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폭염 비상…건설업계 현장 안전 대비책은?

탄력근무제-고드름방 등 다양한 대책…소규모 현장 관리감독 철저해야

윤지원 기자 2019.07.11 13:17:52

지난해보다 이른 폭염이 시작된 올여름, 무더위에 취약한 옥외 작업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우려되고 있다. 건설업계가 현장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제도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준공 기일에 쫓겨 작업을 강행할 수 밖에 없는 소규모 현장에 대한 대책 및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땡볕에 일하는 옥외 건설현장의 근로자들. (사진 = Ricardo Gomez Angel on Unsplash)


여름이 돌아왔다. 폭염도, 그리고 지난해의 힘들었던 기억도 함께. 지난해 여름은 110년만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폭염일수는 평년 대비 급증했다.

기상청은 올여름 기온도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높고 폭염일수도 10.5일 이상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주의보는 작년보다 일찍 발효됐고, 지난 5일에는 서울·경기에 첫 폭염경보까지 발령됐다.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에 옥외 작업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 질환 산업 재해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사망 사고의 경우, 8명 중 7명(87.5%)이 대표적인 옥외 작업장인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지난해는 4명의 사망자와 32명의 온열환자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여름의 건설 현장에서는 ‘물, 그늘, 휴식’ 세 가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열사병 예방을 위한 ‘3대 기본 수칙’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만큼 폭염에 따른 휴식은 건설사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 증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염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와 그에 따른 피해 및 비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작업 효율을 낮추더라도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이에 국내 건설업계는 올여름 옥외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의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수박을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 삼성물산)


▲ 삼성물산: 고령·고혈압 노동자 일대일 관리

삼성물산은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 등 기상청 경보가 발령될 경우 경보 수준에 맞춰 혹서기 근무지침을 적용해 작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옥외작업은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근무시간을 조정하도록 해 근로자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 폭염에 대비해 내놓은 노동자 건강보호대책에 따르면 한여름 근무시간을 9시~18시가 아닌 5시~14시로 앞당겨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시~17시 사이 옥외 작업을 자제하게 하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이러한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며, 기온이 37도 이상일 때는 모든 옥외작업을 전면 대기시킨다.

또한, 야구장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맥주를 파는 서비스에서 착안, 현장에서 보냉백을 메고 다니며 얼음물과 아이스크림 등을 배달하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복날에는 수박, 화채 등을 준비해 휴식 중에 근로자들이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한다.

삼성물산은 특히 고령자·고혈압자 등 건강 취약 근로자들에 대해 철저한 일대일 관리로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또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현장에서 초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정기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현대건설: 5단계 열지수 기반 현장 운영

현대건설은 5단계로 구분한 열지수를 건설현장 혹서기 업무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다. 열지수란 기온과 습도에 따른 실제 체감 더위 지수로, 기상청이 3시간마다 갱신해 발표한다.

현대건설은 열지수에 따라 작업 강도를 달리하며, 안전담당부서가 총괄해서 각 현장을 관리 감독한다.

열지수 ‘보통’ 단계인 32~41 단계에는 단독작업을 중지한다. ‘높음’ 단계인 41~54의 단계에는 작업 상황 및 열지수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열지수가 ‘매우 높음 단계’인 54~66, 그리고 ‘위험’ 단계인 66 이상일 때는 모든 옥외 작업을 중지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존에도 온도에 따라 휴식 및 작업 중지 등으로 근로자들의 안전을 확보했다”면서 “이제는 단순한 온도가 아닌 습도 등까지 고려한 열지수로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 가경 아이파크 현장에 설치된 ‘HDC 고드름 방’. (사진 = 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 '고드름방'에서 옥외 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 HDC현대산업개발)


▲ HDC현대산업개발: '더위탈출 HDC 고드름 캠페인'

HDC현대산업개발은 ‘더위탈출 HDC 고드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기상청이 3시간마다 발표하는 건설현장 더위체감지수를 토대로 현장의 작업·휴식을 운영하며, 공종을 고위험군, 위험군, 일반군으로 분류해 폭염경보 발령시 고위험군은 작업을 중지하고 대기, 위험군은 40분 작업 20분 이상 휴식, 일반군은 50분 작업 10분 이상 휴식의 규칙을 준수한다.

기온 30도 이상일 때, 특히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의 취약시간대에는 안전 순찰조를 운영해 근로자 체온을 측정하고, 온열질환자 발생시를 대비한 모의훈련도 실시한다.

냉방시설과 냉동고, 음료 등이 마련된 휴식 공간 ‘HDC 고드름 방’을 현장에 설치하고, 물·얼음 배송 및 온열 질환자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쿨센터를 운영하며, 현장 작업장 인근에는 ‘몽골텐트 고드름방’ 또는 ‘고드름카’를 배치했다.

그밖에도 휴식을 강제하는 ‘휴식시간 알리미’, 이온음료와 얼음을 제공하는 ‘찾아가는 보건관리’ 등을 시행하고, 본사 HSE팀/안전관리지역책임자/외부점검기관 담당자 등이 ‘HDC고드름 캠페인’의 운영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GS건설 관계자가 '더위보이'를 이용해 건설현장 옥외 근로자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 = GS건설)


▲ GS건설: '더위보이'가 시원한 간식 현장 배달

GS건설은 폭염주의보 발령 시 옥외작업은 시간당 10분~20분 휴식을 취하고 37도가 넘는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옥외작업을 전면 중지한다. 연속성이 필요한 작업의 경우라도 반드시 담당임원에게 승인을 받아야 진행할 수 있다.

폭염주의보 및 경보 발령시 옥외근로자에 대해 수시로 체온을 측정한다. 아이스 스카프, 쿨 목토시, 아이스조끼 같은 보냉제품도 근로자에게 제공한다. 특히 배낭형 보냉 아이스백을 메고 현장을 누비며 시원한 음료수를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더위보이’를 혹서기 기간 고용해 직원들이 항상 쾌적한 상태로 일하도록 돕는다.

▲ 대우건설: '히트 브레이크' 제도 운영

대우건설은 오후 2시 이후에는 40분 근무한 뒤 20분 휴식을 취하는 ‘히트 브레이크’(Heat Break) 라는 탄력근무 제도를 시행한다. 혹서기에는 기존 1시간이던 점심시간도 2시간으로 늘려 시행한다. 현장에 옥외 그늘막, 몽골텐트, 옥내 휴게실 등을 제공하고 곳곳에 식수 등을 비치하고 있다. 또한 건강 고위험군은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판단 시 아이스조끼, 햇빛가리개, 쿨토시, 아이스팩 등의 혹서기 용품을 지급하고 더위체감지수, 폭염특보 등을 전파해 작업환경 관리에도 집중하고 있다.

▲ 대림산업: 안전교육장을 휴식공간으로 개방

대림산업도 혹서기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늘린다.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1시~3시에는 외부작업을 하지 않게 하고, 기온이 30도가 넘는 경우에도 옥외작업을 지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안전교육장을 개방해 휴식공간으로 이용하고, 이곳에 제빙기, 식염포도당, 아이스크림 등을 비치해 둔다. 대림산업은 특히 여름철 식중독 예방을 위해 현장 식당의 조리기구 등에 대한 청결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식수는 끓여서 제공하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현장 폭염 안전규칙 이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소규모 현장은 사각지대…정부, 재난에 준한 대책 마련해야

한편, 노동계는 이 같은 폭염 대책이 대기업 현장이나 공공부문 등 대규모 건설현장에서만 잘 지켜질 뿐, 중소 건설현장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특히 비용을 아끼고 준공 시기를 맞춰야 하는 하청업체들은 폭염에도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이하 건단련)는 정부 부처에 제출한 건의문을 통해 "재난급 폭염시 공사기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건단련은 건의문에서 "폭염으로 인한 근로자의 휴게시간 보장으로 공정진행률이 평소의 30∼40%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준공일을 맞추는데 커다란 애로가 있고 노무비 등 추가비용이 수반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부터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 보호 대책’을 시행하고 1000여개 사업장에 이와 관련한 이행지침을 배포했지만, 이는 강제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기에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 등 민간 영역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노동계 관계자는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하고, 폭염으로 인한 작업 중단 시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거나 모든 현장의 폭염 대책 이행 여부를 정부가 꼼꼼히 감시하는 등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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