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화가 모네에 박영남 작가가 보내는 헌사

가나아트 개인전서 ‘모네 비포 미’ 연작 공개

김금영 기자 2019.05.15 15:22:24

박영남 작가.(사진=가나아트)

가나아트는 손가락을 사용해 추상화면을 구축하는 박영남의 개인전을 5월 17일~6월 16일 연다. 이번 전시는 2012년 개인전 이후 가나아트센터에서의 7년만의 개인전으로, 흑백 회화로 대중에 각인된 작가에게 잠재돼 있던 다채로운 색의 표현이 담긴 신작 ‘모네 비포 미(Monet before Me)’ 연작을 공개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신작의 작품명이기도 한 ‘모네 비포 미’는 ‘나’, 즉 박영남이 있기 전 실존했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에 대한 언급이다. 1860년경 프랑스에서 시작된 인상주의는, 자연에 존재하는 빛과 색채에 대한 순간적인 인상을 회화로 남긴 미술 경향이다. 인상주의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모네는 자연을 주제로,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의 모습을 포착한 구상적인 회화부터 종래에는 두터운 마티에르로 표현된 수련 연못을 통해 추상으로 나아갔다.

 

박영남, ‘모네 비포 미(Monet before Me)’.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 x 120cm. 2018.(사진=가나아트)

해가 뜨면 작업을 시작해 해가 지는 시간이 되면 멈추고, 전등을 켜지 않은 채 작업실에 들어오는 햇빛에 의존해 작업을 하는 박영남에게도 ‘자연’은 주된 작업의 영감이자 주제다. 그렇기에 ‘랜드스케이프 어게인스트 블루 스카이(Landscape against Blue Sky)’, ‘클라우디 앤 쿨(Cloudy and Cool)’ 등 그가 사랑한 자연의 풍광과 날씨를 내포하는 작품명을 짓고, “캔버스는 곧 대지”라 하며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캔버스, 즉 대지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일군다. 그렇기에 그는 자연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자신보다 시대적으로 앞서 풀어냈던 대가에 대한 오마주로서, 이번 작품의 이름을 모네에 헌사했다.

‘모네 비포 미’ 연작은 2016년부터 시작한 드로잉 작업에서 출발했다. 흑백 작업을 주로 하던 그는 판화지 위에 파스텔과 물감을 둥글리며, 종이 위에서 다양한 색이 섞이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험했다. 그리고 미완성인 채로 화실 벽에 세워져 있던 작품 위에 드로잉에서 사용했던 색들의 조화를 옮겼고, 이것이 ‘모네 비포 미’ 연작의 시작이었다. 신작 속 그리드는 뭉개지고, 색면 간 경계는 무너져 서로 간섭한다. 유기체가 부유하듯 생동하는 무정형의 형태들 가운데, 자연의 빛이 색채로써 피어난다. 박영남의 그림은 그리드와 흑백이라는 형식적 제한에서 벗어나 더욱 자유로이 진화한 모습이다.

 

박영남, ‘모네 비포 미(Monet before Me)’.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2 x 130.3cm. 2019.(사진=가나아트)

이번 전시는 흑백 회화와 드로잉, 신작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처음으로 공개되는 그의 드로잉 속, 종이가 곤죽이 될 정도로 거칠게 문대어진 물감이 만들어낸 질감과 색채로 구성된 화면은 신작의 축소판과 같다. 이를 거쳐 관람자는 다채로운 색감이 약동하는 ‘모네 비포 미’를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를 기념하여 출간되는 화집을 위해 박영남은 이제껏 모아둔 작업노트 속 한 구절을 꺼내었다. “그림. 무언가로 보이면 그것으로 족하다(Painting/If it looks like something else, it’s good enough).” 자연을 닮은, 그러나 자연을 재현한 것은 아닌 그의 작품 앞에 관람자들은 각자가 상상한 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박영남, ‘클라우디 앤 쿨(Cloudy and Cool)’. 종이에 혼합 미디어, 76 x 56cm. 2016.(사진=가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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