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진호 잡혔어도 여전히 '음란한' 웹하드…성인물 산업 개방 논의 절실

윤지원 기자 2018.12.07 13:24:36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1월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검찰이 5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회장을 기소했다. 이번 기소 혐의에는 빠졌지만 양진호의 주요 혐의는 '웹하드 카르텔'과 관련이 깊다. 자신이 실소유한 위디스크, 파일노리 등의 웹하드 싸이트에서 몰카·리벤지 포르노·아동 청소년 음란물 같은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이 불법으로 대량 유포되는 것을 방조하고 조장하기 위해 필터링 업체, 헤비 업로더 등과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는 것.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양진호의 웹하드 카르텔을 집중 조명한 뒤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경찰은 급히 특별 수사단을 편성하고 수백 개에 달하는 음란사이트, 웹하드업체,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집중 수사해 한 달 반 동안 1000명 이상을 검거했다. 각 지방 경찰청에서도 한 번에 수십, 수백 명씩을 불법 음란물 유포 혐의로 검거했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또 숙박업소 및 액티비티 예약 관련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여기 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의 심명섭 전 대표이사가 웹하드 업체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고, 해당 웹하드가 불법 음란물을 유통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이와 관련한 논란으로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는 소식도 보도됐다.

이런 보도들만 보면, 오염됐던 대한민국 인터넷이 이제는 비로소 불법 음란물 청정지역이 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인터넷 각종 웹하드 싸이트의 성인자료실 이미지. (사진 = 연합뉴스)

 

웹하드 주 수입은 성인용 콘텐츠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에는 음란물이 차고 넘친다. 아동 청소년 음란물이나 리벤지 포르노, 몰카 등 집중 단속 대상의 불법 음란물은 엄격한 필터링이 작동한다지만, 정식으로 등록된 웹하드나 P2P 업체에 한해서이고, 여전히 어둠의 경로에서 유통되고 있다. 어둠의 경로에 대한 단속도 강화됐다지만, 여전히 해외에 서버를 두고 온갖 방법으로 경찰 추적을 회피하는 새로운 사이트들이 생겨나고 있다.

음란물이 가장 대량으로 유포되는 창구는 여전히 웹하드와 P2P 플랫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등록된 웹하드와 p2p 사업자는 10월말 기준 45개 업체 52개 사이트다. 이 중 거의 모든 사이트에 19세 이상 성인 전용 콘텐츠 카테고리가 있다. 웹하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웹하드 수익의 대부분이 성인 콘텐츠에서 발생한다고 하니, 당연한 일이다.

이지원 인터넷서비스(위디스크 운영)나 비엔씨피(온디스크, 케이디스크 등 운영) 등 규모가 큰 웹하드 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150억~21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이들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적어도 25% 이상이며, 60%까지 나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로더가 올린 콘텐츠를 사용자가 요금을 지불하고 다운로드 받으면, 그 중 업로더에게는 10%가 돌아가고 나머지는 모두 웹하드가 수수료로 가져가는데, 이중에서 일정액이 저작권료로 지불된다. 웹하드의 영업이익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콘텐츠의 유통량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미국 포르노 산업의 이면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 '부기 나이트'의 한 장면. (사진 = 영화 화면 캡처)

 

외국 포르노에는 저작권이 없다?

영화나 TV 프로그램 카테고리에 올라오는 동영상 콘텐츠는 대부분 저작권이 등록되어 있는 '제휴 콘텐츠'이다. 그런데 성인 카테고리를 보면 제휴콘텐츠 비율은 현저히 낮아진다. 성인물, 음란물이라고 해도 분명 그 콘텐츠를 만든 사람이 존재할 텐데, 어째서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콘텐츠가 이렇게 많은 것일까?

국내 업체가 제작한 성인 콘텐츠, 또는 국내 업체가 정식으로 수입한 해외 성인 콘텐츠라면 당연히 저작권이 제대로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웹하드에서 유포되는 성인물은 국내에 저작권 등록을 할 수 없는 해외 콘텐츠가 대다수다. 이들 콘텐츠가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실제 성행위 장면을 담은 '하드코어 포르노'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불필요한 성기 노출이나 실제 성행위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콘텐츠 유통이 불법이기 때문에, 해외 저작권자가 이들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해도 국내법이 이들 콘텐츠를 비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저작권법 위반으로는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웹하드에서 유포되는 해외 포르노 콘텐츠는 국내법이 불법으로 규정한 음란물이고, 이를 돈 받고 판매하는 죄는 음란물 유포죄에만 해당한다. 그리고 음란물 유포 혐의는 주로 업로더에게 제기된다. 웹하드 업체는 이 음란물을 판매한 주체가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매매가 가능한 서비스만 제공한 플랫폼이므로, 직접적인 음란물 유포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웹하드 측은 업로더가 올리는 콘텐츠가 불법 유포의 소지가 있는 음란물일 경우에 이를 확인해서 삭제하는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것만 입증하면 된다. 그리고 전문적인 필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웹하드는 이 의무를 다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음란물 유포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징역을 실제로 선고받는 일은 거의 없다고 전해진다. 최대 1천만 원의 벌금은 개인인 업로더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돈이고, 전과 기록이 남는 것도 부담이 크다. 하지만 웹하드가 벌어들이는 수십억 원의 이익을 생각하면, 이 돈 대부분을 벌어주는 음란문 전문 업로더의 수익이 어느 정도일 지 대강 짐작할 수 있고, 이들에게 1천만 원의 벌금은 감수할 만한 리스크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진호 웹하드 카르텔의 구조. (사진 = 연합뉴스)

 

수입이 쏠쏠한데 그깟 벌금쯤이야

양진호가 기소되고, 심명섭이 대표직을 사임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들이 소유한 위디스크와 예스파일에는 여전히 수많은 해외 포르노물이 올라오고 있다.

일단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오는 속도가 엄청나다. 평일 오전 아홉 시에서 열 시 사이,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상쾌한 아침 시간에 두 사이트에 새로 등록된 성인용 콘텐츠는 100편이 훨씬 넘는다. 이 중 국내 저작권이 등록된 제휴콘텐츠를 제외한 일본의 AV 영상이나 미국 등 서양의 포르노 영상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밤과 새벽 시간에는 그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주목되는 것은 이처럼 국내에서 유포가 금지된 음란물을 전문적으로 올리는 업로더들의 존재다. 두 웹하드 모두 4~5명의 업로더가 한 시간 사이 각각 7~8편 정도의 새로운 해외 포르노 영상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있었다. 해당 업로더의 개인 페이지에 가 보면, 이들은 최근 한두 달 사이 20~30편의 일본 AV 영상만을 올려놓은 전문 판매꾼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업로드한 자료가 잘 팔릴 수 있도록, 해당 카테고리 첫 페이지 상단에 노출되도록 재등록하는 작업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었다. 업로더가 이처럼 자신의 자료를 최신 자료 위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매번 웹하드 측에 일정한 자료 등록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웹하드와 헤비 업로더의 결탁 관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이 여기에 있다. 웹하드는 해당 콘텐츠의 판매 수익에서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 외에도, 해당 콘텐츠가 잘 팔릴 수 있는 목이 좋은 자리를 돈 받고 팔고 있는 것이다.
 

11월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혜숙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포르노 합법화 논의 너무 미뤘다

양진호의 웹하드 카르텔은 물론 일베에서의 '여친 사진 인증' 사태, 그 이전의 각종 몰카, 리벤지 포르노, '비공개 출사 사진' 유출 등 일련의 불법 성적 콘텐츠 관련 사건들과 관련된 여러 논의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의 포르노 합법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을 중요한 문제의 하나로 꼽는다.

성인 콘텐츠는 성적인 욕구를 가진 성인이 대리만족을 통해 이를 해소하는 수단이자 삶의 자연스러운 한 면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한데, 이런 성인 콘텐츠의 노출 수위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가 현재 걸어둔 제한은 대중의 요구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왜곡되고 비도덕적인 방식으로 각종 부작용들이 터져 나온다는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포르노를 금지한다고 포르노를 볼 수 없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에 소개한 웹하드만 봐도, 정부의 규제와 단속이 거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포르노 규제가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에 웹하드 카르텔과 같은 불법적이고 폐쇄적인 성인 콘텐츠 유통 구조까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나라에서 포르노의 합법적인 유통이 허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효과적인 규제와 단속 방법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닥칠 '포르노 합법화' 이후에 대한 현명한 대비다.

웹하드의 매출액, 그리고 포르노가 합법인 일본과 미국의 포르노 산업 규모를 보면, 지금 국내 음지에 숨어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포르노 산업의 규모가 얼마나 클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포르노가 개방될 경우, 이 산업을 양지로 끌어내서 건전하고 투명한 산업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포르노 산업이 국가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 이미 시급한 문제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일각에서는 "포르노는 음란하다"고 하는 모호한 가치판단으로 무조건 외면하려고만 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수밖에.

작금의 포르노가 다루는 소재들을 보면, 포르노란 남성 위주이고, 비윤리적이며, 불건전하다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미 웹하드에는 불륜과 근친상간과 집단강간을 소재로 한 외국산 포르노가 넘쳐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성 의식과 문화가 지금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이는 양지에서 이루어지는 성 담론에 한계가 있었다는 이유보다, 음지에서 저토록 활개치는 거대한 힘을 외면해왔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훨씬 더 크다. 그리고 이런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지불되고 있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포르노가 금지되어야 하는 명분은 힘을 잃었고, 금지로 인한 부작용이 더 커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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