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리는 선택이 아니라 국민 절반의 숙명이다”

생리대 파동 이후 개선된 점 많지만, ‘사회적 인식 개선’ 여전히 필요

옥송이 기자 2019.03.05 15:00:46

지난 2017년 여성환경연대가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일회용 생리대의 각종 유해 물질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생리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절반 국민의 숙명이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터졌던 지난 2017년, 생리대 전수조사와 관련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정부를 질타하며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했던 말이다. 그리고 약 1년 반의 시간이 지났다.

 

최근의 생리대 시장을 취재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여성 소비자들의 변화였다. 유해성 논란이었지만 그 일을 계기로 오히려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사랑하게 됐다는 소비자, 또 소중한 나를 위해 안전하고 다양한 생리용품을 시도하게 됐다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처럼 월경 당사자인 여성 소비자들의 태도는 점차 주체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반면, 아직 우리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까지 이르렀다고 보긴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월경은 인류의 절반이자 국민의 절반이 ‘숙명적’으로 치러야 하는 일이지만, 여성들은 변함없이 생활 속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으며 ‘생필품’임에도 비싼 가격의 생리대를 당위적으로 구매한다.

 

물론 월경에 대한 언급조차 꺼리던 예전에 비해 쉬쉬하던 분위기는 다소 경감됐지만, 여전히 월경은 사회적으로 논의될 만큼 공공연한 주제는 아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월경에 대해 잘 모른다.

 

월경은 여성에게 있어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는 일상이다. 자발적인 의지와 상관없이 한 달에 한 번씩 월경을 해야 하며, 개인에 따라 극심한 월경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렇게 평균 40년이다. 평생 약 400회에 걸쳐 피를 흘리며, 가격으로 환산하면 1년에 최소 12만 원에서 17만 원의 생리용품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월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한 대형마트에 비치된 일회용 생리대의 모습. 한국의 일회용 생리대 1개의 평균 가격은 331원으로,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비싸다. 사진 = 연합뉴스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만큼, 많은 여성들은 월경으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를 생활 속에서 감수한다. 직장인들에게는 생리통이 극심한 날 하루를 쉴 수 있는 ‘생리 휴가’라는 제도가 엄연히 있지만, 직장 내 눈치가 보여서 통증을 애써 참아가면서 일하는 경우가 다수다. 학생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을 ‘입증’해야만 생리대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나마 공공시설 이용과 관련해서는 조금 나아진 분위기다. 지난 2006년 수영장을 이용하는 여성들은 월경으로 인해 일정 기간 강습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한 시민의 제안 이후, 여성들의 수영장 요금에 할인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일었다. 그 이후 각 지자체 별로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현재 많은 지자체들은 가임기 여성(12 또는 13세~55세)에게 10%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 관리 하에 있는 공공 수영장에만 해당되는 사례지만, 이마저도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난 변화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월경’과 관련된 제도와 환경이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생리용품 종류도 이전보다 다양해졌고 스스로 월경 앞에서 당당해지려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인식이 단번에 바뀔 리 만무하다.

 

하지만 앞서 깔창생리대, 생리대 파동으로 인해 월경과 생리용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만큼, 현재가 월경을 둘러싼 사회적인 논의와 공감대 형성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적기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월경은 ‘당당한 것’ 생리용품은 ‘생필품’이라는 인식 개선이 첫 걸음이다. 그를 위해선 학교 교육도 필수적이다.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돼야 월경이 여성의 인권이자 건강권이라는 공감까지 나아갈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여성들의 건강권 증진과 일상생활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시설 화장실 10곳에 비상용 생리대자판기를 배치했다. 서울시 측은 시민들의 지속적인 요청과 미국 뉴욕시의 '무료 탐폰 도시 선언' 등 국제 동향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해외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뉴욕시에서는 지난 2016년 공립학교와 교도소, 노숙자 보호소 등에 무료로 생리대와 탐폰 자판기를 제공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스코틀랜드는 지난해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호주와 인도 정부는 생리대 및 탐폰에 부과하던 세금을 철폐하기로 결정했다. 

 

여성이라면 사용이 불가피한 생리용품을 차별 없이 사용하고, 생리용품을 ‘공공재’로 봐야한다는 공감이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2016년 무료 생리대 법안 통과 당시 뉴욕시의회 의원은 “여성 위생용품은 화장실 휴지와 같은 필수품”이라며 “이번 법안 통과는 여성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 역시 월경을 여성의 ‘인권’이자 ‘건강권’으로, 또 생리용품을 ‘공공재’로 바라보는 인식과 합의가 이뤄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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