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코앞 웅진에너지에 투자자들 뿔났다

윤석금 웅진 회장 ‘고의부도’ 방치?… "1000억 빚 안 갚으면서 1조 8000억 코웨이 인수”

정의식 기자 2019.04.15 08:57:42

웅진에너지 대덕 사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스템. 사진 = 웅진에너지

웅진그룹 계열사 웅진에너지가 상장폐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고의부도 논란에 휩싸였다. 코웨이 인수를 위해서는 무려 1조 8000억 원 규모의 부채를 끌어들이면서도 불과 1000억 원 내외인 웅진에너지 채권을 갚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상황에 처했다는 것. 웅진 측은 태양광 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지원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총수 일가가 좀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인 “윤석금 회장, 웅진에너지 방관해”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책임경영을 다하지 않는 윤석금 회장은 ㈜웅진 경영에서 물러나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웅진에너지 개인투자자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윤석금 회장이 ㈜웅진그룹의 총수로서 책임경영을 다하지 않아 자회사 웅진에너지를 낭떠러지에 떨어뜨리고 방관하고 있다”며 “웅진그룹은 돈이 없어서 웅진에너지를 외면한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금 웅진 회장을 고발한 청와대 청원. 사진 = 청와대

청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웅진에너지 채권 원리금 상환이 어렵게 되자 웅진 측은 2015년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만기를 2019년 12월 19일로 연장하고 현금 10% 상환, 출자전환, 전환사채 차환 발행 등에 합의했다. 이에 채권자들은 현금 10%만 받고 약 8년간 상환을 기다려왔지만, 정작 만기가 다가온 상황에서 웅진 측이 빚을 갚지 않고 있다는 것.

청원인은 “얼마 전 코웨이 인수를 위해 연 이자만 500억 이상 들어가는 규모의 1조 8000억 원 부채를 끌어다가 자금을 투입했으면서, 웅진에너지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1000억 가량의 채권을 갚지 않으려 한다”며 “고의적이라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잘 나가던 태양광기업, 공급 과잉에 직격타

실제로 웅진에너지는 지난 3월 28일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아 총 750억 원 규모의 채권 원리급 미지급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웅진에너지의 주식 매매거래가 이날부터 정지됐으며, 상장 채권(4CB-KR6103131639, 5CB-KR61031316C1)도 11일을 기해 상장폐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웅진에너지 측이 11일 이의신청서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제출함으로써 향후 20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상장공시위원회가 열려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태양광 회사 중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단결정(Mono-Si) 웨이퍼 부문 글로벌 생산량 세계 3위인 웅진에너지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이유는 뭘까?

웅진에너지는 지난 2006년 웅진그룹과 미국 썬파워 사의 조인트 벤처로 설립된 태양광 부품 제조업체다. 본사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해있으며, 폴리실리콘을 주 원재료로 태양전지용 잉곳 및 웨이퍼를 제조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실적은 매출 1658억 원, 영업손실 560억 원, 당기순손실 1117억 원 등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웅진에너지의 웨이퍼 생산 공정. 사진 = 웅진에너지

웅진에너지의 실적이 악화된 건 2010년 이후 태양광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대된 때문이다. 특히 2018년에 중국의 태양광 보조금이 추가 삭감되고,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발효되는 등 비우호적 환경이 조성돼 태양광 수요가 위축됐음에도 업체들의 증설 경쟁은 심화돼 공급 과잉이 심화됐다. 당연히 가파른 가격 하락세가 뒤따랐다. 2017년 1월 단결정 웨이퍼 가격이 장당 0.8달러 수준이었던 것이 2018년 12월에는 장당 0.4달러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앞서 웅진에너지는 2016년부터 잉곳에서 웨이퍼 매출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고객 구성을 다양화하는 한편, 구매단가 절감, 생산설비 확충 등의 노력을 통해 수익구조를 개선해왔지만 과거부터 누적된 회사채 등 차입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이어져 왔다.

 

회사 측은 지속적인 채무 조정을 통해 상환 기일을 연기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2018년 대규모 손실이 자기자본에 반영되면서 2018년 말 부채비율이 242.3%까지 상승했고, 차입금 의존도도 5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악화됐다.

웅진 측 “그간 1000억 지원… 추가 지원 어렵다”

이처럼 웅진에너지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지만, 모회사인 웅진그룹 측은 시장 상황이나 자금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지원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그간 웅진그룹 차원에서 2014년부터 약 1000억 원 정도 자금을 지원해왔지만, 태양광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나 중국기업의 물량 공세 등을 감안하면 추가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총 1135억 원에 달하는 미상환 회사채 상환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여러 논의를 진행 중으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대응에 투자자들은 분개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웅진그룹의 추가 지원 의지가 약한 것이 태양광 시장의 업황 부진 때문이 아니라 윤석금 회장이 코웨이 인수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일부 계열사가 실적 악화에 시달릴 경우 그룹 전체나 오너 차원의 증자 등 자구책 마련을 추진하기 마련인데, 윤 회장은 오직 코웨이 인수를 통한 그룹 재건에만 관심을 보이고 웅진에너지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금 웅진 회장. 사진 = 웅진

앞서 지난해 10월 웅진그룹은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 6832억 원에 재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3월 22일 인수 거래를 마무리해 6년 만에 코웨이를 MBK파트너스로부터 되찾아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요된 약 2조 원의 인수자금이 한국투자증권과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빌린 것이어서 앞으로 이 자금을 상환하는 데 난항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큰 틀에서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는 것을 문제삼을 순 없지만, 회사를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와 기관들에게 피해를 전가해서는 곤란하다”면서 “투자자들의 지적처럼 윤 회장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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