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상의 법과 유학] 별건수사와 자기성찰(愼獨, 無自欺)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기자 2019.04.29 09:56:30

(CNB저널 =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이 기각 사유로 ‘본건 수사 개시 시기 및 경위,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정도, 피의자 체포 경위 및 체포 이후 수사 경과, 피의자 변소의 진위 확인 및 피의자 방어권 보장 필요성’ 등을 들었으나 윤씨 측이 제기한 검찰의 ‘별건 수사(別件 搜査)’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윤 씨에 대한 영장 범죄사실은 골프장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허가를 받아주겠다거나, 검찰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행위, 사생활을 폭로하겠다며 감사원 소속 공무원에게 돈을 받아내려 한 점 등으로서, ‘김학의 사건’과는 전혀 상관없는 개인 사건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서 전형적인 ‘별건 수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별건 수사’는 본래 수사 대상이 아닌 다른 사건을 조사함으로써 피의자를 정신적으로 압박하여 의도했던 결과를 얻어내는 수사 기법으로서 통상 특별수사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권을 침해하고, 그 결과에도 금이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표적 수사’, ‘먼지털이 수사’와 함께 사라져야 할 대표적인 관행으로 지적되어 온 지 오래되었으나 실무에서는 아직까지 그 관행적인 폐습이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물론 ‘김학의 사건’의 본류는 김 전 차관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와 성범죄 관련 의혹으로서 이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되었거나 만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뒤늦게 재수사에 나서게 된 상황에서 윤 씨의 진술번복 등으로 윤 씨의 입만 쳐다보고 수사를 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검찰의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개인 사건으로 윤 씨의 신병을 확보해 놓고 본건 자백을 받아내려 한’ 검찰의 의도는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여지없이 무산되었다고 보여집니다.

더구나 검찰은 2013년, 2014년 두 차례에 걸친 수사에서 실체적 진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과거의 폐습인 ‘별건 수사’를 관행적으로 되풀이 한 것은 검찰권의 전횡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할 것입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헤겔의 주장처럼 절차의 정당성이야말로 검찰 수사의 투명성과 실체적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유 사회의 ‘보이는 손’이 검찰인데…

‘김학의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1776년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국부론(國富論)’을 통해 분업과 자유경쟁에 의한 국가 경제의 발전과 부의 축적을 주창한 이래 자본주의 경제는 끊임없는 성장을 계속해 왔습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발전과 성장을 앞에서 이끈 것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의 자유경쟁 시스템이지만, 그 이면에는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 및 단속 법규를 기반으로 하는 부패감시 시스템이 ‘보이는 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여 자유경쟁에서 야기되는 각종 반칙과 부패행위를 막아주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검찰은 구속하려 했으나 19일 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윤 씨가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물론 수긍이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그동안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보이는 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 약간의 의문이 남습니다.

그러나 부패 문제에 대해서는 외부로부터의 단속이나 감시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내면으로부터의 자기성찰이나 자기감시가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자는 ‘중용(中庸)’에서 군자는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조심하여 말과 행동을 삼간다(君子 愼其獨也 / 군자 신기독야)라고 하였고, 대학(大學)에서 ‘이른바 자기 뜻을 정성스럽게 하는 것은 자신에게 속임이 없음이다(所謂 誠其意者 無自欺也 / 소위 성기의자 무자기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얼마나 엄중하고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말씀입니까. (자신이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경계하고 삼가고, (자신이 남들 귀에) 들리지 않는 곳에서도 무서워하고 두려워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君子 戒愼乎其所不睹 君子 恐懼乎其所不聞 / 군자 계신호기소부도 공구호기소불문). 보이지 않는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고, 미세한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莫見乎隱 莫顯乎微 / 막현호은 막현호미)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퇴계 이황의 좌우명 목판을 본뜬 탁본. 오른쪽 두 번째와 세 번째 줄에 ‘신기독 무자기(愼其獨, 母自欺)’가 보인다.  

끝내 속일 수 없는 스스로를 속이려 든다면

남들이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들이 들을 수 없다는 이유로 처신을 함부로 한 것 때문에 한평생 쌓아왔던 사회적 위신과 명예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을 누구 탓으로 돌려야 할까요?

愼獨, 無自欺(신독, 무자기)

세상은 정말 엄중합니다.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습니다. 거짓된 자신의 언행으로 타인을 속일 수 있다 하더라도 또한 진실을 숨기고 은폐한다 하더라도 남들은 몰라도 자신은 분명히 압니다. 이 글귀를 늘 살피고 가슴에 깊게 새기며 마음으로 헤아리면서 자기반성과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문규상 변호사는 1978년 서울법대 졸업, 1987년 검사로 임용되어 ‘특수통’으로서, 변인호 주가 조작 및 대형 사기 사건, 고위 공직자 상대 절도범 김강용 사건, 부산 다대/만덕 사건, 강호순 연쇄 살인 사건 등을 맡아 성과를 냈고, 2003년의 대선 자금 수사에서도 역할을 했다. 2009-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기업윤리경영실장(부사장)을 역임하며 민간 부패에 대한 경험도 쌓았다. 2013년 성균관 대학교 유학대학원, 2014년 이후 금곡서당에서 수학하며 유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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