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싸울 공기청정기' 고를 때 꼭 따져볼 두 가지는?

방 면적, 어떤 필터 방식 쓰는지 확인해야… 스마트 기기와 연동 모델도

옥송이 기자 2019.01.30 14:17:14

지난 29일 미세먼지로 뿌옇게 뒤덮인 부산 광안리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추위와 미세먼지의 반복. 한반도의 겨울 날씨가 ‘삼한사온’이 아닌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뜻의 신조어)’로 바뀐지 오래다. 건강을 해칠 정도의 미세먼지가 연일 한반도 상공을 뒤덮으면서, 시민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깨끗한 공기’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KF(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검정을 거친 제품)인증지수가 높은 마스크는 물론, 공기청정기는 새로운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갓 사회 초년생이 된 청년층도 예외는 아니다. 자취방 월세와 생활비를 제외하면 수중에 남는 돈이 많지 않아 최저의 비용으로 깨끗한 공기를 누리려는 한 청년의 사연을 들어봤다.

 

자취생 구보씨의 일일, “적은 월급이라도 내 건강 위해 투자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7살 구보씨. 1년여의 백수생활 끝에 얻은 직장을 다니기 위해 집을 나와 지금 살고 있는 원룸을 구했다. 크기는 8평으로, ‘원룸 치고’ 작지는 않은 평수다. 저렴하면서 넓은 평수를 찾다보니 오래된 건물로 오게 됐고, 그 대가는 ‘장난 아닌’ 겨울 난방비다. 멋모르고 난방을 돌린 탓에 가스비 6만 원이 나온 이후, 실내 난방 온도는 늘 11~13도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알뜰살뜰한 구보씨지만 최근 고민이 있다. 다름 아닌 미세먼지 때문.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아 늘 비염을 달고 사는 탓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극성인 날은 그의 몸이 말썽이다. 다행히 그의 직장에는 공기청정기가 있지만, 그 외의 시간이 걱정이다. 출퇴근길에는 늘 KF인증지수가 높은 마스크를 착용해 ‘심적 안정’을 얻는다. 하지만 마스크 값도 무시할 수 없어,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서 최저가로 대량 구매했다. 

 

LG전자의 퓨리케어 공기청정기. 사진 =LG전자

 

이제 남은 곳은 그의 자취방. ‘자취방에 짐 늘리면 나중에 처치곤란’이라는 말을 수 없이 듣기도 했고, 월세나 생활비 등을 제외하면 그의 수중에 남는 돈이 많지 않은 터라 공기청정기를 사는 것은 다소 무리수라고 생각해왔지만, 이제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결국 좁은 원룸에 살지언정 내 건강을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 

 

소형 공기청정기나, 작은 평수에 적합한 공기청정기가 생각 외로 많이 출시돼 있었다. 검색을 하다 보니 구보씨 같은 자취생들 역시 공기청정기 구매를 고민하고, 실제 구입하는 사례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자취생들 사이에는 중국산 샤오미도 인기 제품이었다. "중국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 막상 미세먼지를 들이마시지 않기 위해 중국산을 써야하는 아이러니"에 쓴 미소를 짓고, 그는 미세먼지 수치까지 표기되는 LG전자 제품으로 큰맘 먹고 구매했다. 

 

공기청정기 한 달 사용해보니 … “심적 안정이 제일 커” 

 

구보씨의 전반적인 공기청정기 사용 후기는 ‘만족’이다. 인터넷을 통해 최저가로 주문한 이 제품을 처음 배송받았을 때는 생각보다 큰 덩치에 다소 당황했지만, 그래도 사용해보니 확실히 만족스럽다. 기대했던 만큼 공기가 확연히 다른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코가 깨끗해진 느낌은 물론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있을 것이라는 심적 안정감이 든다.

 

특히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창문을 잠시 열었다가 닫기만 해도 공기청정기에 ‘빨간 불’이 뜨고, 눈으로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역시 사길 잘했다. 더 빨리 살 걸 그랬다" 하는 생각이 드는 그다. 

 

LG전자의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는 색깔을 통해 공기 상태를 알려주며, PM 1.0 센서가 극초미세먼지까지 감지한다. 사진 = LG전자 

 

반면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다소 시끄러운 건 아쉽다. 평소에는 팬 돌아가는 소리가 잘 안 들리지만 공기가 좋지 않은 날은 확실히 팬 소리가 거슬린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 지금 공기가 안 좋구나. 공기청정기가 제 역할을 하네"라고 생각하면서 수긍한다.

 

공기청정기 각축전 … 다양한 기능, 평수에 따른 제품 출시 줄이어 

 

이처럼 미세먼지는 많은 한국인의 소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세컨드 가전(보조 가전)에 지나지 않았던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템으로 각광받는 게 좋은 예다. 이런 추세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미세먼지 문제가 본격  대두되면서 공기청정기가 주목받기 시작한 2017년, 공기청정기의 판매는 140만 대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250만 대, 올해는 3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은 전국민적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공기청정기의 판매도 상승세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마트에 따르면 1월의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전년대비 160~180% 가량 늘었고, 가전제품 매출 가운데 공기청정기의 매출이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전자랜드 역시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공기청정기 시장 1위인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등 공기청정기 업체 판매량도 전년 대비 약 두 배로 성장했다. 

 

이는 해가 거듭될수록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시민들이 자구책으로 공기청정기를 서둘러 구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외국 업체 등에서도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가격과 기능, 공간 면적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공기청정기 구매 시 따져봐야 할 것은?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제품의 용량이다. 즉, 사용할 공간의 면적에 알맞게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실제 사용하는 공간보다 공기청정기의 전용면적을 1.3~1.5배 정도 크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공기청정기는 전용면적을 ㎡으로 표기하는데, 7~8평의 원룸에 사용할 공기청정기를 고려한다면 38.9㎡나 40㎡ 용량의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는 것이 적합하다. 

 

(왼쪽부터) 샤오미의 '미에어2S', 위닉스의 '위닉스 제로2.0', 삼성전자의 '블루스카이 3000'. 사진 = 각 사 

 

두 번째는 필터다. 필터는 공기 청정 기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일반적으로 공기청정기는 팬으로 공기를 흡입한 후 필터로 오염물질을 제거한 뒤 깨끗한 공기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전용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초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헤파 필터의 경우 재사용이 어렵기 때문에 6개월~1년 단위로 교체해야 한다. 

 

1인가구를 기준으로, LG전자의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는 34만 9000원(38.9㎡), 삼성전자의 ‘블루스카이 3000’은 36만 원(40㎡), 위닉스의 ‘위닉스 제로2.0’은 26만 9000원(43㎡), 샤오미의 ‘미에어2S’는 22만 9000원(37㎡. 하이마트 정가 기준)이다. 네 제품 모두 자체 센서와 필터를 통해 공기를 정화하며, 색상을 통해 미세먼지의 오염도를 드러낸다.  

 

LG전자와 위닉스 제품은 6중으로 미세한 먼지까지 잡아내고 5대 유해가스를 제거한다. 삼성전자와 위닉스는 집진필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LG전자는 토탈알러지 집진필터를 사용한다. 삼성 측은 집진필터가 초미세먼지 기준인 2.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0.3㎛ 크기의 먼지를 99.999%까지 제거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블루스카이 3000'은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사진 = 삼성전자 

 

LG전자·삼성전자·샤오미 3사의 공기청정기는 IoT(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돼 스마트폰과 연동되며, 샤오미와 LG전자 제품의 경우 상단의 화면을 통해 구체적인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위닉스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매뉴얼은 물론 점자 가이드 버튼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공기청정기를 찾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작은 공간에 적합한 상품도 판매가 늘고 있어 일반 가정집 내의 각 방이나 원룸 등 1인 가구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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