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카, 어디까지 왔나?] ② IT·전장·통신 기업, 협업으로 이슈 선점 나서

삼성/LG, 텔레매틱스 세계 1·2위 기술력 앞세워…SKT/KT, 5G 이동통신 기반 자율주행 실현

윤지원 기자 2019.07.04 15:59:02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중 하나인 커넥티드카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며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하나의 스마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동시에 커넥티드카 기술 발전은 산업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CNB는 다양한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글로벌 기업들의 커넥티드카 개발 및 상용화 현황을 둘러봤다.
 

시리즈: [커넥티드카, 어디까지 왔나?] ① 글로벌 완성차 업체, 플랫폼 개발 양보 없어

 

하만 이그나이트 클라우드 플랫폼 개념도. (사진 = 하만인터내셔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가 지난해 내놓은 IoT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커넥티드카 시장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27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커넥티드카는 5G 네트워크 및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되어 인포테인먼트, 원격제어 및 자율주행, 도로 혼잡 완화 및 사고 회피, 홈투카 및 카투홈, 나아가 스마트시티로의 연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도가 무한히 넓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는 더이상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새로운 스마트 플랫폼이라는 인식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기존의 전장 업체뿐 아니라 국내의 IT, 통신 대기업들도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하만 인수로 커넥티드카 본격 개시…‘디지털 콕핏’ 진화

삼성전자는 2016년 세계적인 전장 기업 하만(Harman)을 9조 3700억 원에 전격 인수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기존 사업 구조를 탈피하고 세계 1위 전장 업체의 기술력 및 노하우 외에도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고객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인 전장사업 본격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첫 합작품은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선보인 ‘디지털 콕핏’이다. 디지털 콕핏에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카메라뿐만 아니라 하만의 이그나이트(Harman Ignite) 차량용 클라우드 플랫폼, 5G 솔루션, 보안용 솔루션인 하만 쉴드 등 양사의 커넥티드카 기술이 집약됐다.
 

삼성전자-하만의 디지털 콕핏 2019. (사진 = 하만인터내셔널)


삼성전자는 2021년 출시 예정인 유럽 완성 차에 이 솔루션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디지털 콕핏을 업그레이드했고, 지난 1월의 CES 2019에서는 업그레이드 버전 ‘디지털 콕핏 2019’를 선보였다.

디지털 콕핏 2019는 전년 대비 3개의 스크린이 추가돼 총 6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됐고, 전 좌석 개인에게 최적화된 환경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한다. 또한, 차량 통신 기술이 탑재되어 주변 차량 및 도로 상황 등에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그밖에도 삼성전자의 AI 음성 비서 플랫폼인 '뉴 빅스비'를 통해 차량 내·외부 기기간 연결성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집 안에서 '갤럭시 홈'을 통해 차량의 잔여 연료량 확인 또는 공조장치 제어가 가능하고, 차 안에서는 삼성전자의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집 안의 IoT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2022년까지 선보일 커넥티드 서비스 개념도. (사진 = FCA)


FCA·구글과 파트너십…현대차·KT와도 파트너십

또한 하만은 지난 5월 피아트크라이슬러(FCA), 구글과 커넥티드카 생태계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온·오프 보드 U커넥트’ 시스템 서비스를 올 하반기부터 시작한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하만 이그나이트 플랫폼을 모든 FCA 차량에 적용해 차량 유지 보수, 주유·충전소 탐색, 교통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으며 스마트싱스 앱과 연동해 집안의 가전기기를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아우러 구글 안드로이드 OS 적용으로 스마트폰과 호환이 가능하다.

그밖에도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자동차+기술+통신을 융합한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을 가속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KT와 손을 잡았다.

그 결과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화성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K시티에서 5G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3.5㎓ 대역 5G 네트워크 장비를 제공하고, 현대자동차는 자동차의 주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을 담당했으며 KT는 5G 이동통신망을 활용한 자동차-자동차·자동차-사물 간의 통신을 담당했다.
 

LG전자와 HERE 테크놀로지의 고정밀 지도 기술을 활용한 커넥티드카의 자율주행 이미지. (사진 = LG전자)


■LG전자: TCU 시장 글로벌 1위…퀄컴·HERE 등과 협업

LG전자는 커넥티드카 핵심 부품인 ‘텔레매틱스 컨트롤 유닛’(TCU)의 글로벌 시장에서 2016년 점유율 1위(26%)를 차지한 바 있다. 점유율 2위(콘티넨탈, 16.2%) 및 3위(하만, 16%)보다 10%가량 높은 점유율이다.

또한,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메르세데스-벤츠, GM,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등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인 G90에도 단독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LG전자는 2017년 반도체기업 퀄컴과 함께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 R&D 캠퍼스 내에 차세대 커넥티드카 솔루션과 미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고, 그해 12월에는 전 세계 1억 대 이상의 차량 내비게이션에 지도를 공급하는 고정밀 지도 정보 업체 히어 테크놀로지(HERE Technology)와 ‘차세대 커넥티드카 솔루션 공동 개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파트너 업체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자동차 부품 소프트웨어 분야 국제표준단체인 오토사(AUTOSAR, AUTomotive Open System Architecture)에 2017년 프리미엄 파트너 자격으로 가입한 뒤, 오토사 표준 플랫폼 개발에 앞장서 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3월 스트래티직 파트너(Strategic Partner)로 승격됐다.

최근에는 세계 음향전문업체 DTS 모기업인 미국 엑스페리(XPERI)와 자동차용 커넥티드 라디오 기술을 통합 개발하는 데 합의하고 내년부터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자동차용 커넥티드 라디오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 과기정통부가 22일 주최한 ‘상암 자율주행 페스티벌’에서 5G와 AI를 결합한 V2X 자율주행을 선보였다. (사진 = SK텔레콤)


■SK텔레콤: 서울시 5G 자율주행 사업 주관

SK텔레콤은 지난달 22일 상암 5G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이하 ‘상암 테스트베드’)에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과기정통부가 주최한 ‘상암 자율주행 페스티벌’에 참가, 5G와 AI를 결합한 V2X 자율주행을 선보였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함께 추진 중인 상암 테스트베드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C-ITS(Cooperative Intelligent Transport System,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관련 기술의 실증과 발전을 위해 24시간 산·학·연에 개방하는 공간이다. SK텔레콤은 C-ITS 실증사업 주관 사업자로서 그간 상암 DMC 일대에 ▲촘촘한 자율주행 특화 5G 인프라 구축 ▲초정밀지도(HD맵) 제작 및 적용 ▲5G·AI 기반 보행자·교차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을 완료했다.

이날 SK텔레콤은 5G와 AI를 융합한 자율주행버스를 시연했다. 버스에서는 3D 초정밀지도(HD맵)로 상암 테스트베드의 도로·신호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테스트베드 일대를 주행 중인 차량들이 어느 지역, 몇 번째 차로를 달리는지도 상세하게 나타난다.

전방 시스루(See-through) 기술도 선보였다. 선행 차량의 ADAS가 5G 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내는 고화질 영상이 버스 안 스크린에 나타나고, 동시에 영상 속 보행자, 표지판 등을 SKT V2X 서버의 AI가 분석한 인식 정보가 화면에 나와 예측 운행이 가능하다.

아울러 이처럼 상암 테스트베드를 달리는 모든 자율주행 차량의 주행 정보는 이날 개관한 ‘서울 미래 모빌리티 센터’의 관제 시스템으로 5G 망을 통해 실시간 전송된다.

SK텔레콤은 서울시의 C-ITS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시내버스, 택시 1700대에 5G ADAS 설치 ▲초정밀지도(HD맵) 구축 ▲실시간 HD맵 업데이트 기술 실증 ▲서울시 도로 인프라 관리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5G 기반 커넥티드카/자율주행 기술의 지속적인 보완 및 고도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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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하만 디네시 팔리월(Dinesh Paliwal) CEO, 싱클레어 방송 그룹 크리스토퍼 리플리(Christopher S.Ripley) CEO가 지난 1월 열린 CES 2019 현장에서 손을 잡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미국 2.7억 대 차량 대상 'In-Car 미디어' 시장 선점 나서

또한, SK텔레콤은 올해 초 삼성그룹의 전장 기업 하만, 미국의 싱클레어 방송 그룹 등과 미국 시장에서 방송망을 기반으로 ▲고품질 지상파 방송 ▲HD맵 실시간 업데이트 ▲차량통신기술(V2X: Vehicle to Everything) 등을 미국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차량용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통신망 커버리지 한계, 이동 시 방송 신호 수신 불가 등으로 차량 내 미디어 서비스 이용이 어려웠다. 그런데 미국의 차세대 방송 기술 표준으로 제정된 ATSC 3.0을 활용하면 방송망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의 실시간 전송이 가능해진다. 이와 더불어 5G, LTE, 와이파이 등 다양한 통신망의 결합 활용도 가능하다.

이에 3사는 ▲SK텔레콤의 미디어 기술과 저지연 데이터 송·수신 기술 ▲하만의 전장 경쟁력 ▲싱클레어의 방송 인프라를 결합한 ATSC 3.0 기반 차량용 플랫폼을 올해 안에 공동 개발하고, 이후 시범 서비스를 거쳐 미국 전역의 약 2억 7000만 대에 달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KT가 국내 최초로 실제 도로에서 5G V2X 기술 선보였다. (사진 = KT)


■KT: 5G-V2X 기술 국내 최초 도로 실증

KT역시 지난달 22일 상암 자율주행 페스티벌에서 5G 자율주행 버스를 선보였을 뿐 아니라 자율주행 원격관제 시스템인 5G 리모트 콕핏도 전시했다. 특히 KT의 5G 자율주행 버스는 2018년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운행 허가를 받은 45인승 대형버스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판교·영동대로 자율주행 국민 체험행사 등에서 수 차례 성공적으로 운행한 바 있다.

앞선 지난달 17일에는 기가코리아 사업단의 자율주행 실증 과제 일환으로 실제 도로에서의 5G-V2X 기술을 국내 최초로 실증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5G-V2X 단말기를 차량에 장착해 전방 추돌 경고, 보행자 경고 등의 시나리오를 검증한 것.

5G-V2X는 C-V2X에 5G 통신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C-V2X는 차량-차량, 차량-보행자, 차량-교통인프라 간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전달하는 기술로, 기지국을 통하지 않고 차량 단말끼리 직접 통신하기 때문에 통신 거리 및 전송 용량의 제약이 있다. 또한, 스마트폰은 C-V2X 기술을 지원하지 않아, 아직까지 차량과 보행자간 통신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제약을 5G 통신으로 극복하는 것이 5G-V2X이다.

차량은 필요한 정보를 5G 네트워크를 통해 C-ITS 플랫폼과 연결해서 전달받는다. 5G의 초저지연 특성 때문에 앞뒤 차량 간 데이터를 기지국을 통해 전송해도 차량 간 직접 통신과 시간 차이가 없는 실시간 통신이 가능하며, 보행자-차량 통신도 가능하다.

이날 KT는 우선 5G 망을 통한 V2X 메시지를 이용한 차량 안전 위주의 기본 기능을 검증했다. KT는 향후 영상 전송 등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능 등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이동면 사장(왼쪽)과 젬알토 필립 발리(Philippe Vallee) 사장이 지난 5월 21일 '5G 보안 솔루션 GiGAstealth를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카 공동 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커넥티드카 보안 솔루션 개발

또 KT는 현대모비스와 지난해 8월 ‘5G 기반 커넥티드카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해 1월 충청남도 서산 주행시험잠에 5G 통신망을 구축했다. 양사는 이 5G 망을 이용해 차량-사물간 통신 기술 및 실시간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기술 등을 개발한다.

커넥티드카 서비스 대중화가 본격화되면서 해킹과 같은 보안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주행 중인 차량이 해킹될 경우 개인 정보의 유출과 같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안전과 직결된 피해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이에 지난 5월 세계적인 통신 모듈 개발 기업인 젬알토와 ‘5G 보안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카 공동 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KT의 블록체인 기반 보안 솔루션 기가스텔스(GiGAstealth)’를 젬알토의 차량용 통신 모듈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동면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 사장은 "5G 자율주행 시대의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 솔루션 기가스텔스를 커넥티드카 플랫폼에 적용하게 됐다"며 "양사가 지속해서 협력하여 5G 커넥티드카 보안 사업의 생태계를 견인하고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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