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서울모터쇼 결산] “이 없으면 잇몸?” 車 볼거리 줄고도 흥행한 서울모터쇼 과제는?

윤지원 기자 2019.04.10 17:41:34

지난달 30일, 개막 첫 주말을 맞은 2019서울모터쇼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

2019서울모터쇼가 7일 막을 내렸다. 12회째인 이번 모터쇼는 역대 최다인 227개 업체가 참가했고 지난 11회보다 2만 명 늘어난 약 63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숫자로만 보면 성황을 거둔 것 같지만 업계에선 비판적인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이에 이번 서울모터쇼를 좀 더 자세히 결산해봤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 부가티, 알파로메오, 애스턴 마틴, 맥라렌, 캐딜락.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 두 가지는?

하나는 자동차 애호가들이라면 운전석에 한 번이라도 앉아보기 원하는, 그래서 모터쇼가 열리면 먼 길 마다않고 달려가서 보고 싶어 하는 슈퍼카, 하이퍼카, 럭셔리카 브랜드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볼 수 없었던 브랜드라는 점이다.

1995년 이래 12회째(격년 개최)를 맞은 2019서울모터쇼가 3월 29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해 10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7일 폐막했다.

이번 모터쇼는 역대 최다인 227개 업체가 참가했다. 누적 관람객 수는 62만 8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관람객 수는 지난 2017년의 11회 서울모터쇼보다 2만 명가량 늘어났다.

서울모터쇼는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가 인증하는 국내 유일의 국제 모터쇼다. 참가업체 수나 흥행 결과만 보면 그 위상에 어울리는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해 서울모터쇼가 기대 이하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흥행 성적도 성황리에 마쳤다고 하기 어려운 것이, 63만 명의 관람객 수는 과거 서울모터쇼가 100만 명 이상을 세 번이나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많이 아쉬운 숫자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슈퍼카 브랜드 대부분이 불참한 2019서울모터쇼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포르쉐 부스에 관람객들이 모여있다. (사진 =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


참가업체 ‘역대 최다’라지만 자동차는 너무 적어

지적의 대부분은 ‘볼거리가 너무 적은 전시회’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전시 규모 면에서 과거보다 커졌다고 보기 힘들었다. 참가 업체 수는 역대 최다였다고 하지만 전시 차량은 270여 대에 불과했다. 참가업체 수가 더 적었던 지난 2017년 서울모터쇼에서도 “전시 차량이 너무 적어졌다”라는 지적이 나왔었는데, 그때가 오히려 올해보다 많은 300대였다.

이는 227개 참가업체 중 완성차 브랜드가 21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의 27개 브랜드보다 크게 줄어든 숫자다.

많은 유명 글로벌 브랜드가 이번 서울모터쇼에 불참했다. 독일차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아우디, 폭스바겐은 주차장에서나 볼 수 있었다. ‘디젤게이트’와 관련해 불참했던 2017년에 이어 2회 연속 불참이다. 미국의 포드도 2회 연속 불참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볼보도 마찬가지다. 볼보는 지프와 함께 3회째 서울모터쇼를 외면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한 곳도 참가하지 않았다.

럭셔리카, 슈퍼카는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마세라티, 포르쉐, 재규어 등이 체면을 세워줬다. 테슬라의 첫 참가도 큰 관심을 끌었으나 정작 전시장에는 모델S, 모델X, 모델3 등 시판 차량 3종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을 뿐이며, 차량 내부도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한 관람객은 도산대로, 대치동, 서초동 등 수입차 전시장들이 밀집한 강남 일대에서 더 흥미로운 수입차들을 볼 수 있다며 아쉬워했다.

완성차 업체들 외에는 저속 전기차 제조사, 부품회사, IT회사 등 관계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역대 최다 참가업체 수’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자동차 핵심 부품인 타이어 업계는 빠져있었다. 한국, 금호, 넥슨 등 국내 타이어 3사와 브리지스톤, 굿이어, 미쉐린 등 타이어 업체는 한 곳도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전동 안마의자, 커피머신, 신선식품, 남성용 잡지 등 자동차와 무관해 보이는 업체들이 전시장을 채웠다.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서울모터쇼 프레스 데이 행사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뉴 G-클래스가 베일을 벗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신차 공개 적어 새로울 것 없는 모터쇼

모터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신차 발표의 규모는 특히 실망스러웠다.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신차가 40종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2017년의 42종보다 줄어든 규모다.

신차의 화제성도 크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신차 가운데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는 7종이었다. 월드 프리미어는 각 브랜드가 신제품을 처음으로 일반에 선보이는 중요한 자리다. 모터쇼에 월드 프리미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모터쇼에 업계 관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홍보효과도 크다는 뜻으로 모터쇼의 위상과 직결된다. 참고로 지난 달 제네바 모터쇼에서 월드프리미어로 발표된 신차는 70종이나 됐다. 7종에 불과한 서울모터쇼와의 격차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 7종조차 월드프리미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기아자동차의 모하비를 비롯한 대부분이 기존 모델의 부분 변경이거나 파생 버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세계 최초 공개된 완전 신차는 국내 스타트업 ‘언맨드솔루션’의 자율주행 셔틀버스 ‘위드어스’가 유일했고, 메이저 브랜드의 완전 신차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부터 최근 서울모터쇼를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1분기에 여러 신차들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들 신차의 공개 행사를 서울모터쇼 개막일까지 기다린 업체는 없었다. 신형 코란도, 렉스턴 스포츠 칸, 신형 쏘나타, 신형 니로 등은 모두 서울모터쇼 개막 전에 업체별로 신차발표회 행사를 따로 열었다.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언맨드솔루션이 자율주행차 WITH:US 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SK텔레콤은 이번 2019 서울모터쇼에서 5G 자율주행 카셰어링 차량과 카셰어링용 자율주행 AI기술 등 5G 이동통신 기반의 모빌리티기술 등을 선보였다. (사진 = SK텔레콤)


‘이동 혁명’ 내세운 변화 시도

사실 국제 모터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예전보다 축소됐다. 따라서 위상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고민은 서울모터쇼만의 것이 아니다.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는 변화와 내실 다지기를 모색했다. 이번에 ‘지속 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혁명’(Sustainable Connected Mobility)이라는 미래 지향적인 주제를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위는 서울모터쇼를 전통적인 의미의 모터쇼에 그치지 않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CES)와 같은 행사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 결과 예전의 모터쇼와는 달라진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표면적으로 SK텔레콤이라는 거물 IT업체가 최초로 참여했고, 전기차 부문의 맹주 테슬라도 부스를 설치했고, 국내 최대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도 참가해 미래기술들을 소개했다. 그밖에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다수 참여했고 한국전력, 한국동서발전 등 에너지 기업의 최초 참가도 눈에 띄었다. ‘자동차 산업’만이 아니라 연계 산업까지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셈이다.

달라진 개막식 콘셉트도 호평 받았다. 지난달 29일 개막식은 개막공연이나 축사 등 행사성 위주의 부문은 축소하고 3개 참가업체가 자신들의 우수기술과 신제품을 10분씩 소개하는 키노트 스피치를 도입했다.

또한 이번 서울모터쇼는 메이저 완성차 업체, 럭셔리한 슈퍼카 등 잘 나가는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우수한 기술과 제품 등을 보유한 강소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마련되기도 했다. 모터쇼 기간 중 평일 4회 개최된 브리핑에는 언맨드솔루션, 모빌테크, 차봇, 대창모터스, 로턴 등 15개사가 참여했다.

전시된 자동차들의 면모도 달라졌다. 이번에 출품된 자동차 중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가 전체 출품차종(187종)의 34%인 63종이나 됐다. 2017년 서울모터쇼와 비교하면 약 1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와 같은 변화에 발맞춰 조직위는 지속가능 에너지 관련 솔루션을 만날 수 있는 ‘Sustainable World’ 테마관을 올해 신설했으며, 수소버스 전시, 친환경차 체험 행사 등의 콘텐츠를 마련해 운영했다.
 

5일 2019서울모터쇼 현대차 전시관 N 빌리지(N Village)에서 관람객들이 샤우팅 레이스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 = 서울모터쇼)


체험하는 모터쇼…고유한 색깔 아쉬워

한편, 이번 서울모터쇼는 볼거리만 나열하는 전시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늘어 가족단위 행사로 변화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대부분의 완성차 부스가 자동차 전시 면적 이상의 규모로 체험형 전시존을 운영했고, 이런 곳들이 전시 기간 내내 인기를 끌었다. 이는 전시 차량 수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 수가 소폭 증가한 주된 배경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다만 체험행사 대부분이 어린이들을 위한 안전 체험, 단거리 시승, 경품 행사 등으로 채워져 전문성이 부족했고 ‘지속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혁명’이라는 주제와도 어울리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권위를 내려놓고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는 것은 좋지만 산업의 현재를 아우르며 미래의 지표를 제시해야 할 서울모터쇼 만의 색깔로 내세울 만한 프로그램으로 충분했는지 의문이다.

그밖에 “텔룰라이드가 빠진 기아차 부스가 걸그룹 블랙핑크의 등장으로 화제몰이를 한 사례는 서울모터쇼의 정체성이 표류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정만기 서울모터쇼 조직위원장은 폐막을 맞이하면서 "체질 개선을 통해 CES, MWC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가능성과 아시아 대표 모빌리티쇼로의 발전 가능성을 동시에 엿봤다”라며 "서울모터쇼를 완성차 및 부품업계뿐만 아니라 통신업계, 전장기업, 에너지 기업 등이 참여하는 아시아 대표 모빌리티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어깨를 나란히’라는 표현은 아직 먼 이야기로 보이지만 변화의 지향점은 제대로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미숙한 시도가 어설픈 대성공을 거두어 자만에 빠지는 계기가 되지 않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수준에 그친 것이 서울모터쇼에는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한 건강한 갈증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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