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무첨가' 마케팅의 모순… 진짜 무첨가 음료를 마시고 싶다

옥송이 기자 2018.12.17 14:53:19

‘아스파탐(Aspartame)’을 아는가. 아스파탐은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공감미료 중 하나로,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단맛을 내는 성분이다. 막걸리를 비롯해 우리가 즐겨 마시는 주류와 음료 대부분에 사용되는 성분이다. 

 

막걸리의 경우, 일반적으로 곡물을 빚어서 발효시키는 우리 고유의 술이라고 인식하지만, 이면에는 여러 불편한 진실들이 숨어있다. 우선 쌀, 밀 등의 곡물을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수입산 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급 막걸리 제품을 포함해도 서울탁주제조의 경우 수입 쌀 사용 비율이 80%를 넘으며, 지방 막걸리 회사들은 무려 90%가 수입산을 사용한다. 또 오랜 시간 발효시키지 않고,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를 사용해 단맛을 내는 제품들이 다수다. 

 

그래서 한동안 ‘진정한 막걸리의 맛을 느끼겠다’며 인공감미료가 없는 진짜 막걸리를 찾아다니는 애주가들도 있었지만, 시중에서 아스파탐 없는 막걸리 찾기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시중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무(無)아스파탐 막걸리는 약 3종류 밖에 되지 않아서, 동네 슈퍼 몇 곳을 들러도 허탕 치기 쉽다.

 

시중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無아스파탐 막걸리들. (왼쪽부터)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 경주법주의 '쌀막걸리', 국순당의 '옛날막걸리古'

 

이처럼 아스파탐이 많이 사용되는 건 ‘가성비’가 아주 높은 인공감미료이기 때문이다. 무려 설탕의 200배에 달하는 단맛을 내기 때문에 소량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깔끔한 맛으로 인해 막걸리는 물론 맥주, 소주 등의 주류와 심지어 다이어트콜라에도 사용된다. 

 

무첨가를 강조하는 여러 음료수에도 아스파탐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스파탐이 들어가지만 무첨가라고 광고할 수 있었던 까닭은 현행 국내 주세법과 식품위생법, 식품 등 표시기준 등이 주류의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6월 주류 제품에도 당류와 열량 등을 표기하도록 하는 ‘주류 영양성분 표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대부분의 주류업체들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불과해서다. 일각에서 국내 주류업체들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아스파탐이 해로운 성분이라는 결론이 나온 건 아니다. 아스파탐의 유해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당과 같이 g당 4cal의 열량을 내지만, 설탕의 200분의 1이라는 극히 적은 양만 사용해도 충분한 단맛이 나기 때문에 열량을 무시하고 마음껏 해당 음료들을 마셔도 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그래도 인공감미료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펩시의 다이어트 콜라 제품. 0칼로리가 표기돼 있다. 사진 = 펩시 

 

저칼로리 음료의 흥행을 불러온 '다이어트 콜라'의 경우 '0㎉'라고 표기돼 있어 살이 찌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을 주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일반 콜라를 마셨을 때보다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욕구를 더 키워 다이어트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알 권리다. 또, 아스파탐이 없는 음료 및 주류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분명 존재한다. 아스파탐의 유해·무해 논란을 떠나, 제조 과정에서 아스파탐을 사용했으면 명확히 그에 대한 사실을 표기하고,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는 ‘無아스파탐’ 표기를 명기하는 건 어떨까?

 

업체 입장에선 가성비나 맛 등의 이유로 인해 아스파탐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진정한 무첨가 음료가 출시된다면 분명 그를 원하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아스파탐 없는 무첨가 막걸리의 종류가 늘어난다면 주당들에겐 희소식이 될 것이다. 무첨가 마케팅의 모순을 벗어난 진정한 무첨가 음료가 탄생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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