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어닝쇼크 공포’ 확산 속 현대차만 잘나가는 이유

정의선표 수소차 효과…투자자들, 미래에 베팅

손정호 기자 기자 2019.02.18 10:16:13

1월 30일 정의선 부회장이 경기도 화성의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수소연료전지차를 시승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정호 기자) 주요대기업들의 어닝쇼크 태풍이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그룹의 주가만 ‘나홀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작년 4분기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이었음에도 큰 동요가 없었다는 점에서 주가가 악재를 뚫고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현대차의 미래에 베팅한 이유는 뭘까.

증권가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60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2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수요 감소로 증시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 분야의 실적악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보다 무려 38% 줄었고, SK하이닉스는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도 국제 유가 급락으로 실적 부진에 예고된 상태다.

한마디로 ‘어닝쇼크 공포’가 재계 전반을 뒤덮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주가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작년 11월 22일 3개월 내 최저점(9만2500원)을 보였지만 이후 상승세로 반전해 올해 들어 13만원을 돌파한 뒤 줄곧 이 언저리를 지키고 있다.

더구나 현대차가 작년에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더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에 연결기준 매출 97조2530억원, 영업이익 2조4220억원을 보였다. 전년(2017년)과 비교해 매출은 0.9%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47%나 하락했다.

특히 자동차부문의 성적표는 ‘최악’ 수준이었다. 작년 자동차부문 매출은 75조2650억원, 영업이익은 1조5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59%나 줄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 속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 점이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 여기에다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리콜 등으로 인한 비용도 일부 발생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내리막길을 걷던 실적이 작년 3분기에 바닥을 치고, 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긴 어둠의 터널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 비추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 현대차는 3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부터는 실적이 ‘턴어라운드’ 하는 모습을 보였다. 4분기 매출 25조7000억원, 영업이익 5011억원을 달성했는데,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35.4% 줄었지만 매출은 4.8% 성장했다.

이는 3분기보다 양호한 수준이다. 3분기에는 매출 24조4337억원, 영업이익 2889억원을 보였다. 매출은 1%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이 76%나 감소했다.

 

1월 17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울산시청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특히 4분기에는 자동차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매출 25조6700억원, 영업이익 4630억원으로 각각 9.3%, 556.7% 성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CNB에 “올해는 펠리세이드의 미국 판매도 시작되기 때문에 판매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볼륨급 신차 등이 출시되면서 브랜드 라인업 확대가 이뤄질 것이다. 인지도가 개선되면서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현대차의 올해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 업체인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1분기 매출 23조5471억원, 영업이익 890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같은 때보다 4.9%, 30.8% 성장한 수치다.

현대차 뿐 아니라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이른바 ‘현대차 4인방’의 1분기 실적 또한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文대통령과 ‘친환경’ 코드 맞아

주가를 견인하는 또다른 이유는 투자자들의 ‘수소차’에 대한 믿음이다.

현대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다. 기아자동차와 함께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부품 계열사만 9개에 달한다. 그룹 차원에서 발휘할 수 있는 시너지효과가 큰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소전기자동차 등 미래수요가 큰 시장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기대감의 배경으로는 ‘정의선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은 작년 9월 사실상 그룹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이자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공동회장에 취임했는데, 수소위원회에는 도요타와 BMW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공동회장에 취임하며 수소경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와 민간 차원의 협력을 제안했다. 또 그는 오는 2030년까지 수소차 생산능력을 연 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7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수소차 플랜’이 문재인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맞아떨어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새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시청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오는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생산, 수소 충전소 1200개를 구축하겠다는 플랜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수소차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현대차의 계획과 현 정부의 로드맵이 자연스레 접목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의 수소차 플랜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CNB에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플랜을 이미 짜뒀다”며 “넥쏘 등 수소차를 확대하면서 친환경차 보급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정용진 연구원은 CNB에 “현대차는 2018년 출시한 신차 모델이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정의선 부회장 체제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혁신이 같이 진행된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보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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