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는 아시아나항공… SK‧한화‧CJ‧애경 인수후보 물망

금호아시아나그룹, 고심 끝 매각 결정… 총 인수대금 ‘2조’ 예상

정의식 기자 2019.04.17 15:03:52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 = 연합뉴스

국내 항공사 ‘빅2’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합병 시장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SK와 한화, CJ, 롯데, 애경 등 쟁쟁한 재벌기업들이 너나없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히 인수 의사를 드러낸 기업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 자회사 에어서울‧에어부산까지 포함한 ‘통매각’이 유력한 매각 방안으로 거론되면서, 투자금융업계에서는 총 인수 비용으로 약 2조 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실회계 → 거래정지 → 결국 매각

지난 15일 금호산업이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자구계획 수정안을 의결, 채권단에 제출하면서 1988년 설립 이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일원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공식화됐다. 금호산업은 전체 지분의 33.47%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다.

금호그룹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발전과 아시아나항공 1만여 임직원의 미래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결정했다”며 향후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적법한 매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호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된 것은 지난 3월 22일 삼일회계법인의 외부감사 과정에서 대규모 부실을 감춘 정황이 드러난 때문이다. 2월 14일 발표된 2018년 연간 실적에서는 당기순손실이 104억 원이었지만, 3월 22일 정정공시를 통해 드러난 실제 실적은 당기순손실 1050억 원이었다.

3월 28일 박삼구 회장이 감사보고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 대표이사 직과 등기이사 직에서 사임했다. 사진은 2018년 7월 4일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당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박삼구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이에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감사범위제한 한정, 계속기업 존속불확실성 사유 해당(상장폐지 사유)을 명시한 감사보고서를 발행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즉시 거래정지 처분을 받고 한국거래소의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후 3월 26일 재작성된 재무제표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았지만, 당기순손실이 무려 1958억 원으로 커진 상황이었다. 급기야 3월 29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와 등기이사 직을 공식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금호그룹 측은 박삼구 전 회장 영구 퇴진, 오너 일가 금호고속 지분에 대한 담보 설정 등을 조건으로 5000억 원 유동성 지원 및 3년 간의 경영정상화 기간을 달라는 내용의 1차 자구안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했으나 즉각 거절당했다.

결국 금호그룹 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포함한 수정 자구계획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고, 채권단이 수정 자구계획을 긍정 평가함에 따라 매각이 현실화됐다.

수정 자구계획의 핵심은 아시아나항공의 즉각적인 인수·합병(M&A)이다. M&A는 구주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이뤄지며,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별도 매각은 금지된다. 구주에 대한 동반매각요청 권리, 아시아나항공의 상표권 확보도 부대조건으로 달았다. 산은은 금호아시아나가 추진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M&A가 완료될 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시장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인수금액 2조 원 넘어설까?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4.17%)과 에어서울(100%) 등 LCC 자회사 2곳과 아시아나IDT(76.25%),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종합 항공그룹이다. 금호 측이 모든 자회사를 포함한 ‘통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이들 기업을 인수하는 기업은 단박에 항공업계에서 대한항공에 버금가는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금호산업이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의 시장 가치는 현재 M&A가 현실화되며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어 약 1조 원 내외로 추산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가격을 포함하면 전체 매각 가격은 약 2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 자료 = 한국투자증권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과열돼 프리미엄이 붙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단서를 붙이면서 “금호산업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대금이 최대 1조 원에 달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인수 금액도 최소 5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단 2조 원은 기본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인수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2018년 별도기준 차입금이 3.5조 원에 달해 연간 이자비용만 1490억 원 규모이며, 이 중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1조 3000억 원 가량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자금력 갖춘 대기업들, 전부 인수후보

이에 따라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SK그룹, 한화그룹, CJ그룹, 롯데그룹, 애경그룹 등막대한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재벌기업들이다. 일단 이 대기업들은 인수 의향이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와 파급력 등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지목되는 기업은 단연 SK그룹이다. 이미 지난해 7월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때 SK그룹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정했지만, 업계에서는 SK그룹이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인수를 검토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SK그룹이 지난해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그룹 최고의결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화그룹도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다. 한화그룹은 항공기 엔진부품을 만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나 LCC 에어로케이 등에 투자한 적도 있을만큼 일찍부터 항공 분야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 등의 인수로 기업 몸집을 불리는 데 성공한 실적도 있으며, 여러모로 시너지 효과 창출에 유리한 기업이라는 분석이다.

CJ그룹도 풍부한 자금력과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한 사업군을 겸비한 후보로 지목된다. 특히 CJ그룹은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한 물류사업이 핵심 사업분야인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항공물류까지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최근 8000억 원에 CJ헬로비전을 LG유플러스에 매각하기로 합의해 자금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 로고와 인수후보 기업들의 로고를 합성한 이미지. 사진 = 인스티즈

신세계그룹도 항공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인수후보 중 하나다. 신세계는 지난 2015년 금호산업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으며, 2017년에는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면세점 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향후 시너지 창출에 용이한 요소로 추정된다.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도 유력한 인수후보다. LCC 1위인 제주항공의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빠른 속도로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문제는 다소 부족한 자금력인데, 업계에서는 애경이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외에 물류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롯데그룹, 과거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서기도 했던 호반그룹, 면세점과 호텔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호텔신라 등도 인수후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인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최근 공식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호 오너가의 일원임에도 아시아나항공에 별다른 애착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자금력의 한계와 박삼구 회장과의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추정된다.

 

다만 박찬구 회장은 11.98%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활용해 유력 인수후보와 전략적 제휴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인수전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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