

(CNB저널 =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사법 농단 및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전직 대법관들을 공식 소환 조사하면서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이 국회의 판사 탄핵소추까지 검토해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의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사실상 사법부 안에서 자체적으로 동료인 사법 농단 연루 법관에 대해 국회에 탄핵소추 절차 개시를 촉구한 것이라서,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정치적 제스처로 법관에 대해 탄핵소추 주장을 했던 전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70년의 한국 사법헌정 역사에서 법관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적이 두 차례 있었으나, 1985년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결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었고, 2009년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안은 발의되었으나 회기 종료로 폐기되어, 국회를 통과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탄핵 제도는 대통령, 국무총리, 기타 행정부 고급공무원 또는 법관과 같은 신분 보장을 받고 있는 공무원의 직무상 중대한 비위 또는 범법 행위에 대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소추에 의하여 이들을 처벌하거나 또는 파면하는 제도입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시작되어 14세기 말 영국의 에드워드 3세 때에 확립된 제도인데, 우리나라도 제1 공화국 헌법에서부터 이를 규정해 왔습니다.

탄핵 제도는 유신헌법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사실상 거의 사문화 되다시피 하였던 규정이었으나,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발의,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부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헌정사에 굴곡진 한 단면을 국민들은 경험하였고, 2016년 가을 무렵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서 비롯된 촛불혁명에서 활활 타오른 염원의 불길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에 이르렀고, 나아가 이번에는 사법농단 및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논의가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올곧지 못한 고위직’은 처벌 1순위

향후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심각한 국론분열이 일어나고, 사법부 및 재판에 대한 신뢰가 땅바닥 끝까지 추락할 것이 손바닥을 들여다보듯이 뻔하게 짐작이 됩니다.

공자가 노나라의 대사구(현재의 법무장관)일 때 소정묘(少正卯)라는 사람을 사형에 처했습니다. 소정묘는 당시 군중과 함께 다니고 군중에게 연설을 했으며 군중의 비위를 잘 맞추는 명망가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당시 7일 동안의 재판을 거쳐 소정묘를 처형시켰는데 공자의 제자들이 “소정묘는 노나라의 이름 높은 선비인데 선생님이 정치를 맡고서 제일 먼저 하신 일이 그를 처형시킨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지요?”라고 물었을 때 공자가 제자들에게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었다고 후대의 ‘순자(荀子)’가 전합니다.

 

공자가 노나라 대사구를 맡은 뒤 처음 한 일로서, 소정묘를 사형에 처한 내용을 그린 그림.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못된 재간이 있는데 강도질과 도둑질은 거기에 끼지도 못한다. 첫째는 통찰력이 있으면서도 독을 품은 마음이고, 둘째는 편파적이면서 행동이 완고한 것이며, 셋째는 거짓을 말하며 논쟁을 즐기는 것이며, 넷째는 기억력이 좋으면서 추악한 것만 담아놓는 것이며, 다섯째는 잘못을 잘 저지르면서도 변명이 궁색하지 않는 것이다. 그 못된 재간 가운데 하나만 가진 사람도 마침내 군자에게 처형 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소정묘는 다섯 가지 재간을 모두 가진 자였다. 그뿐만 아니라 어디에 있든 추종자들을 끌어 모으는 힘을 가진 자였다. 입을 열기만 하면 자신의 사악한 본성을 감추고 듣는 사람들을 속여 넘길 수 있는 약삭빠른 언변을 가진 자였다. 너무나 재간이 뛰어나서 옳고 그른 것을 뒤집어 놓아도 그의 거짓을 잡아내 그를 끌어내릴 사람이 아무도 없는 자였다. 그는 악당들의 영웅이었고, 따라서 사형에 처하지 않으면 안되는 자였다.”

사마천은 사기에 “소정묘가 ‘정치적 혼란’을 조성했고, 그래서 공자가 그를 처형시킨 것이다”라고 적었고, 맹자는 이런 자를 ‘시류에 영합하는 자’, 공자는 ‘덕을 해치는 자’라고 했습니다.

맹자는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는) 평소에 거처할 때는 충성스럽고 믿음직스러운 듯하고, 행동할 때는 청렴하고 깨끗한 것 같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좋아하고 스스로도 그렇다고 여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세속의 유행에 같이하고 더러운 세상에 영합하는 사람이다.”(孟子 盡心章句下37)

 

11월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500년 전 춘추시대 노나라에서 공자가 당시 명망가였던 소정묘를 재판을 통해 처형한 것과, 작금의 사법농단 및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법원행정처 소속 엘리트 판사들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국회에 탄핵소추 절차를 개시해 달라고 촉구한 것은 모두 사회 혼란과 사법 신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촉발된 시대 상황과 결부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인 의미를 감안하더라도 “평생 최선을 다했고 사심 없이 일했다”는 전직 대법관의 말씀이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은 때에 맞춰 행동을 취하였고, 올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나 시류에 영합하였고, 눈치를 보며 편의에 따라 행동을 하였고 약삭빠르고 교활하게 처신하였고, 세상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며 지저분한 세속에 녹아 들어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공자가 말한 다섯 가지 못된 재간 중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모두 의심하고 궁금해 할 겁니다.

하여튼 사법부의 신뢰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신뢰를 회복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문규상 변호사


1978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87년 검사로 임용돼 ‘특수통’으로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와 ‘강호순 연쇄 살인사건’ 등을 맡아 성과를 냈다. 2006~2008년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의 초대 심사본부장, 2009~2014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2018년 9월 한국해양진흥공사 초대 투자 심의위원 위촉. 2013년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석사과정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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