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풀리는 넥슨 매각…텐센트 ‘해결사’ 될까

15조원 달하는 ‘희망 매도가’에 ‘투자가’ 참여 가능성 있어

이동근 기자 2019.06.05 17:48:31

넥슨 본사 전경 (출처 = 연합뉴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넥슨 본입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마감됐다. 넥슨 매각 공동 주간사인 UBS와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가 실시한 본 입찰에 넷마블, 카카오,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중 15조원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할지에 대해서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넥슨 매각은 올해 1월 공식화 됐다. 매물로 나온 것은 넥슨 김정주 대표 자신과 아내 유정현씨, 개인회사 와이즈키즈가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이다. NXC는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이 47.6%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인수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첫 절차인 인수제안서 접수 일정도 3~4차례 연기됐고, 예비입찰이 2월 시작됐지만, 결국 본입찰이 마무리 된 것은 5월31일이었다. 이유는 바로 높은 가격 때문이었다.

우선 실제로 매물로 나온 넥슨의 지분율 47.6%의 가격을 평가하면 이보다 훨씬 못하다. 현재 주가를 반영 했을 때 넥슨의 시가총액은 1조4500억엔(약 16조원) 정도다. 이 중 47.6%는 절반이 안되는 7조9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김정주 대표는 15조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너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언론들에 따르면 인수를 원하는 측은 약 10조원 정도로 평가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아직은 ‘경기장 밖’ 이지만 변수로 존재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 1위 게임업체 텐센트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텐센트는 넷마블에서 가장 큰 수익을 책임지고 있는 게임 ‘던전앤파이터’(던파)의 중국 시장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중국은 던파에서 가장 큰 매출이 나오고 있는 나라다. 따라서 텐센트는 매년 넥슨에 퍼블리싱 비용으로 약 1조원을 지불하고 있는, 이른바 ‘큰손’이다.

 

중국 텐센트 본사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넥슨의 매출 2조5296억원 가운데 텐센트의 던파 퍼블리싱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따라서 텐센트가 전략적 투자자(SI)나 재무적 투자자(FI)라는 형태로 넥슨을 인수할 경우 1조원에 달하는 퍼블리싱 비용을 줄이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 수 있다.

텐센트가 직접 인수에 참여하지 않고 넷마블이나 카카오가 인수하더라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 주주(지분율 17.66%), 카카오의 2대 주주(지분율 6.7%)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텐센트가 인수에 관여해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되면 입김을 더 키울 수 있다.

텐센트가 넥슨 인수전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경우 게임업계에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회사는 이미 약 10조원을 들여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로얄’, ‘브롤스타즈’ 등으로 유명한 핀란드의 게임사 슈퍼셀을 인수했으며, 국내 PC방 점유율 1위인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도 자회사로 끌어들였다.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펍지의 모회사 크래프톤의 2대 주주(지분율 11.12%)이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넥슨까지 인수하거나 지분참여를 하게 되면 게임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위치가 된다. 다만 텐센트가 이제까지 최소한 겉으로는 피인수 게임사의 운영 방향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왔기 때문에 순수한 투자자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넥슨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게임 ‘던전앤파이터’ (출처 = 넥슨)



“투자하되 관여하지 않는다” 입장 견지할 경우 환영 받을 수도

텐센트가 쉽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회사가 넥슨과 깊이 관여돼 있는 던파가 얼마나 중국에서 더 오래 인기를 끌 것인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가 게임산업에 대해 비우호적이라는 점도 텐센트가 추가적인 투자를 꺼려할 수 있는 요인이다.

국내 중견 게임업계 관계자 A씨는 “넥슨의 경우 사실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도 아니고, 지난해 매출도 넷마블이나 엔씨소프트보다 더 괜찮은 상태다 보니 김정주 대표가 욕심을 낼 수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텐센트가 끼어들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텐센트는 투자를 하더라도 그 회사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텐센트가 참여하는 것을 반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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