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넥슨 본입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마감됐다. 넥슨 매각 공동 주간사인 UBS와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가 실시한 본 입찰에 넷마블, 카카오,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중 15조원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할지에 대해서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넥슨 매각은 올해 1월 공식화 됐다. 매물로 나온 것은 넥슨 김정주 대표 자신과 아내 유정현씨, 개인회사 와이즈키즈가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이다. NXC는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이 47.6%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인수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첫 절차인 인수제안서 접수 일정도 3~4차례 연기됐고, 예비입찰이 2월 시작됐지만, 결국 본입찰이 마무리 된 것은 5월31일이었다. 이유는 바로 높은 가격 때문이었다.
우선 실제로 매물로 나온 넥슨의 지분율 47.6%의 가격을 평가하면 이보다 훨씬 못하다. 현재 주가를 반영 했을 때 넥슨의 시가총액은 1조4500억엔(약 16조원) 정도다. 이 중 47.6%는 절반이 안되는 7조9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김정주 대표는 15조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너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언론들에 따르면 인수를 원하는 측은 약 10조원 정도로 평가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아직은 ‘경기장 밖’ 이지만 변수로 존재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 1위 게임업체 텐센트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텐센트는 넷마블에서 가장 큰 수익을 책임지고 있는 게임 ‘던전앤파이터’(던파)의 중국 시장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중국은 던파에서 가장 큰 매출이 나오고 있는 나라다. 따라서 텐센트는 매년 넥슨에 퍼블리싱 비용으로 약 1조원을 지불하고 있는, 이른바 ‘큰손’이다.
지난해 넥슨의 매출 2조5296억원 가운데 텐센트의 던파 퍼블리싱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따라서 텐센트가 전략적 투자자(SI)나 재무적 투자자(FI)라는 형태로 넥슨을 인수할 경우 1조원에 달하는 퍼블리싱 비용을 줄이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 수 있다.
텐센트가 직접 인수에 참여하지 않고 넷마블이나 카카오가 인수하더라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 주주(지분율 17.66%), 카카오의 2대 주주(지분율 6.7%)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텐센트가 인수에 관여해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되면 입김을 더 키울 수 있다.
텐센트가 넥슨 인수전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경우 게임업계에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회사는 이미 약 10조원을 들여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로얄’, ‘브롤스타즈’ 등으로 유명한 핀란드의 게임사 슈퍼셀을 인수했으며, 국내 PC방 점유율 1위인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도 자회사로 끌어들였다.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펍지의 모회사 크래프톤의 2대 주주(지분율 11.12%)이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넥슨까지 인수하거나 지분참여를 하게 되면 게임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위치가 된다. 다만 텐센트가 이제까지 최소한 겉으로는 피인수 게임사의 운영 방향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왔기 때문에 순수한 투자자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투자하되 관여하지 않는다” 입장 견지할 경우 환영 받을 수도
텐센트가 쉽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회사가 넥슨과 깊이 관여돼 있는 던파가 얼마나 중국에서 더 오래 인기를 끌 것인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가 게임산업에 대해 비우호적이라는 점도 텐센트가 추가적인 투자를 꺼려할 수 있는 요인이다.
국내 중견 게임업계 관계자 A씨는 “넥슨의 경우 사실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도 아니고, 지난해 매출도 넷마블이나 엔씨소프트보다 더 괜찮은 상태다 보니 김정주 대표가 욕심을 낼 수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텐센트가 끼어들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텐센트는 투자를 하더라도 그 회사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텐센트가 참여하는 것을 반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