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전쟁 ①] '콘텐츠 대마왕' 디즈니플러스, "타도 넷플릭스" 외치며 출범…국내 영향은?

디즈니플러스 공격에 맞설 넷플릭스의 방어전 불꽃 튈 듯

윤지원 기자 2019.04.19 16:35:05

오는 11월 OTT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할 예정인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마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콘텐츠 공룡이다.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엔터테인먼트 공룡 디즈니가 넷플릭스와 경쟁할 OTT ‘디즈니플러스’ 출시를 선언했다. 수많은 계열사와 막강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후발주자의 약점을 상쇄하고 가격경쟁력으로 가입자를 늘여간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선 3년 전 먼저 진출한 넷플릭스의 세가 점점 커져가는 가운데 디즈니플러스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할 경우 관련 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OTT 전쟁 ①] '콘텐츠 대마왕' 디즈니플러스, "타도 넷플릭스" 외치며 출범
[글로벌 OTT 전쟁 ②]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 업계는 어떻게 대비하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대 기업인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가 구독형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를 시작한다.

디즈니는 1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 본사에서 투자자의 날 행사를 열고, 올해 11월 12일부터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Disney Plus)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먼저 북미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OTT 업계에서 앞서가는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프라임비디오(Amazon Prime Video) 등을 따라잡으려는 디즈니플러스의 최우선 과제는 최대한 빨리 가입자를 늘여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디즈니는 2024년 말까지 6000만~900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북미에서 3분의 1, 해외에서 나머지 가입자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디즈니는 월 6.99달러, 1년에 69달러라는 낮은 구독료를 책정했다. 넷플릭스 요금제 중 가장 싼 월 9달러보다도 저렴하고, 가장 비싼 등급인 월 15.99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계획”이라며 “다른 회사가 경쟁할 수 없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디즈니와 넷플릭스 로고. (사진 = 각 사)


협력하던 넷플릭스와 경쟁 시작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 출범을 계기로 지금까지 협력관계에 있던 넷플릭스와 라이벌이 된다.

디즈니는 2010년대 중반부터 넷플릭스와 제휴했다. 디즈니가 라이선스를 소유한 마블 코믹스 원작 ‘제시카 존스’, '아이언피스트', '디아블로', ‘디펜더스’ 등이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는 IT 기반의 플랫폼 기업 넷플릭스가 지금 할리우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콘텐츠 강자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또한 디즈니는 2016년부터 공개된 최신 극장용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연간 3억 달러(한화 약 3400억 원) 가량에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 출범을 예고하면서 넷플릭스와의 계약이 종료됐고, 인기리에 시즌을 이어가던 마블 드라마 시리즈도 모두 종영하게 됐다. 디즈니의 올해 첫 극장 개봉작인 ‘캡틴 마블’ 이후의 작품들은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독점 방영된다. 2019년 말부터는 북미를 시작으로 디즈니플러스가 진출하는 지역에 따라 순차적으로 넷플릭스에서 디즈니의 콘텐츠를 볼 수 없게 된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와의 판권 계약 종료만으로 연간 3억 달러 이상의 고정 수익이 사라진다. 디즈니플러스로 이 금액을 만회하려면 4350만 명 이상의 연간 구독자 또는 3600만 명 이상의 월간 구독자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단순 계산이고, 디즈니플러스를 운영하기 위한 비용까지 포함하면 가입자가 훨씬 많아져야 한다.
 

마블코믹스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디펜더스'의 포스터.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와는 다른 출발선

그럼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수는 얼마나 빠르게 늘어날 수 있을까? 선발주자인 넷플릭스의 사례와 비교해봤다.

넷플릭스가 최근 1분기 실적과 함께 밝힌 현재 글로벌 가입자 수는 190여 개 서비스국가를 모두 합쳐 1억 4890만 명이다. 이는 지난 분기보다 8%(960만 명) 늘어난 수치이다.

IT 기반의 DVD 대여 시스템으로 성장한 넷플릭스가 인터넷동영상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2007년이었으니, 여기까지 오는 데 12년이 걸린 셈이다. 당시 OTT는 생소한 서비스였고, 인터넷 속도는 느렸으며, 휴대용 스마트기기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또한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100%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했다.

지금은 다른 환경이다. OTT는 이미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다. 훨씬 개선된 인터넷 속도와 화질은 물론이고 널리 보급된 스마트기기 등으로 인해 사업을 시작하기에 훨씬 유리한 여건이다.

무엇보다도, 콘텐츠 수급 문제로 골치를 썩던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유명 콘텐츠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점은 디즈니플러스가 출시 초기에 많은 가입자를 끌어 모을 수 있는 강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디즈니는 후발주자로서 막강한 경쟁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지난달 애플TV플러스라는 서비스 출범을 발표한 애플도 혁신의 아이콘이자 플랫폼의 강자로 꼽히는 글로벌 대기업인 만큼 결코 만만치 않은 신입생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나 아마존프라임 등 경쟁사 대다수가 본래 IT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디즈니는 이들에게 콘텐츠를 공급하는 입장이었다. 디즈니플러스는 네트워크 운영은 물론 빅데이터, 딥러닝 등 넷플릭스가 20년 넘게 독자적으로 쌓아온 기술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디즈니플러스가 안정성이나 서비스 품질 등 기술적인 약점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콘텐츠 기반으로 확보한 가입자 유지에 곤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디즈니랜드의 야경. (사진 = Jayme McColgan, Unsplash)


'콘텐츠 왕국'의 자신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가 보유한 콘텐츠에서의 강점은 이런 우려를 상쇄시킬 만큼 강력하다. 디즈니가 보유한 IP 콘텐츠는 현재 어떤 기업도 넘보지 못할 만큼 방대하며, 세계적인 인기 콘텐츠를 계속해서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라이선스글로벌’에 따르면 디즈니는 2018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530억 달러(한화 약 60조 2875억 원)의 연간 IP 라이선스 매출을 거둔 기업이다. 2위에 오른 출판 대기업 메레디스(Meredith) 그룹의 232억 달러보다 2배 이상 많고, 영화계 라이벌인 유니버설 브랜드의 73억 달러보다 7.5배가량 많다.

디즈니는 오랜 전통의 자체 영화·애니메이션 제작 및 배급사 외에도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인 픽사 스튜디오, 슈퍼히어로 콘텐츠 기업 마블 엔터테인먼트, ‘스타워즈’의 산실 루카스필름, 자연다큐멘터리의 명가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굵직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할리우드 4대 메이저 스튜디오의 하나였던 21세기폭스의 인수합병 절차까지 마무리해 영화계 라이벌인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을 멀리 따돌렸다. 그밖에도 미국의 전국 지상파 방송인 ABC와 스포츠채널 ESPN, FX채널, 히스토리채널 등 굵직한 콘텐츠 브랜드를 대거 거느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린 디즈니 영화 '아바타'가 속편을 제작 중이다. (사진 = 20세기폭스)


'스타워즈' 시리즈, ‘어벤져스: 엔드 게임’이나 ‘캡틴 마블’ 같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정글 북’, ‘미녀와 야수’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 시리즈 등은 개봉하는 족족 글로벌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고 있으며 부가판권시장에서도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역대 글로벌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작 상위 20편 목록에는 2009년에 개봉해 총 27억 8800만 달러(약 3조 1660억 원)를 벌어들인 1위 ‘아바타’를 포함해 디즈니가 라이센스를 보유한 작품이 무려 12편에 달한다.

이 중 3위·11위에 오른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4위·6위·8위·9위·17위·19위에 오른 MCU 프랜차이즈 등은 경쟁사 워너브러더스의 ‘반지의 제왕’ 3부작이나 ‘해리포터’ 프랜차이즈처럼 이미 완결된 시리즈가 아니라 계속해서 신작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아바타’도 10년 만에 속편 세 편을 한꺼번에 제작하고 있다.

특히 디즈니는 전통의 애니메이션 명가답게 이 순위권 안에 세 편의 애니메이션 및 애니메이션 원작 실사영화를 올려두고 있는데, 이와 같은 어린이용 콘텐츠는 수십 년이 지나도 꾸준히 라이선스 수익이 창출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포스터. (사진 = 넷플릭스)


국내 진출 영향? 넷플릭스 전례 보면...

이러한 디즈니의 OTT 진출은 국내 관련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디즈니플러스의 향후 국내 진출의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는 넷플릭스의 전례를 참고해서 전망해볼 수 있겠다.

넷플릭스 국내 진출 첫 해인 2017년에는 가입자 증가가 미미했다. 그해 6월,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가 관심을 끌며 한 달 동안 50만 명 이상 증가하기도 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첫 가입자에게 1달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 때문에 '옥자'만 보고 다음 달 유료로 전환하지 않은 가입자가 절반 가까이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에는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긴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그런데 지난 1월 가입자가 전달 대비 65.6%나 급증하며 200만 명까지 돌파했다. 이는 1월 말 독점 공개된 드라마 ‘킹덤’의 영향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킹덤'은 '시그널', '쓰리데이즈' 등 인기 드라마 각본을 쓴 김은희 작가와 '끝까지 간다', '터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함께 만든 조선시대 배경의 좀비 호러물로 기획 당시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투자한 제작비만 회당 20억 원에 달해, 높은 완성도로 국내외에서 고루 호평 받고 시즌2를 제작 중이다.

'킹덤'은 장편영화 '옥자'와 달리 시즌제 드라마다. 따라서 1달 무료 이용권으로 시즌1을 감상한 가입자들이 내년 공개되는 시즌2를 보기 위해서는 유료 서비스를 등록해야만 한다. 한 달 만에 이탈하는 가입자가 많더라도, 유료 사용자로 돌아오는 기존 가입자 역시 늘어난다.
 

넷플릭스 첫 화면에 가수 이지은(아이유)이 출연한 오리지널 콘텐츠 '페르소나'가 소개되고 있다. (사진 = 웹페이지 캡처)


'현지화' 성공으로 투자금 만회 시작

그리고 3년 사이 국내 시청자들이 선호할만한 국산 콘텐츠가 대폭 늘어났다. 먼저 사드 문제로 막힌 중국 대신 190여 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를 통해 한류 효과를 이어가려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의 공급이 크게 늘었다. tvN의 걸작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넷플릭스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고 수출 판권을 넘겼다.

국내에서 직접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도 늘어났다. 넷플릭스는 연간 80억 달러(약 9.1조 원)를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으며, 현지 맞춤형 콘텐츠도 제작한다. 국내에서 3년 동안 제작비로 투자한 금액만 15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자', '킹덤' 외에도 유재석이 활약한 예능 '범인은 바로 너!',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은 'YG전자'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 두 편의 예능은 국내 넷플릭스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재시청한 콘텐츠로 꼽힌다.

최근엔 가수 아이유가 다양한 주인공으로 변신하는 단편영화 모음 '페르소나'가 공개됐다. 국내에서 생소한 스탠드업 코미디 쇼는 국내에서 생소한 장르지만,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박나래의 다음 달 공연은 예매 오픈 5분 만에 2500석이 매진됐다.

지난달 말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에서의 넷플릭스 웹 및 앱의 순 방문자는 240만 2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2월의 79만 9000명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국내 가입자들로부터 벌어들이는 매출이 연 15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3년 간 국내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을 만회할 날이 멀지 않았다.
 

디즈니 산하 계열사들의 영화들. (사진 = 각사 홈페이지 캡처)


방대한 콘텐츠가 최강의 무기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자체 플랫폼에서 독점 공개한다는 넷플릭스의 기본적인 전략에 더해, 언어가 다른 국내 가입자를 고려한 현지화에도 충분히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국내 OTT 업체들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계는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며 경쟁력 신장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타선에도 애플, 아마존, 디즈니 같은 강타자들이 줄줄이 들어서는 중이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의 국내 서비스는 다행히 아직까지 큰 위협이 되지 않고 있지만, 콘텐츠 경쟁력에서 넷플릭스를 능가하는 디즈니플러스가 예의 주시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파트너였던 넷플릭스와 라이벌로 돌아선 것처럼 국내에 진출할 때도 디즈니의 인기 콘텐츠를 독점하면서 저렴한 구독료를 앞세우는 전략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문제되는 것은 디즈니의 최신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편당 수천 원의 대여료를 추가 과금해 온 IPTV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다. 월 8000원으로 마블, 루카스필름, 픽사, 폭스의 대작들을 무제한 볼 수 있는 유혹을 국내 사용자들이 마다할 가능성은 낮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이 남다른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측되는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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