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게임은 추억? 모바일에선 계속된다

인기 IP 활용 게임 전성시대, 넷마블 순위권 점령 ‘눈길’ … 낮은 이익률 아쉬워

이동근 기자 2019.06.20 09:11:20

인지도가 높은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이하 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들이 연이어 히트를 치고 있다. 최근 구글플레이 순위를 보면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어디선가 한번 보았거나 들어보았던 이름들이 상위권을 ‘싹쓸이’ 하고 있다. 게다가 단순한 IP 활용을 넘어 높은 완성도까지 보여주고 있어 IP의 유명세만 빌려 단기적인 흥행만 이끌어 냈던 것과 달리 롱런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유명 IP와 결합한 모바일 게임 시장 현황을 살펴보았다.


1~6위가 유명 IP 활용 게임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순위(6월19일 기준)를 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게임들 중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이 6개다. 게다가 이들 6개가 1~6위를 점유하고 있다.

우선 1위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NC소프트의 ‘리니지M’은 유명 IP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6월 출시된 이 게임은 이미 PC게임으로서 수많은 ‘린저씨’를 양산한 ‘리니지’, ‘리니지2’의 IP를 활용한 것이다.

 

‘린저씨’ 양산게임 리니지가 모바일로 재탄생한 ‘리니지M’. 매출순위 1위를 장기집권 하고 있다. 원작만화를 IP로 활용한 PC게임을 다시 IP로 활용한 드문 사례다. 다만, 원작 만화의 IP가 살아 있는지는 의문이 나온다. (출처 = NC소프트)


사실 ‘리니지’ 자체가 순정만화가인 신일숙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므로 유명 IP를 활용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만 원작만화의 IP를 활용한 후광이 있었는지는 오늘 날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원작의 캐릭터는 더 이상 활용되지도 않고, 원작의 분위기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다.

참고로 신일숙은 원래 아이네트라는 회사와 리니지의 게임화 사업 계약을 판권료 500만원에 게임매출 5%를 받는 조건으로 맺었으나, 나중에 아이네트가 게임화를 포기하고, 엔씨소프트와 재계약을 하는 조건으로 추가로 1500만원을 지급하는 대신 매출 5%라는 조건은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리니지가 소위 ‘초대박’ 게임이 된 뒤, 신일숙과 엔씨소프트는 저작권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엔씨소프트 측에서 10억원을 주고 고문으로 위촉하는 조건을 제시했고, 신일숙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2위 역시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인 중국 ZlongGames의 ‘랑그릿사’(개발사인 ZlongGames의 중국 내 출시명은 ‘몽환모의전’)다. 이 게임의 원작은 1990년대에 1편이 출시된 일본 메사이아의 ‘랑그릿사’ 시리즈다. 당시 턴 방식 SRPG(Simulation Role-playing Game)의 명작으로 꼽혔던 이 게임을 ZlongGames에서 모바일에 맞춰 리메이크 했다.

이 게임은 고전 게임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모바일에 맞춰 시스템을 개편하기는 했지만, 1990년대 출시된 ‘랑그릿사1’과 ‘랑그릿사2’의 시나리오를 유저가 즐길 수 있도록 컨텐츠로 넣는 등 과거 이 게임에 추억이 있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랑그릿사 시리즈가 3편 이후로 전편인 1, 2편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후 출시된 랑그릿사 시리즈가 혹평 받는 가운데, 이 게임만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게임에 추억이 있는 이들이 어느 정도 현금 동원력이 있는 30~40대다 보니 매출 순위도 높게 나오고 있다.

 

‘랑그릿사 모바일’은 단순히 과거 게임을 리메이크 하거나 캐릭터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을 어떻게 잘 녹여낼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게임 유저로서의 주 타깃이 20년전 이 게임을 즐긴 30~40대다 보니 매출 면에서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다. (출처 = ZlongGames)


‘완벽한 양산형’ 7대죄, 日韓 동시 인기

3~5위는 모두 넷마블의 게임들이다. 리니지M의 사례처럼 이미 인기를 끈 PC판 게임 ‘블레이드&소울’을 모바일로 제작한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이하 ‘블소레볼루션’), 인기 만화·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이하 ‘7대죄’), 1994년 첫 편이 출시된 격투게임을 모바일용으로 제작한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이하 ‘KOF올스타’)가 바로 그것이다.

블소레볼루션은 원작이 NC소프트의 PC게임 ‘브레이드 & 소울’이다. 과금 유도가 다소 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원작을 잘 구현한 편이며, 나쁘지 않은 게임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대죄는 최근 출시된 게임으로 원작인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일곱 개의 대죄’를 잘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유저들의 평가는 ‘완벽한 양산형 게임’인데, 나쁜 뜻이 아니라 그동안 출시된 여타 게임들의 장점을 성공적으로 모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작 애니메이션을 게임 내에 잘 녹여내 스토리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할 만 하다는 평도 나온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히트를 친 게임이다 보니 입소문을 통한 국내 유저 유입도 많았다. 참고로 19일 현재 일본에서 이 게임은 매출순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는 ‘완벽한 양산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양산형 게임들의 장점을 잘 흡수했다는 유저들의 입소문이 돌고 있다. 이같은 평가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좋은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출처 = 넷마블)


KOF올스타는 일본에서 선출시(2018년 7월)된 넷마블의 게임이다. 모바일 액션 RPG임에도 제법 괜찮은 조작감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과거의 KOF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도 제법 괜찮은 성과를 올렸다.

 

역시 90년대 출시(킹오브파이터의 아케이드용 첫 작품이 1994년 출시)된 게임을 잘 활용, 액션감을 잘 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 과거 IP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나름대로의 답을 냈다. (출처 = 넷마블)


6위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다. 펄어비스의 과거 PC판 게임을 모바일용으로 이식했는데, 원작의 뛰어난 그래픽을 잘 이식했으며, PC판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등에서 타 모바일 게임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다소 높은 사양을 요구한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모바일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그래픽을 보여준다는 유저들의 평가가 나오는 ‘검은사막 모바일’. 실제로 스마트폰 성능 평가를 할 때 ‘배틀 그라운드’와 함께 자주 활용된다. 개발사인 펄어비스는 조만간 해외 버전도 출시할 계획이다. (출처 = 펄어비스)


참고로 애플 앱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6월19일 기준)는 랑그릿사, 7대죄, 블소레볼루션이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리니지M은 청소년불가 게임으로 분류돼 앱스토어에서 빠졌다. 12세 이상 이용가능 버전 리지니M이 대신 올라와 6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검은사막 모바일이 7위에 올라있다. 전반적으로 구글플레이처럼 유명 IP 게임들이 강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3~5위가 ‘넷마블’ IP 잘 활용한 전성기?

위 1~6위 게임들을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넷마블의 활약이다. 3, 4, 5위를 전부 점유했을 뿐 아니라 7대죄와 KOF올스타는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3개 게임 모두 타사의 IP를 활용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블소레볼루션의 경우 원작이 NC소프트의 PC게임이고, 7대죄는 일본의 유명 만화·애니메이션을, KOF올스타는 SNK의 격투게임을 활용했다. 7대죄는 원작 IP가 게임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타사의 IP를 활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나머지 2개 IP는 원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곳들이 모바일 게임을 출시한 전력이 있는 곳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특히 블소레볼루션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히는데, IP를 보유한 곳이 리니지를 개발, 유통하고 있는 NC소프트라는 점이다. 게다가 넷마블은 NC소프트의 간판 IP인 리니지를 활용한 ‘리니지2 레볼루션’도 출시한 바 있다. 이미 모바일용 MMORPG에 대한 개발경험이 풍부한 NC소프트가 타사에 IP를 빌려주었다는 점은 확실히 특기할만 하다.

매출 기여도 높지만 이익률은 낮아

이처럼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게임의 홍보 면에서도 이미 유저들이 익숙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 초창기 인기몰이가 쉽다는 것이다.

특히 리니지나 랑그릿사처럼 오래된 IP를 사용할 경우 어느 정도 경제력을 보유한 30~40대, 소위 ‘아재’들이 쉽게 지갑을 열기 때문에 매출을 올리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다만 넷마블 처럼 타사의 IP를 활용하는 경우 영업이익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대부분 자사의 IP를 활용한 게임을 만드는 NC소프트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올해 1분기 22.2%에 달한다. 참고로 이도 전년 동기(42.9%)보다 떨어진 것이다. 역시 비슷한 상황인 펄어비스도 영업이익률이 13.7%다.

반면 넷마블의 경우 국내 매출이 1분기 4776억원으로 국내 1위를 기록했음에도 영업이익률이 동기 7.1%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14.6%)보다 떨어진 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경쟁사보다 많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영업이익금을 직접 비교해 봐도 엔씨소프트의 절반이 안된다.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을 보면 넷마블의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리 : CNB저널)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유명IP를 잘 활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것도 실력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만간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이돌그룹인 ‘방탄소년단’의 IP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시네마틱 육성 장르를 표방하는 ‘BTS월드’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KOF올스타, 7대죄에 이어 올해 안에 3연타석 홈런을 날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은 유저 입장에서 초기 진입장벽이 낮은데다, 잘만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같은 풍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게다가 게임 개발 능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올라가 오히려 과거보다 훨씬 훌륭한 게임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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