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톰 안홀트, 학고재청담서 아시아 첫 개인전

회화-드로잉 등 근작 총 18점 전시

김금영 기자 2019.05.22 16:59:44

톰 안홀트 작가.(이미지 제공=학고재)

학고재청담은 5월 22일~6월 30일 영국 작가 톰 안홀트의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독일 표현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모더니즘 미술사와 작가의 가족사를 한 화면에 중첩시키는 작업을 펼쳐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완성한 크고 작은 회화와 드로잉 등 총 1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의 작업은 마티스, 세잔, 피카소, 그리고 샤갈 등 모더니즘 계열 작가들의 영향과 서아시아 삽화의 한 장르인 ‘페르시안 미니어처’의 특징을 융합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서구 문예의 정점인 모더니즘과 이슬람 문화의 요소를 한 화면에 조화시킨다. 미술사와 가족사 등 모든 종류의 역사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으며, ‘문제적인’ 작업을 추구한다. 작가는 “내 작업 과정은 열정과 두려움 그리고 영감을 주는 모든 것들로 이뤄진 공을 영원히 쫓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톰 안홀트, ‘바디 이미지(Body Image)’. 판넬에 유채, 60 x 50cm. 2019. ©Tom Anholt and courtesy of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이미지 제공=학고재)

특히 작가는 미술사와 자신의 가족사 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화면을 구축한다. 그는 열네 살 때 런던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린 막스 베크만의 전시를 본 뒤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매일 화실에서 작업을 했으며 졸업 후에는 베를린에 정착해 피카소와 마티스, 세잔을 비롯해 샤갈과 독일 표현주의, 청기사파 등 유럽의 모더니즘 작가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서구 문화와 역사적으로 갈등 관계에 있는 서아시아의 페르시안 미니어처도 작업 세계로 끌어들였다. 이는 아일랜드계 어머니와 터키계 유대인 조상을 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의 정체성과도 연관이 있다.

 

톰 안홀트, ‘지나가는 배들(Passing Ships)’. 판넬에 유채, 50 x 60cm. 2019. ©Tom Anholt and courtesy of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이미지 제공=학고재)

안홀트 가문의 조상은 16세기 말 유럽으로 이주했던 터키계 유대인이다. 페르시안 미니어처는 몽골의 정복 전쟁 시기 중국으로부터 전파돼 13세기에는 페르시아의 주요한 회화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이후 터키의 오토만 제국의 삽화 장르에도 영향을 끼쳤다. 안홀트 가문이 수 세기에 걸쳐 서쪽으로 이동한 것과 마찬가지로, 페르시안 미니어처 또한 중국에서 출발해 서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인도, 서쪽으로는 터키에까지 전파됐다. 페르시안 미니어처가 거쳐 온 이주의 역사는 유럽 내에서도 이주를 거듭했던 유대계 가족이었던 안홀트 가족의 역사와도 닮아 있다.

학고재 측은 “‘재약이 곧 창조’라는 피카소의 말을 즐겨 인용하는 작가는 작업세계에도 금기는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신념이 기독교에 뿌리를 둔 서구의 문화와 이슬람교를 바탕으로 한 서아시아 문화를 한 화면에 조화시키는, 금기에 가까운 이질적인 시도로 이어졌다”며 “작가의 캔버스는 충돌이나 반목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 둘을 한 화면에 자연스럽게 조화시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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