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은 광고주, 작가 5인은 고용 인력이 되는 ‘유어서치’전

플랫폼 자본주의 사회의 현재와 청년 세대의 미술 고민

김금영 기자 2019.01.18 10:53:05

‘유어서치, 내 손안의 리처시 서비스’전이 열리는 전시장 입구.(사진=두산갤러리)

두산갤러리는 신진기획자 양성프로그램인 두산 큐레이터워크샵 기획 전시 ‘유어서치, 내 손 안의 리서치 서비스’를 2월 20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두산 큐레이터워크샵의 8회 참가자 유은순, 유지원, 이진의 공동 기획 전시다.

‘유어서치, 내 손 안의 리서치 서비스’는 플랫폼 자본주의 사회의 현재와 청년 세대의 미술을 고민한다. 이번 전시는 기획자가 일종의 기업운영자로서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유어서치를 설립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전시장은 새롭게 론칭하는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한 가상의 홍보 행사장으로 바뀌고, 다섯 명의 참여 작가 김대환, 김웅현, 이동근, 이윤서, 정유진은 회사의 고용 인력으로 클라이언트로부터 리서치 서비스를 의뢰받아 리서치를 수행해 결과물을 제공한다. 전시장을 방문하는 관객은 잠재적인 클라이언트이자 회사에 투자할 광고주로 설정된다. 출품작은 리서치 의뢰 전 미리 결과물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샘플 결과물로서 전시된다.

전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본격화된 웹 2.0시대에 정보를 수용하고 가공하는 방식의 변화를 살펴본다. 오늘날 정보는 단지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누구나 정보 생산자로서 주어진 정보를 활용하고 가공할 수 있다. 출품작은 참여 작가들이 웹 정보를 기반으로 정보를 가공하는 방식을 반영한다.

또한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에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무임 노동, 고용 불안정성의 문제와 미술계의 노동의 문제를 교차해 살펴본다. 전시를 만들기 위해 미술계 종사자는 각종 분야의 전문가, 디자이너, 공간 연출자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협업하고, 참여 작가에게 커미션을 요청하며 은근히 무임 노동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또한 일시적인 프로젝트 위주로 돌아가는 미술계의 특성은 고용 불안정성의 문제를 강화한다.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자기주도형 인재를 이미 선취한 미술계의 현실을 통해 ‘판을 짜는’ 혹은 플랫폼을 만드는 기획 모델에 대한 재고를 요청한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잠재적인 가치 교환의 대상으로, 전시장을 방문한 관객을 리서치 서비스를 이용할 소비자이자 투자자로 가정해 전시를 보는 다른 능동성을 발휘하는 장을 펼친다. 이를 통해 전시를 보는 능동성이 일종의 소비자의 능동성과 겹쳐질 수 있는 것인지 질문한다.

참여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기존 작품 23점을 포함해 신작 23여 점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윤서는 웹 환경에서 이미지의 빠른 확산과 증가를 다급하게 좇아 캔버스에 재현한다. 기존 작품에 더해 전시 기간 동안 3회에 걸쳐 새로운 신작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동근은 앎에 대한 작가 자신의 의지를 낭만적일만큼 명료한 수학, 과학적 언어에 빗댄 신작 ‘광학적 기만(구): 6번째 시선을 위한 5번의 변수들’(2018)을 선보인다.

현실의 사건사고를 만화나 미디어를 통해 접한 비현실적 이미지와 서울의 흔한 건축자재를 활용한 조형물을 선보여 온 정유진은 체르노빌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과 문어 파울에서 영감을 받은 ‘무자비둥’(2019)과 ‘점쟁이 문어 파울의 부활’(2019)을 선보인다.

김웅현은 리서치를 바탕으로 가상의 태국 여행 패키지 상품을 제작한다. ‘란빠쌈란’(2019)은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과 현실이 교묘하게 중첩, 직조되면서 만들어지는 내러티브와 이미지를 관람객이 일종의 체험공간 속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김대환은 조각의 스케일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전시 공간과 출품작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동선과 여백, 작품과 조응하는 작품 ‘안녕휴먼?’(2019)을 전시장 곳곳에 설치해 관객의 동선과 색다른 전시 경험을 유도한다.

한편 두산 큐레이터워크샵은 한국 현대미술계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신진 큐레이터를 발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3명의 큐레이터를 선정해 1년 동안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 세미나, 워크숍으로 현대미술의 이론과 현장을 깊이 있게 다룬다. 1년의 교육기간 후, 두산갤러리에서 3명이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해 봄으로써 1년간의 연구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큐레이팅 기회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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