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기업] 장애인 작가 12인, 무지개빛 상상의 나래를 KT&G에 펼치다

‘제2회 오버 더 레인보우’전 현장

김금영 기자 2019.07.11 14:14:44

‘제2회 오버 더 레인보우’전이 열리는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 입구.(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다채로운 색깔을 뽐내는 무지개처럼 각각의 개성이 느껴지는 작가 12명의 작품이 KT&G를 물들였다. KT&G가 ‘제2회 오버 더 레인보우’전을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에서 8월 4일까지 연다.

‘오버 더 레인보우’전은 KT&G 복지재단과 KT&G 상상마당이 예술 복지 실현과 창작 지원 영역 확장을 위해 기획한 장애인 작가 지원 전시다.

 

김경선 작가는 신발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상을 자유롭게 활보하고픈 마음을 드러낸다.(사진=김금영 기자)

여수연 KT&G 상상마당 시각예술팀 큐레이터는 “KT&G는 문화 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운영 중인 KT&G 상상마당을 통해 작가 지원의 영역을 보다 확장하고, 다양한 동시대 예술을 선보이고자 한다. 다양성의 공존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오버 더 레인보우’전도 그 일환”이라며 “장애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장애의 편견을 없애고자 했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오버 더 레인보우’전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올해 2회째를 맞이했다. 장애 예술가 창작 공간인 서울문화재단 잠실 창작 스튜디오와의 협력을 통해 참여 작가를 공개 모집한 이번 전시는 지난해보다 규모가 확장됐다.

 

이규재 작가는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업,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을 보여준다. 오돌토돌한 질감이 느껴지는 작품에는 자신이 느꼈던 상처를 담았다.(사진=김금영 기자)

1회 전시엔 작가 6명이 참여했고, 이번 전시엔 고동우, 김경선, 김은설, 김재호, 김환, 이규재, 이민희, 이선근, 진리, 한영권, 홍세진, 황성정까지 총 12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전시 기간도 지난해 10여일과 비교해 약 한 달 정도로 늘었고, 전시 공간 또한 기존 전시가 열렸던 KT&G 상상마당 홍대 4층 공간을 포함해 5층까지 규모를 확장해 평면, 입체 작품 등 작품 110여 점을 선보인다.

 

여수연 큐레이터는 “제1회 ‘오버 더 레인보우’전 때 짧은 전시 기간에도 불구하고 1000여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찾아와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그 성원에 힘입어 이번 해에는 전시 예산과 기간을 확장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문화 예술 후원을 위한 전시를 선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진리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고양이,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들을 팝아트로 표현했다.(사진=김금영 기자)

지난해 전시 때 추천을 통해 작가를 선정했다면, 올해엔 전문 심사위원이 작품성을 살펴 최종적으로 작가 12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들’이라는 큰 주제 아래 지체, 뇌병변, 지적 장애 등 자신이 지닌 장애의 한계 지점을 뛰어넘는 예술적 감각을 마음껏 표출한 작업을 보여준다.

 

5층 전시장에서는 김경선, 이규재, 진리, 김환, 이선근, 김재호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여수연 큐레이터는 “작가 자신이 느끼는 신체, 마음의 감각을 다양한 색감을 통해 순수하게 표현한 작업들”이라고 설명했다.

 

김환 작가는 창문을 매개로 안에서 바라본 바깥세상, 그리고 그 바깥 세상에 직접 나가서 바라본 하늘까지 자신이 바라본 세상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표현한다.(사진=김금영 기자)

자유롭게 걷지 못하는 김경선 작가는 신발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상을 자유롭게 활보하고픈 마음을 드러낸다. 다양한 사람들의 신발 그리고 쭉 이어진 길을 그린 ‘집으로 가는 길’ 등을 통해 걷는 행위에 집중한 작품을 보여준다.

 

자폐 증상이 있는 이규재 작가는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업,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을 보여준다. 오돌토돌한 질감이 느껴지는 작품에는 자신이 느꼈던 상처를 담았다.

 

이선근 작가는 더 세상을 열심히 바라보려는 마음을 화면에 오롯이 담았다.(사진=김금영 기자)

진리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고양이,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들을 팝아트로 표현했다. 작품 속 고양이에 ‘진리 고양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해맑은 동물들의 모습이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김환 작가는 창문을 매개로 안에서 바라본 바깥세상, 그리고 그 바깥 세상에 직접 나가서 바라본 하늘까지 자신이 바라본 세상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표현한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이선근 작가는 더 세상을 열심히 바라보려는 마음을 화면에 오롯이 담았다. 인물 또는 동물 같기도 한 형상들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편견에 갇히지 않은 작가의 넓은 시선을 보여준다. 김재호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도구인 물감을 통해 시각뿐 아니라 청각까지 표현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물감을 짠 둥그런 라인을 화면 위에 재구성하며 여기서 리듬감까지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김재호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도구인 물감을 통해 시각뿐 아니라 청각까지 표현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사진=김금영 기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들’ 주제로 모인 작가 12인에
전시 장소-제작 지원비 제공으로 창작 활동 지원

 

‘제2회 오버 더 레인보우’전이 열리는 4층 전시장.(사진=김금영 기자)

이어 4층 전시장엔 홍세진, 이민희, 한영권, 김은설, 황성정, 고동우 작가의 작품이 설치됐다. 여수연 큐레이터는 “4층엔 개념적이면서도 작업 표현 기술이 섬세한 작가들의 작업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청각 장애가 있는 홍세진 작가의 작품명은 ‘삐’, ‘펑’ 등 의성어로 구성돼 눈길을 끈다. 화면에 담은 대상 또한 TV, 송신탑, 공항 등 여러 소리가 가득한 공간들이다. 작가는 자신이 듣지 못하는 소리들을 상상하며 이를 시각화하는 시도를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다.

 

홍세진 작가는 자신이 듣지 못하는 소리들을 상상하며 이를 시각화하는 시도를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다.(사진=김금영 기자)

뇌병변을 앓고 있는 이민희 작가는 사진 작업을 이어 왔다. 몸을 움직이고 말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이 찍고 싶은 대상을 찾아 돌아다닌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 그날의 기분과 몸의 상태에 따라 선명하게 또는 흐릿하게 찍은 사진들은 마치 작가의 자화상처럼 느껴진다.

 

지체 장애가 있는 한영권 작가 또한 자화상을 비롯해 세상을 인식하는 자신만의 개념이 드러난 작업을 선보인다. 나뭇잎을 사용해 손을 표현한 작업에서는 마치 나뭇잎의 줄기가 사람의 혈관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잘 느끼지 못하는 감각을 더 생생하게 느껴보려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민희 작가는 그날의 기분과 몸의 상태에 따라 선명하게 또는 흐릿하게 찍은 사진들을 전시한다.(사진=김금영 기자)

김은설 작가는 회화부터 조각, 영상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업했다. 이 다양한 장르를 한데 모으는 건 딱풀을 두 손에 묻힌 뒤 손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풀실 놀이’. 풀이 지닌 찐득찐득한 속성으로 미묘하게 불편한 느낌을 주는 이 작업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장애로 인해 때때로 느끼게 되는 불편한 느낌, 한계 지점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황성정 작가는 손으로 그리는 행위에 주목했다. 손을 주제로 드로잉, 나무 조각 작업을 펼치고 자화상 작업 또한 보여준다. 운전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인 마이 마인드’에는 ‘누나가 퇴근할 때 내가 데리러 가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한영권 작가는 자신의 자화상을 비롯해 세상을 인식하는 자신만의 개념이 드러난 작업을 선보인다.(사진=김금영 기자)

마지막으로 고동우 작가는 직접 키우는 고양이 노마를 중심으로 한 작업을 보여준다. 고양이의 친구로 강아지가 화면에 등장하기도 하고, 여러 캐릭터와 자화상 또한 그려 선보인다. 작가 12인의 모든 작업이 자신들이 세상을 바라본 솔직한 시선, 그리고 자신들이 살아가며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담았다.

KT&G 상상마당은 갤러리 공간을 통해 ‘오버 더 레인보우’전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를 펼쳐 왔다. 국내 작가를 비롯해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기획전 또한 매년 꾸려 왔다. 올해엔 20세기 거장 시리즈 여섯 번째 해외 작가로 노만 파킨슨의 국내 첫 회고전을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에 이어 현재 춘천 아트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김은설 작가는 딱풀을 두 손에 묻힌 뒤 손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풀실 놀이’를 중심으로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때때로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사진=김금영 기자)

여수연 큐레이터는 “KT&G 상상마당은 전문 시각예술팀을 꾸려 기획전을 꾸준히 열고 있다”며 “이번 ‘오버 더 레인보우’전을 비롯해 올해 6회차를 맞는 ‘다방 프로젝트’ 또한 준비 중이다.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젊은 작가와 기획자와 전시, 출판 등 다양한 형태로 관람객과 소통한다. 올해는 ‘플라스틱 오염’을 주제로 환경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순수미술 작가 3명과 디자이터 1팀이 참여해 워크숍을 펼치고 환경 전문가와 함께하는 토론 프로그램 등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KT&G는 사회 공헌의 취지를 위해 복합문화공간 KT&G 상상마당을 만들었다. 전문적인 미술신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공간의 특성상 보다 많은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공연을 보러 또는 디자인숍에 쇼핑을 하러 왔다가 부담 없이 편하게 전시도 볼 수 있도록 갤러리의 문턱을 낮추고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황성정 작가는 손을 주제로 드로잉, 나무 조각 작업을 펼치고 자화상 작업 또한 보여준다.(사진=김금영 기자)

이 가운데 재능 있는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시도 ‘오버 더 레인보우’전을 비롯해 꾸준히 꾸려나갈 계획이다. 여수연 큐레이터는 “KT&G는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원이 부족한 아티스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2회 오버 더 레인보우’전은 총 77일 동안 무료 관람으로 진행된다. KT&G 상상마당은 전시를 주관하고 장소 제공과 더불어 제작 지원비를 전달해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한 아트상품을 판매해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속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6월 24일~8월 4일)에 이어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갤러리(8월 9일~9월 16일)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고동우 작가는 직접 키우는 고양이 노마를 중심으로 한 작업을 보여준다.(사진=김금영 기자)

 

문화 지원·향유로 상상의 무한한 가능성 펼치는 KT&G 상상마당

 

KT&G 상상마당 홍대 외부 전경.(사진=김금영 기자)

KT&G의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상상마당’은 연간 180만여 명의 방문객이 찾는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공연, 전시, 축제, 체험, 문화예술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창작자에게는 창작 활동의 기회를, 대중에게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해 실질적인 문화예술 생태계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2005년 문화 커뮤니티를 오픈했고 이후 2007년 상상마당 홍대, 2011년 상상마당 논산, 2014년 상상마당 춘천을 개관했으며 2020년에는 부산에 상상마당을 개관할 예정이다. 상상마당 홍대는 홍익대 대중문화와 비주류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영화관과 공연장을 비롯해 디자인 전문샵, 갤러리, 아카데미, 스튜디오, 카페 등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인디·예술 전용관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영화를 소개하고, 상업영화의 후반 작업이 가능한 시네랩을 통해 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는 ‘밴드 디스커버리’ 등 공연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장애인 작가를 지원하는 ‘오버 더 레인보우’전, 실험적인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는 ‘스코프(SKOPF·상상마당 코리아 포토그래퍼 팰로우쉽)’ 등을 이어오며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논산, 춘천에도 상상마당을 운영하며 지역 문화 플랫폼 구성에 힘쓰고 있다. 한천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된 상상마당 논산에는 총 9개동의 공간에 갤러리, 아트홀, 카페, 숙박, 교육 공간, 식당, 미니수영장 등을 갖췄다. 춘천시 어린이 회관과 강원체육 회관을 리모델링한 상상마당 춘천은 공연장, 라이브 스튜디오, 갤러리, 강의실, 카페 등을 갖춘 문화 예술 활동을 위한 공간과 객실, 음악 연습실, 공연예술 연습실, 세미나실 등을 갖춘 문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숙박 공간으로 구분된다.

상상마당 홍대, 논산, 춘천은 유기적인 소통을 이어가며 운영되고 있다. 상상마당 홍대에서 기획된 전시가 각 공간의 형태에 맞도록 재구성돼 논산, 춘천 등으로 순회전 형태로 이어지며 보다 많은 방문객이 문화 콘텐츠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