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택시‧카풀 대타협, 잘됐나? 택시 귀한 밤11~12시는 그대론데?

택시기사들 “카풀 허용 잘못” vs 풀러스‧쏘카 “혁신 아닌 퇴행”

정의식 기자 2019.03.12 16:28:10

7일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왼쪽 세 번째)과 택시·카풀 업계 대표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합의안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약 5개월 간의 진통 끝에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양측은 출퇴근 시간에 한해 제한적으로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고, 택시월급제,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등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와 여야가 일제히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시민들도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지만, 정작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일각에서는 합의에 부족한 점이 많다며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기구, 한 발씩 양보해 대립 극복

3명의 택시기사가 분신자살을 시도하고, 그 중 2명이 숨을 거뒀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갈등을 야기했던 택시업계와 승차공유업계의 마찰이 일단락됐다.

지난 1월 22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단체, 카카오모빌리티,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국토교통부의 참여로 출범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지난 3월 7일 ▲출퇴근 시간에 한해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고 ▲택시노동자 월급제 도입 등을 합의하기에 이른 것.

지난 1월 18일 여의도 국회 앞 카풀반대 분신 택시기사 분향소 모습. 카카오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카풀 시범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 = 연합뉴스

합의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우선, 카풀은 여객운수사업법 등 현행법의 본래 취지에 맞도록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와 오후 6∼8시에 한해 허용된다. 다만,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영업일에서 제외된다.

택시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규제 완화도 적극 추진한다. 우선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올해 상반기 중 출시해 택시산업과 공유경제의 상생을 도모할 예정이다.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란 기존 택시에 플랫폼 서비스를 적용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으로, 구체적인 형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 당국이 함께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외에 국민 안전을 위해 초고령 운전자의 개인택시를 감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택시업계의 승차거부 근절과 친절한 서비스 정신 준수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다만 ‘초고령’의 기준은 정하지 못했다.

여야‧택시업계‧카카오 “절반의 성공”

이번 합의는 사회적으로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는 사안에서 이익집단 쌍방이 협의를 통해 합의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해소 방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정부‧여당 측의 평가가 높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5개월 동안 150여 차례에 걸친 공식·비공식 회의를 통해 심도 있는 대화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두 분의 택시 기사가 안타깝게 분신 사망했고 한 분의 사고가 있었다. 이런 국가적 혼란과 갈등을 멈추기 위해 모든 분들이 많은 지혜와 힘을 모아왔다”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면서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국민 힘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조금씩 양보한다는 자세로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 측도 환영 입장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논평에서 “카풀 허용을 통해 택시산업과 공유경제 상생 발전을 위한 타협이 이루어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으며,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합의를 환영한다. 정부와 국회가 후속 조치를 성실히 논의하고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구성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3/7 카풀 합의 거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택시업계 대표자들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이번 합의에 다 만족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성공이라고 본다”며 “교섭이라는 것이 한쪽으로만 치우칠 수 없는 만큼 대국적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도 “이번 합의는 선언적인 큰 틀에서의 합의”라며 “당정과 택시 4개 단체,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하는 실무협의회도 꼼꼼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갈등의 진원지였던 카카오T 카풀 시범 서비스의 당사자 카카오모빌리티도 이번 합의안에 대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보다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능해지도록 규제 혁파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며 “이번 타협을 시작으로 이용자와 업계 종사자 모두를 위한 새로운 모빌리티 혁신 생태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와 여야는 물론, 합의에 참가한 당사자들은 대체로 이번 합의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풀러스‧타다 “원래 허용되던 것을 제한한 합의”

먼저, 현장의 택시기사들은 카풀이 허용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별도의 교육과 면허를 받고 영업하는 택시와 달리 카풀에 사용되는 자가용은 면허증 외엔 아무런 자격도 필요치 않으므로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낮다”, “가뜩이나 영업이 어려운 환경인데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출연해 결과적으로 수입이 줄어들 것” 등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급기야 서울시내 개인택시 기사들이 공개적으로 이 합의안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난 8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 노동자 100여 명은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시업계 비대위의 그간 노력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카풀 일부 허용 합의는 그동안 분신하신 분들의 희생을 짓밟는 행위”라며 “졸속 합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은 카풀 허용으로 최대 피해를 보는 지역”이라며 “5만 서울 개인택시의 사업자 보호를 위해 합의안 거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승차공유 업계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와 달리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풀러스, 타다 등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합의안에서 카풀이 허용된 출퇴근 시간이 오전 7∼9시와 오후 6∼8시로 한정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미 현행 ‘여객운수사업법’에 따라 카풀이 ‘출퇴근시간’에 한해 허용되고 있는데, 이를 굳이 특정 시간대로 규정함으로써 오히려 카풀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는 것.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탄력근무제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출퇴근시간이 한정적으로 규정되면서 다른 시간대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카풀을 이용할 수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또, 많은 소비자들이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시간대로 지목하는 심야에 카풀이 허용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 택시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0일 기준 오후 11∼12시 1시간 동안 총 13만 콜이 발생했지만, 배차 요청에 응답한 택시는 4만 1000대 뿐이었다. 택시를 타려는 소비자 3명 중 1명 만이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서영우 풀러스 CEO의 페이스북. 사진 = 페이스북

카풀 스타트업인 풀러스 측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국민의 이동 편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당초 취지의 대타협기구였는데, 실효성 있는 결론은 아닌 것 같다”며 “특히 시민들이 택시가 안 잡혀서 불편을 겪는 시간대에 카풀을 투입할 수 없게 돼 유감이고 시민들이 공감할 수 없는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서영우 풀러스 CEO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래 허용되던 것을 제한해 놓고 극적 타협에 성공했다고 선전이 장난 아니네요. 돌아가는 거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 역사책 속으로 들어가 있는 느낌입니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도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플랫폼 업계는 물론 택시업계도 잘 모르는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위해서 모빌리티 산업의 규제를 강화하는 데에 카카오모빌리티가 합의하도록 한 것은 잘못된 합의임은 물론 우리나라 규제 정책에 아주 나쁜 신호”라면서 “법으로 금지하지 않은 것은 할 수 있도록 하고, 산업이 일정규모 이상 크면 사후 규제를 하자는 대통령의 정책방향은 무시당하고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던 것을 시간을 정해서 금지하고, 그것을 입법하겠다고 합의한 정부 여당은 혁신 정책에 큰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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