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1천억 원 투자로 고성능 전기차 시장 진입 앞당기나

유럽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Rimac)'과 투자 및 사업 협력 계약

윤지원 기자 2019.05.15 14:09:38

현대·기아자동차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 이하 리막)’에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13일(현지 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위치한 리막 본사 사옥에서 3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과 리막 오토모빌리의 마테 리막 CEO가 13일(현지 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v)에 위치한 리막 본사 사옥에서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기아차는 이번 리막과의 협업을 통해 2020년 고성능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프로토타입 모델을 선보이는 등 글로벌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역량을 확보하고, 시장 핵심 사업자로 부상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리막은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업체로 고성능 차량에 대한 소비자 니즈 충족과 당사의 ‘클린 모빌리티’ 전략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라며 “다양한 글로벌 제조사와도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해 당사와 다양한 업무 영역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리막의 활력 넘치는 기업 문화가 우리와 접목되면 많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막의 마테 리막(Mate Rimac) CEO는 “우리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속하고 과감한 추진력과 미래 비전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번 협력으로 3사는 물론 고객에 대한 가치 극대화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리막 오토모빌리 로고. (사진 = 리막오토모빌리)
리막 'C_Two'. (사진 = 리막오토모빌리)


리막, 고성능 전기차 기술의 강자

리막은 마테 리막이 2009년에 설립한 회사로, 현재 고성능 하이퍼 전동형 시스템 및 EV 스포츠카 분야의 강자다.

리막이 개발한 ‘C_One’은 2016년 직선 400m 도로에서 치르는 단거리 경주인 드래그 레이싱에서 쟁쟁한 고성능 전기차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순식간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또한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C_Two’은 1888마력(ps)의 출력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1.85초 만에 가속하는 뛰어난 성능을 과시했다.

리막은 고부하 상황에서 차량 성능 및 차체를 안전하고도 유연하게 제어·관리하는 고성능 전기차 기술에 특화되어 있다. 특히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 등으로 구성된 고성능 전기차용 파워트레인과 ▲차량 제어 및 응답성 향상을 위한 각종 제어기술 ▲배터리 시스템 등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다양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고성능 전기차용 부품 및 제어기술을 공동 개발한 기술력 및 경험이 풍부하다.

현재 리막은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의 모델의 소량 양산 및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6만 2000여 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는 등 양산형 전기차 모델에 적합한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시스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차량 전동화 분야의 높은 협업 시너지 효과와 리막의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신중히 검토해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에 따른 투자금은 현대차 6400만 유로(854억 원), 기아자동차 1600만 유로(213억 원) 등 총 8000만 유로(1067억 원)다.

투자를 계기로 현대·기아차와 리막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위해 상호 긴밀한 협력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리막의 작업 현장에서 마테 리막 CEO(왼쪽 네 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고성능 전기차 시장 진입 가속화

최근 글로벌 고성능 자동차 시장은 주행성능 및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증가와 함께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데, 이를 견인하는 차급 중 하나가 바로 고성능 전기차 모델이다.

일반 순수 전기차 시장이 전 세계에서 2014년 13만 4000여 대에서 2018년 94만 2000여 대로 성장하는 동안 고성능 전기차도 4만 5000여 대에서 25만 4000여 대로 연평균 57% 성장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최근 수년에 걸친 모델S와 테슬라의 급성장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 고성능 전기차는 첨단 기술력 과시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크다. 때문에 현재 기존의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도 이 시장으로의 진입을 준비 중이다.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2015년 고성능 브랜드 'N'을 출범시키고 WRC 등 글로벌 모터스포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i30 N’과 ‘벨로스터 N’ 등 고성능 모델들을 지속 선보여 왔는데, 아직은 고성능 라인업이 내연기관에 국한되어 왔다.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선행 단계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번 리막과의 협력 계약 체결로 이후의 개발 단계 진입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리막과의 협업을 통해 우선 N브랜드의 미드십 스포츠 콘셉트카의 전기차 버전과 별도의 수소전기차 모델 등 2개 차종에 대한 고성능 프로토타입을 2020년까지 제작해 선보이고, 이후 고성능 전동차에 대한 양산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세계 최초로 고성능 수소전기차 모델의 양산을 현실화하는 것에 큰 기대와 자신감을 내비췄다.

현대·기아자동차 상품본부장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은 “현대·기아차는 단순히 ‘잘 달리는 차’를 넘어 모든 고객이 꿈꾸는 고성능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술력을 선도할 동력성능 혁신을 통해 친환경차 대중화를 선도하고 사회적 가치도 함께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차 핵심기술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투자와 협업을 과감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인 그랩(Grab)에 2억7천5백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올 3월에는 인도 1위 카헤일링 기업 올라(Ola)에 3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기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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