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상장 4사 2019년 과제 ③티웨이항공 정홍근] '장거리로 차별화' 달성하려면 수익성 회복부터

윤지원 기자 2019.02.18 09:38:11

티웨이항공 정홍근 대표(가운데)와 객실 승무원들이 지난 2017년 12월 신규 제작한 보잉 737-800 항공기 도입을 기념하고 있다. (사진 = 티웨이항공)

2019년 저비용항공사(Low-cost carrier, 이하 LCC) 업계의 전망은 안개 속이다. 한동안 떨어지던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국토교통부가 국적 LCC의 신규 면허 심사를 추진하고 있는 데다 외국 항공사들까지 국내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이에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LCC 업계 4개 상장사 대표이사들의 올해 경영 과제를 살펴봤다. 세 번째는 티웨이항공의 정홍근 대표이사 사장이다.

 

지난해 국내 상장 LCC 네 곳은 모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우선 1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나란히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3, 4위 LCC의 실적도 증가했다. 티웨이항공은 매출 7319억 원, 영업이익 455억 원의 실적을 거뒀으며, 에어부산은 매출 6546억 원, 영업이익 202억 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전년 대비 매출은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3위 티웨이와 2위 진에어의 실적 격차는 매출 2788억 원, 영업이익 161억 원이다. 이는 2017년의 3299억 원, 366억 원과 비교해 각각 15.5%, 56.0% 감소한 수치다. 한편, 티웨이와 에어부산의 잠정 실적 격차는 매출 773억 원, 영업이익 253억 원이다.

매출액 차이만 봤을 때는 1, 2위 경쟁보다 3위 다툼이 더 치열한 형국이다. 티웨이와 에어부산 사이에는 2017년 실적 역전이 일어났고, 지난해 하반기 나란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등 여러 면에서 라이벌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두 기업 대표이사의 신년 과제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사장. (사진 = 티웨이항공)


③ 티웨이항공 정홍근 대표: 취임 3년간 흑자전환-순위역전-상장까지 '순항'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1958년생으로 대한항공, 진에어 등을 거쳐 티웨이까지 30년 이상 항공업계에서 일해왔다. 특히 국내 영업 및 일본 지역 서비스 쪽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 전문가다. 2013년 티웨이로 이직한 정 대표는 2015년 12월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정 대표는 취임 후 먼저 티웨이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선택과 집중에 주력했다. 무모한 외연 확장에 눈을 돌리기보다 적극적인 노선 차별화와 대구공항의 항공 수요를 공략하는 효율적인 기재 운영으로 수익성을 빠르게 개선했다.

우선, 대구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노선 차별화 전략이 성공적이었다. 티웨이는 대구경북 지역의 잠재 항공 수요를 고스란히 끌어안았다. 그 결과 티웨이는 4년 연속 대구공항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항공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티웨이가 운영하는 국제선의 3분의 1 가량이 대구공항에서 출발한다. 이를 바탕으로 티웨이는 지난해 420만 명(2017년 328만 명)에 달하는 국제선 이용객을 수송했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통계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티웨이의 지난해 월별 국제선 평균 여객 증가율은 전년 대비 29%로, 상장한 저비용항공사 중 가장 높았다.
 

(왼쪽 세번째부터) 남흥섭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장, 배기철 대구광역시 동구청장, 배지숙 대구광역시의회 의장,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이승호 대구광역시 경제부시장, 박갑상 대구광역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 조무영 부산지방항공청장, 김용섭 삼성전자 구미사업소 무선사업부 인사지원그룹장 등이 지난해 11월 29일 대구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티웨이항공의 대구~구마모토 노선 및 대구~하노이 노선 신규 취항을 기념하는 신규 취항식을 가졌다. (사진 = 티웨이항공)


일본과 미국 사이 '5자유 운수권'을 적극 활용해 항공 노선을 다른 항공사들과 차별화한 점 또한 실적 성장에 보탬이 됐다. 5자유 운수권은 항공자유화 협정상 9가지 운수권 가운데 하나로, 한 나라에서 출발해 다른 나라에서 또 다른 나라로 가는 여객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권리다.

티웨이는 이러한 5자유 운수권을 활용해 2015년부터 대구~오사카~괌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 노선은 영업이익률이 30% 수준을 보여 노선 수익이 좋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전략은 주효했다. 정 대표 취임 당시 티웨이가 보유한 항공기는 단 5대 뿐이었지만, 2016년부터 티웨이의 실적은 꾸준히 증가했다. 덕분에 한때 면허 취소 위기에까지 몰렸던 티웨이는 2017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뿐만 아니라 실적 면에서 에어부산을 넘어 업계 3위 자리에도 올라섰다.

티웨이의 흑자 전환을 이뤄낸 정 대표는 이제 기세를 몰아 회사의 규모를 키워 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지난해 티웨이는 13개 신규 노선을 확장하고 5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했고, 올해도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6월 보잉사(社)의 ‘737 맥스(MAX) 8’ 기종 첫 도입을 앞두고 지난 1월 24-25일 양일간 서울 강서구 티웨이항공 본사에서 보잉 EIS(Entry-Into-Service)팀이 주관하는 신기종 도입준비를 위한 컨퍼런스(T’way Boeing Regulatory Planning Conference)를 열었다. 보잉사 관계자가 737 MAX 8 기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티웨이항공)


LCC 경쟁 심화 속 뚜렷한 차별화 시도

3위에 올라섰다고 해서 안심할 단계도, 만족할 단계도 아니다. 진에어가 주춤대는 기회를 틈타 간격을 좁히는 것도 노려봄직 하다. 한편 4위로 밀려난 에어부산도 지난해 말 코스피에 상장하는 등 언제든 재역전을 노릴 수 있는 저력이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LCC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비상장 LCC인 이스타항공도 언제든 치고 올라올 만한 저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현재 신규 LCC 사업 면허를 심사하고 있어 제7, 제8의 경쟁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점점 더 경쟁이 격화되는 시장 환경에서 티웨이는 중장거리 노선 진출에 따른 차별화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회사 규모를 키운다는 목표로 2019년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티웨이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중대형기인 보잉 737 MAX 8 항공기(이하 맥스8)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티웨이는 올해 총 7대의 항공기를 도입해 연말까지 총 30대 규모의 기단을 갖출 예정인데, 신규 도입 예정 항공기 중 4대가 맥스8이다.

맥스8은 기존의 주력 기종인 보잉 737-800 항공기보다 항속거리가 길어 현재 운항 중인 도시들보다 더 먼 거리의 운항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티웨이는 우선 싱가포르나 몽골 등 최근 새롭게 개척되기 시작한 노선들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앙아시아 등 더욱 다양한 노선을 취항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정 대표는 2025년까지 대형항공기 10대를 확보해 유럽과 북미 등 장거리에도 진출하겠다는 자신의 비전을 실현해 나갈 예정이다. 정 대표는 지난 2017년 6월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티웨이블로썸 2025 비전선포식’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2025년 매출 2조 원, 연간 수송객수 200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LCC의 고정관념을 깨고 유럽과 북미 노선까지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낸 건 국내 LCC 업계에서는 티웨이가 처음이다.

티웨이는 항공 자유화지역인 미국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에 우선 진출한 뒤 런던, 파리, 로마 등 유럽 인기 노선까지 취항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티웨이항공이 지난해 8월 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식을 가졌다. (사진 = 티웨이항공)


미미했던 상장 효과-고유가 타격 만회 방안 마련해야

정 대표가 올해 목표를 무난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우선 티웨이가 규모 확장과 장거리 노선 운영에 따른 차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안정적인 투자자금 확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티웨이는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1일 코스피에 상장했지만, 투자 수요 확보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티웨이의 주가는 당초 희망공모가(1만 4600원~1만 6700원)의 하단에도 못 미치는 1만 2000원으로 시작했고, 그나마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더니 연말까지 40% 가까이 감소했다.

상장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기대 이하였지만 기단 확보 스케줄은 계획대로 추진했다. 수익률 하락에도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금융비용 부담까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티웨이는 지난해 다른 국적항공사들과 마찬가지로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에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그 결과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2017년에 LCC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티웨이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4대 상장 LCC 중 가장 낮은 영업이익률을 나타냈고, 이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0%가 넘는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적자전환하기까지 했다.

따라서 티웨이가 앞으로 계획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 변화에 가능한 휘둘리지 않고 일정수준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티웨이항공은 매년 객실승무원들이 직접 모델로 참여한 새해 달력을 제작하고, 이를 기내에서 판매해 마련된 수익금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해 왔다. 티웨이항공 객실승무원들이 '버킷리스트'를 주제로 제작된 2019년 새해 달력의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티웨이항공)

 

지난해 신규채용된 티웨이항공 32기 신입승무원들이 지난해 5월 25일 10주 간의 훈련을 마친 수료식에서 새로 받은 유니폼을 입고 티웨이항공의 상징인 '쉼표' 형태로 모여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티웨이항공)


2019년 실적 전망은 '맑음'


다행히 업계가 보는 티웨이의 올해 전망은 밝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형 항공기 맥스8을 도입하는 올해 하반기부터 티웨이의 매출 증가 및 수익률 향상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형 항공기는 공급 좌석수와 운항거리만 늘어날 뿐 아니라 연료 효율성도 20% 개선된 기종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베트남 노선의 경우 국내 LCC 중에서 티웨이가 가장 많은 8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는 점도 실적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인천-나트랑 노선은 20일부터 취항 예정).

베트남은 이미 티웨이의 동남아 노선 매출 가운데 19.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티웨이는 점점 늘어나는 베트남 수요에 맞추기 위해 지난해 6월 국내 LCC 중 최초로 베트남 현지의 객실승무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 이러한 요인들을 바탕으로 티웨이의 올해 실적을 8690억 원, 영업이익 883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올해 대비 90% 이상 수직상승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 눈에 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올해 새로 도입할 맥스8 기종에 대한 업계의 기대치에 대해 “새로운 기종의 항공기를 처음으로 도입하는 만큼 각 분야에서 철저하게 준비해 고객을 안전하게 모실 것”이라며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베트남 지역에 더욱 다양하고 차별화된 노선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지난 기사 보기

[상장 LCC 4사 2019년 과제]

① 제주항공 이석주 사장: 새 항공기 대금 5조원 조달 방법은?
② 진에어 최정호 대표: 악재 속 연임-경영정상화 이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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