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나이 바꾸기 -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기자 2019.07.08 09:15:00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우리나라는 나이에 따른 서열 정하기가 상당히 민감하다. 특히, 서열을 나눌 다른 ‘외적인’ 기준이 없는 경우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자는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그만큼 인격이나 지식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나이는 의미가 없다고 외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럼 ‘서열’을 정하는 관점에서의 나이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는 실제로 태어난 날과 주민등록증상의 나이가 다를 때 생기는 문제이다. 한쪽에서 “주민등록증 까보자”라고 공격하면, 다른 쪽에서는 “난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잘못 신고해서, 나이가 주민등록보다 더 많아”라고 항변한다. 이런 식의 나이 다툼은 흔히 술자리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이다.

나이를 바꿔 65세로 늦춰진
정년연장 혜택을 본다고?


어린 친구들은 이런 이야기가 좀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왜 출생신고를 늦게 하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유아 사망률이 극히 높던 예전에는 아이가 2~3살이 될 때까지 출생신고를 미루는 집도 꽤 있었다. 그리고 문맹률이 꽤 높던 시절이라, 아이의 출생신고를 본인이 직접 안 하고 지인을 통하여 혹은 면·읍사무소 직원에게 맡겨 놓은 경우, 생년월일이 실제 생일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가 많이 나왔다.

사실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이 사는 데 큰 불편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산다. 그런데, 잘못된 생년월일 때문에 경제적으로 손해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보통 두 가지 경우에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출생연월일을 너무 늦게 신고해서, 노령연금의 수령이 늦어지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생년월일을 정정하면, 정년이 늘어나는 경우이다. 기업에서의 직원의 정년은 취업규칙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정한다. 그런데 그 기준을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할 수는 없으니, 공적 장부인 가족관계 등록에 따라 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이 가족관계등록부를 고치면, 정년이 늘어날 수도 있다.

최근 대법원은 도시일용자의 가동 연한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변경하였다. 노동계는 이에 발맞추어 회사의 정년도 만 65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사람에 따라서는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했을 때 정년이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연장되는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출생연월일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가족관계등록부가 도입된 이후에, 출생연월일을 고치기 위해 어떤 절차를 진행해야 하느냐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서 실무상 혼란이 있었다. 그러다 몇 년 전에 대법원에서 ‘출생연월일’은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 제104조에 따른 정정대상으로 본다고 판결을 했고, 현재는 실무도 그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 출생연월일을 정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증거가 필요할까? 가장 정확한 자료는 출생한 산부인과의 기록이다. 하지만, 이 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연령대에 따라서는 대부분 집에서 출산하여, 병원에서 출생한 것 자체가 드물다. 그래서 보통 간접적인 증거를 통해서 관련 내용을 자료로 제출하게 된다.

예를 들어, 태어난 날짜와 시간이 기록된 산모수첩, 생일이 기재된 첫돌 사진이라든지, 부모가 교회를 다니는 경우는 부모의 이름과 함께 아이의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발행된 교회 주보도 가족관계등록부와 실제 출생연월일이 다르다는 자료로 사용된다.

민감한 문제 되자 법원도 까다로워져

최근에는 SNS 자료도 많이 활용되는데, 예를 들어, SNS에 실제 생일을 기재해서 몇 년 동안 꾸준히 사용해 왔던 자료가 있는 경우 그 기록이나 실제 출생일에 생일 파티를 하고 SNS에 올린 사진들을 증거자료로 제출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많이 민감한 문제이기도 해서, 법원도 까다롭게 심사를 하고 있다. 법원에서는 보통 한두 차례, 자료를 보완하라는 ‘보정명령’을 내리고, 신청한 사람은 이에 따라 자료를 보완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사건은 본인의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등록기준지인 지방에서 재판하기에 번거로운 경우에는 자신의 등록기준지를 서울로 변경해서 진행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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