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컬렉션의 ‘솔로’전에 모인 양승원·윤호진·최지욱·허요

김금영 기자 2019.05.15 11:17:57

‘솔로(SOLO)’전 포스터.(사진=하이트컬렉션)

하이트컬렉션은 올해 첫 전시로 네 명의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솔로(SOLO)’전을 7월 13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하이트컬렉션이 유망 작가들을 발굴 및 지원하기 위해 2014년부터 연례화 한 젊은 작가전의 일환으로, 올해는 양승원, 윤호진, 최지욱, 허요, 네 사람의 개인전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하이트컬렉션이 선보여 온 젊은 작가전이 하나의 전시 타이틀 아래 10명 내외의 작가들을 군집시킨 그룹전의 성격을 띠었다면, 올해 ‘솔로’전은 네 편의 개인전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전시 형식을 표방하며 전시마다 작가의 작업에 맞춰서 독립된 제목을 갖는다. 각각의 개인전 제목은 양승원의 ‘커버드 모멘트(Covered Moment)’, 윤호진의 ‘[Re]: [Re]: [Re]:’, 최지욱의 ‘수면의 레이어(A Flattest Layer)’, 허요의 ‘길 수 없는 휴가(Vacation Ended)’다.

네 작가의 개인전은 ‘솔로’라는 큰 타이틀 아래 엮인다. 이는 현재의 미술제도 내에서 젊은 작가들의 개인전이 치러지는 경향과 방식에 대한 고민을 담기 위한 의도다. 하이트컬렉션 측은 “현재 20~30대 젊은 작가들이 활동 시작기에 열게 되는 개인전은 전시 기획과 비용 및 과정의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한 셀프 전시거나, 기관의 지원금 제도로부터 도움을 받지만 기관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느라 작업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행정 업무나 부수적인 일에 에너지를 소모해버리며 이뤄지곤 한다”고 짚었다.

이어 “‘솔로’전은 전시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작가가 혼자서 전시의 모든 것을 감당하거나, 작업 외 부수적인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자 및 조력자들과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전시를 기획, 진행하고, 작가들이 작업 내용과 개인전의 의의에 대해 생산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을 추구한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양승원의 ‘커버드 모멘트(Covered Moment)’는 작가가 지난 겨울 충남 청양 칠갑산 계곡 자락에 위치한 지역 마을에서 열린 얼음 분수 축제에서 촬영한 이미지들을 선보인다. 지자체의 홍보로 한철 관광 코스가 된 현장에서 사람들은 시각적인 장관에 매료되고, 인간이 자연에 가하는 폭력을 간과하게 된다. 이를 고스란히 담은 양승원의 사진은 이미지가 주는 청명함과 시각적인 장관에 먼저 눈길이 간다. 그러나 이 광경들이 인간이 인위적으로 자연을 흉내낸 것이고 그 행위가 가학적인 것임을 알게 된 순간, 이미지들은 서늘하게 다가온다.

최근 몇 년 동안 양승원은 사진을 통해 실재(real)와 모조(fake)의 경계를 다뤄왔다. 그는 실재 공간–모조 공간 또는 실재 오브제–모조 오브제의 관계를 고민하게 하는 이미지를 제시해 실재와 모조의 모호한 경계에서 아이러니를 느끼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사는 장소와 누리고 있는 물질의 사회문화적인 본질이 희석되고 왜곡돼 모호해지는 현상에 대해 지적한다.

윤호진은 자신의 최근 작업 주제인 ‘이미지가 재현한 이미지’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그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를 구성하는 시스템에 관심을 가진다. 전시 제목 ‘[Re]: [Re]: [Re]:’는 응답(reply), 표현(representation), 재현(reconstruction) 등의 뜻을 내포하는 것으로써 작가가 반복해서 사용해 온 제목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소장품 아카이브 이미지 데이터를 이용해 작업한 ‘인애니메이트 어셈블리(Inanimate Assembly)’ 시리즈는 조각과 사진을 동일 선상에 두고 원본과 복제에 대한 이야기를 던진다. 산타모니카 해변의 석양을 촬영한 ‘더블 테이크_라이트 템퍼래쳐(Double Take_Light temperature), 2007’는 두 번의 테이크를 나란히 투사해 ‘사진 같은’ 해변에 마친 두 개의 태양이 있었던 것처럼 이미지를 교란시킨다. 이처럼 윤호진은 오늘날 기술 매체로 재현돼 소비되는 ‘사진적 이미지‘ 또는 ‘사진 같은 이미지’를 미학적으로 리서치하며 창작한다. 또한 미디엄 연구를 통해서 이미지가 비판적으로 수용되기를 바라며 확장된 사진의 영역을 제시한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최지욱이 만든 이미지들은 주로 잡지 지면이나 행사 포스터, 광고 등 상적 환경에서 소비돼 왔다.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은 용도나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지만, 대체로 일상을 낯설게 묘사하거나 비현실적 풍경을 납작한 평면으로 표현하고, 대상에 대해 장황한 설명 대신 상황과 구도를 이용해 뉘앙스를 표현해 왔다. 또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더라도 상황을 만들어 표현하곤 했다. 작가는 일러스트레이션 등 본인의 평면 작업을 “가볍다”고 표현하는데 “‘빠르고 가벼운, 가능한 많이’, ‘온 힘을 다하지 않고’ 작업하겠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최지욱은 가벼운 그림들 안에서의 다양한 무게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실험한다. 이를 위해 그는 포스트잇, 롤페이퍼, 엽서, 천, 비닐 등에 인쇄한 이미지뿐 아니라 티비와 빔 프로젝션도 활용한다. 관람자들은 전시장 곳곳에 부착된 노란 포스트잇에 그린 드로잉을 찾아볼 수 있다.

‘길 수 없는 휴가(Vacation Ended)’는 최근 허요가 진행 중인 회화 작업 ‘그리드 시리즈’ 및 설치, 영상 작업을 전시해, 회화-조각의 접점, 조형적 행위와 물질성의 관계를 살펴본다. 지난 몇 년 동안 허요는 ‘선(line)’의 형태가 가진 조각적 가능성을 탐구하며 선의 다양한 모습을 일상과 현실에 구현하는 드로잉과 설치 작업을 하고 기록해 왔다.

최근 작가는 회화 작업으로 옮겨와, 평면 위에 그리드나 셀 그리고 여기에 어떤 파열음을 내는 행위적 요소를 실험하는 중이다. 그는 회화에 천착하기보다는 캔버스를 접거나 패널에 구멍을 뚫는 등 행위적 요소로 확장하는데, 이는 조각적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시도다. 한편, 허요는 서울 등 도시 공간에서 받은 조형적, 심리적 인상을 휴가에서 돌아와서의 답답함에 비유하며 제목을 결정했다. 여기에는 도시 공간의 수많은 사각형과 그리드가 우리 삶의 규율이자 규범처럼 활동과 생각을 규격화하고 재단한다는 작가의 생각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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