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강기능식품 규제완화? 지금도 문제 있는데…

이동근 기자 2019.05.07 16:35:11

가정의 달에 가장 많이 팔리는 것 중 하나가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다. 부모님께 뭔가 사드리기 애매할 때 건강을 챙겨드린다는 이유로 쉽게 손이 가서다.

그런데 시끄럽다. 잊을만하면 뭔가 터진다. 2015년 내츄럴엔도텍 등의 ‘가짜 백수오’ 사태에 2017년에는 천호식품 등의 ‘가짜 홍삼’ 사태, 올해 수많은 업체들이 적발된 ‘금속성 이물 혼입 노니’ 사태까지. 건강하려고 먹는 건데, 신뢰가 별로 높지 않다.

 

2015년 당시 소비자들과 관련업계를 충격에 몰아 넣었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백수오 제품 검사 결과. (식약처 보도자료)

 

이같은 상황이지만 온라인에서는 이게 건기식 광고인지, 만병통치약인지 알 수 없는, 광고 아닌 광고가 넘쳐난다. 지난해 6월 사전심의가 위헌이라는 헌재 판정이 난 이후 치고 빠지는 광고가 급증한 탓이다.

실제로 사전 광고 심의를 받지 않고 건기식을 광고하다 소위 ‘먹방’ 유튜버가 기소되는 일이 벌어졌는데, 사전 광고 심의가 위헌이라는 판정을 이유로 선고가 미뤄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구체적인 수치는 건기식 관리에 대한 경고등을 켜게 한다. 지난 2013년 139건이었던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 건수는 지난 2017년 874건으로 6배 이상 늘어났다. 시장 성장속도보다 훨씬 빠른 증가율이다.

 

2017년 당시 ‘가짜 홍삼’ 사태로 논란이 됐던 천호식품 제품들.

그런데 건기식에 대한 관리가 더 완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원료의 허용범위는 넓히고, 판매 자격기준은 낮추고, 광고 규제는 완화한다는 ‘혁신적 규제완화 방안’이 발표된 것이다. 9월 개정이 전망된다니 먼 이야기도 아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300㎡이상 면적의 판매업소에서 업신고 없이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게 되고, 알파-GPC와 에키네시아 등 국내에서 허가된 천연물 유래 의약품을 원료로 인정하기로 했다.

의약품 용도로 사용하는 동·식물 추출 성분도 제조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유산균 음료나 DHA 치즈 등 일반 식품도 표시가 가능해지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정을 받지 않더라도 일정 기준 검사를 통과하면 광고가 허용된다.

이에 더해 수입 건기식의 구매대행자는 집에서도 영업이 허용되고, 판매업 폐업신고는 지자체 신고에서 온라인에서 가능해진다. 집에서 알바처럼 건기식 구매 대행을 하다가 언제든 그만 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완화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식약처는 최근 비타민D· EPA DHA·쏘팔메토 추출물·글루코사민·프락토올리고당 등 원료 5종 섭취 시 주의사항을 신설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 규제완화책을 보면 이같은 규제 강화는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에 불과해 보인다.

 

업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제품들이 시장에 마구잡이로 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속성 이물 혼입’ 사태로 판매 중지된 노니 제품들 중 일부. (출처 : 식약처)


사실 건기식에 대한 문제는 지금도 제기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소비자 접근권이 워낙 강하다보니 일반의약품보다 오히려 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인지된다는 점 등이다.

참고로 전문의약품은 대중광고가 아예 불가능하고, 일반의약품도 엄격한 규제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비슷한 분야에서 효능을 발휘하는 건기식과 일반의약품이 있다면 효과가 더 떨어지고 관리도 덜 엄격하게 받는 건기식이 더 잘팔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식품과 의약품은 입 안에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건강에 직결된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이같은 점을 인식한다면 건기식은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 업계을 키우기보다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할 시기다. 관리가 강화돼 안전성이 인정된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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