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일본‧중국 태클 넘을까?

일본, 대놓고 한국 조선‧방산 기업 견제… “한국 방산 약체화가 일본 국익”

정의식 기자 2019.03.19 16:36:57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사진 = 현대중공업

조선업계가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슈퍼사이클을 맞은 시기에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계열사로 편입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개별 조선소 기준 글로벌 1‧2위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한 몸이 되면 수주잔고 점유율 기준 21%가 넘는 ‘글로벌 1위’ 조선사 등극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종 인수 마무리까지는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이 남아있다. 특히 미국, EU, 일본, 중국 등의 기업결합 심사를 조기에 통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조선업계 빅3 시대 저물고, 1강1중 시대 개막

지난 3월 8일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만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주요 내용은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을 통해 ‘한국조선해양’(가칭)을 설립하고,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56%)을 출자한 뒤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전환우선주 1조 2500억 원 포함)을 취득하는 것이다.

이동건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로 한국조선해양에 1조 2500억 원을 주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조 2500억 원을 추가해 대우조선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 이로써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지분율 100%), 삼호중공업(80.5%), 현대미포조선(42.3%), 대우조선(약 68%) 등 4개 조선 계열사를 보유한 거대 조선그룹이 된다.

권 부회장과 이 회장은 서명 직후 공동발표문에서 대우조선 민영화에 대해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산업인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고용을 안정시키고, 조선업을 더욱 발전시키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우조선에 대해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더라도 현재의 자율적 책임경영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약속했으며, 대우조선 근로자에 대해서도 “고용안정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상반기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물적 분할을 의결할 예정이다.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되면 한국조선해양 설립과 출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순조롭게 인수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국내 조선업계는 그간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3강 구도였던 것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의 1강1중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통합 한국조선해양, 압도적 ‘1위’ 따논 당상

조선업계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현대중공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14만 5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점유율 13.9%)의 수주잔량을 보유한 ‘글로벌 1위’ 조선사다. 2위는 584만 4000CGT(7.3%)를 보유한 대우조선이다.

두 회사를 합한 한국조선해양의 총 수주잔량은 1698만 9000CGT가 되며, 점유율은 무려 21.3%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소의 수주잔량 525만 3000CGT(6.6%)의 3배가 넘는 규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 인수가 마무리되면 이미 국내 조선업계가 선점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선종 수주전에서 확고한 경쟁력 우위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총 69척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이 29척, 대우조선이 18척을 각각 수주한 상태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하면 약 68%다.

합병 성공 시 글로벌 조선사 순위 예상. 사진 = DB금융투자

두 회사의 연구개발(R&D) 능력이 통합됨으로써 중복 투자가 줄어들고,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중공업 측은 지난 1월 열린 2018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기술 공유를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면 결국 원가절감이 가능해지고 이것이 수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조선이 쇄빙선,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도 시너지 효과를 예상케하는 요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해양 군수물자인 함정, 잠수함 등을 생산하고 있어 방위사업법상 주요 방산업체로 분류된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의 ‘방산업체 경영분석’에 따르면 2017년 함정 분야 매출 총 1조 6380억 원 중 대우조선 매출액이 8838억 원이며, 현대중공업은 4184억 원이다. 두 회사 매출액을 합하면, 전체 함정 매출의 약 79.5%가 된다.

경쟁국 중국‧일본, 심사 반대 가능성↑

문제는 글로벌 조선업계 1‧2위의 합병이다보니 국내 공정위는 물론 미국과 EU,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 당국의 승인까지 모두 받아야 한다는 것. 특히 일본과 중국은 조선업 분야에서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태클’을 걸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조선기업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LNG선과 VLCC(Very Large Crude-oil Carrier, 초대형 원유운반선) 분야에서 50%가 넘는 수주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과 일본 조선사들은 건조난이도가 낮은 벌크선 비중이 높다. 가뜩이나 경쟁에 뒤처진 상태라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방관할 이유가 없다.

물론 중국과 일본 역시 자국 조선사들의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진행 중이어서 자신들의 조치와 유사한 한국 조선사 합병을 반대할 논리가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자국 기업들의 합병과 한국 기업의 합병은 상황이 다르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한다. 두 나라 조선사들의 경우 자국내 수주 비중이 높아서 합병을 해도 글로벌 조선시장에 큰 영향이 없지만, 글로벌 1‧2위의 합병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다르다는 논리다.

특히 일본의 경우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을 정도로 견제 심리가 커서 한층 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 칼럼니스트 와타세 유우야의 1월 16일자 칼럼. 사진 = 뷰포인트

실제로 일본의 칼럼니스트 와타세 유우야는 지난 1월 16일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방위산업 약체화라는 보복 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 방위산업체의 경쟁력이 저하하는 것은 일본의 외교안보 전략상의 우위에 직결된다. 향후 한국 방위산업 기반을 철저하게 약화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는 한국 방위산업 육성정책의 근간인 수출을 저지하고, 한국 방산기업의 일본내 상업 행위를 제한 또는 금지하는 한편, 한국 정부의 산업정책을 통한 공적자금 투입 등을 WTO에 적극적으로 호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논란이 됐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심사가 주요국의 반대로 좌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우선 국내에서부터 투명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인근 한국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 어느 경쟁당국보다도 한국 공정위가 먼저 결론을 내리고, 외국 경쟁당국에서 우리 판단을 참고할 수 있는 수준의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을 키우기 위한 결론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가 승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다른 국가 경쟁당국이 우리 판단을 무리 없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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