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올해 안에 반으로 나뉜다? 중간지주사 전환 추진에 ‘설왕설래’

“자회사 상장으로 기업가치 증대” vs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

정의식 기자 2019.01.15 15:31:19

CES 2019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 = SK텔레콤

CES 2019 현장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중간지주사 전환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올해 안에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되고, 새로 만들어진 SK텔레콤 투자회사가 SK텔레콤 사업회사와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등 여러 자회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다. 중간지주사 전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SK텔레콤은 세액 절감은 물론 자회사 상장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가능성에 불과할 뿐”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올해 안 중간지주사 추진”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9 현장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중간지주사 전환 추진에 대해 “SK하이닉스 지분을 20% 가지면서 주인인 척하는 것보다는 30% 정도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는 방안이 무엇일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 안에 가능하려면 많은 도움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계획이 상반기 ICT업계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박 사장의 이날 발언을 대부분의 언론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올해 안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박 사장을 비롯한 SK텔레콤 수뇌부가 수차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고, 실제로 SK텔레콤의 기업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SK그룹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SK하이닉스에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최근 수년간 SK그룹 내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 들어 반도체 경기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며 경쟁력 강화가 시급해졌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M&A에 나서려고 하니,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로 있는 특수성이 악조건으로 작용했다.

SK그룹의 지배구조. 자료 = NH투자증권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 입장에서는 손자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려고 할 때 해당 기업의 지분 100%를 소유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M&A 투자를 막는 일종의 족쇄인 셈이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바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는 지주사의 자회사가 되므로 손자회사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더해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11번가, ADT캡스 등 여러 자회사의 상장을 통한 SK텔레콤의 기업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이전부터 SK텔레콤은 이동통신사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현재의 모습이 아닌 반도체와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ICT 전반을 아우르는 알파벳‧소프트뱅크 같은 종합 ICT회사로 변신하겠다는 비전을 내비쳐왔다. 그 비전을 이룰 방도로 제시된 것이 지난 2017년부터 박 사장이 추진해온 ‘중간지주사 전환’이다.

자금 마련 관건… 해법은 ‘물적 분할’

문제는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개정 공정거래법에서 지주회사가 상장된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할 지분율이 20%에서 30%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현재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약 3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 반도체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SK하이닉스 지분 확보 비용이 예상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25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약 9만 7700원의 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초인 1월 4일에는 5만 6700원의 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소폭 반등해 1월 14일 주가는 6만 210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가 8만 원대였던 지난해 8월 당시에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의 주가 10%를 취득하려면 약 5조 80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했으나, 주가가 6만 원대 초반인 올 초 기준으로는 약 4조 6000억 원이면 같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불과 6개월 사이에 약 1조 20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박 사장이 CES 2019 현장에서 “SK하이닉스의 주가 추이를 고려하면 지금이 추가 지분을 확보하기 좋은 시기일 수 있다”고 언급한 이유다.

물론 4조 6000억 원 역시 작은 금액은 아니다. 과연 SK텔레콤은 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까? 가장 유력한 방안이 바로 ‘SK텔레콤의 물적 분할’이다. SK텔레콤을 이동통신 사업부문과 투자 사업부문으로 물적 분할한 후 ‘SK텔레콤(투자회사)’을 중간지주사로 전환시키고, 이동통신사업부문인 ‘SK텔레콤(통신회사)’은 자회사로 남기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시 지배구조 개편. 사진 = 한국투자증권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 지주회사가 분할된 이동통신업체를 재상장시키면서 보유 지분을 매각해 유입된 현금과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의 일부로 하이닉스 지분을 매입하고, 하이닉스는 자사주(현재 6%)를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하이닉스 지분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물적 분할 방식으로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에 성공할 경우 ▲SK하이닉스 배당을 SK텔레콤 주주에게 배분하는 등 배당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SK브로드밴드(유선통신), ADT캡스(보안), 11번가(커머스) 상장, ▲물적 분할된 이동통신 자회사 재상장 등을 통해 자회사의 지분가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희재 대신투자증권 연구원도 비슷한 방식의 중간지주사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중간지주사 전환은 물적 분할로 진행되어 SK텔레콤 통신사업 자회사를 재상장하는 과정에서 유입되는 현금으로 SK하이닉스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방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SK텔레콤 통신회사는 2019년 예상 순이익 1조 원으로 통신업종 공통 PER 12배 적용시 12조 원의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기업가치에 대해서는 “ADT캡스의 인수금액과 11번가 투자유치 금액을 반영하면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약 28조 원으로 주가가 약 35만 원에 달할 것이며, SK하이닉스 배당이 SK텔레콤 배당에 연계되고 11번가 흑자전환 및 ADT캡스 시너지 발생 시 최소 시총 33조 원, 주가 40만원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하나금투 “물적 분할 시나리오, 가능성 60% 불과”

이렇듯 SK텔레콤이 물적 분할을 통한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는 건 증권가에서 거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물적 분할은 SK텔레콤의 의지가 아닌 정부의 스탠스가 중요한 변수”라며 “SK텔레콤 물적 분할 시나리오의 성사 가능성은 60%에 불과하며 시기도 불확실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에 따르면, 아직 공정거래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고, 앞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된다 해도 SK텔레콤이 지배구조를 개편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법령의 특성상 소급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지분을 꼭 30% 이상으로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CES 2019에 참가한 SK 관계사 공동 전시 부스에서 관계자들이 단일 광자 라이다(LiDAR)와 HD 맵 업데이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김 연구원은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외국인 지분한도의 제한이 없어지고, 비상장사로서 회계 감사를 받지 않는 문제 등이 도마에 오를 공산이 크다”며 “정부가 이에 대해 면죄부를 주지 않는 이상 SK텔레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이 물적 분할한 이후 이동통신 회사의 상장이 이뤄질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그는 “SK텔레콤은 장외에서 전략적 제휴업체에게 20~30% 무선사업부문 지분만 매각해도 SK하이닉스 지분 인수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요금 인하 강도가 높은 국내 현실을 감안 시 비상장으로 내려가는 무선부문을 굳이 다시 상장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SK텔레콤이 물적분할을 추진함에 따른 하이닉스 고가 지분 취득 논란, 대규모 주식 매수 청구권 발생 가능성, SK텔레콤 통신회사 상장에 따른 수급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자회사 이익 기여도 향상으로 올해 통신 3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 성장이 예상되고, 2020년 말에 자율차/스마트시티 구현이 가능한 5G SA(단독 표준)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 이에 따른 SK텔레콤의 확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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