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이슈] 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세 가지 방식의 전시

2019 바다미술제·생태 감각·내셔널지오그래픽 130주년 기념전

김금영 기자 2019.07.16 11:19:15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파란 하늘보다 희뿌연 하늘이 더 잘 보이는 나날들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비롯해 바다에 버려지는 수많은 쓰레기들로 목숨을 잃어가는 생명들의 모습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견되고, 쓰레기 대란으로 국제적 갈등까지 빚어지는 등 환경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각종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술계에서도 환경 문제 이슈에 주목한 전시들이 눈에 띈다. 바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장소 특정적인 ‘2019 바다미술제’, 인간 중심의 생태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생태 감각’전 그리고 “우리의 지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내셔널지오그래픽 130주년 기념사진전까지 환경 이야기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양하다.

① ‘상심의 바다’로 물드는 ‘2019 바다미술제’

 

‘2019 바다미술제’가 열리는 다대포해수욕장.(사진=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9월 28일~10월 27일 다대포해수욕장이 한 달 동안 환경과 관련된 예술, 담론의 장으로 바뀐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2019 바다미술제’의 전시 주제로 ‘상심의 바다(Sea of Heartbreak)’를 발표한 것. 올해 전시엔 12개국 30명 내외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 주제 ‘상심의 바다’는 환경과 삶에 대한 고민을 인류의 역사와 함께 유구한 시간을 거쳐 온 바다에서 예술의 언어로 풀어내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싱어송라이터 돈 깁슨이 1961년 발표한 곡 ‘상심의 바다’에서 착안했다. 돈 깁슨의 노래 속 바다는 실연의 아픔을 은유하는 공간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조명하는 ‘상심의 바다’는 자연환경이자 생태, 삶의 터전 등 다층적 의미를 가진 공간을 의미하며 환경과 관련된 이슈에 집중한다.

조직위 측은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최소 800만 톤 이상의 쓰레기가 바다로 버려지고 있으며, 이보다 앞선 2016년에는 2050년에 이르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비관적 미래가 예견된 바 있다. 생명의 보고였던 바다가 이제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위험 요인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런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지하고 일회용품 규제 등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환경오염과 기후,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는 이제 우리의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문제가 됐다”고 짚었다.

 

‘2019 바다미술제’ 서상호 전시감독.(사진=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이어 “2019 바다미술제는 훼손된 자연환경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제기하고 이를 개인과 사회, 인류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그 이면에 존재하는 상처를 들여다 볼 것”이라며 “전시는 아시아 국가 중심의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들을 통해 예술의 언어로 표현하고 관람객들과 공유함으로써,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서상호 전시감독이 이끈다. 전시감독으로 최종 선정된 2월부터 다대포해수욕장과 그 일대를 꾸준히 방문해 온 서 감독은 삶으로부터 분리된 예술이 아닌, 동시대 삶을 반영하는 예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인류의 생존 근간인 생태를 난개발하며 오직 인간의 안위를 위해 매진해 온 우리에게 자연환경은 이미 여러 가지 방법으로 처참한 현재와 미래를 경고하고 있다. 단순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전시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며, 결국은 희망적인 미래를 말 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 싶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위기의 바다에서 이번 바다미술제가 보여주는 것은 상처받은 바다와 변화를 꿈꾸는 바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다시 태어나는 재생의 바다다.

 

‘2017 바다미술제’에서 전시됐던 강인구 작가의 ‘바위, 바다를 만나다’.(사진=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바다미술제가 열리는 것은 2015년을 시작으로 이번이 3회째다. 2015 바다미술제의 ‘보다 - 바다와 씨앗’과 2017년 ‘Ars Ludens: 바다+미술+유희’를 거쳐 2019 바다미술제는 바다의 깊은 곳에서 떠올라 이제는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바다의 위기, 나아가 삶의 위기를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환경과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사유의 장을 형성하게 될 이번 바다미술제는 전시와 더불어 학술 프로그램, 참여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조직위 측은 “바다라는 열린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교육, 부대행사, 학술 등을 통해 바다와 환경, 나아가 생태에 대한 새로운 시선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전시장소인 다대포해수욕장은 갯벌체험 등 자연학습장으로도 각광받고 있어 생태 문제와 이에 대한 각성을 담은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조직위는 2019 바다미술제에 대한 사전 설문조사를 공식 뉴스레터와 SNS에서 진행한다. 바다미술제에 관심 있는 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다양한 의견들은 향후 전시 운영에 활용될 예정이다. 설문조사 참가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며 세부 진행사항들은 조직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② 공생 위해 새로운 감각 제안하는 백남준아트센터 ‘생태 감각’전

 

백남준, ‘다윈’. 비디오 소스, 스틸이미지. 연도미상.(사진=백남준아트센터)

‘2019 바다미술제’가 바다를 중심으로 환경 이야기를 펼친다면 ‘생태 감각’전은 지구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간의 권한에 의문을 제기하며 공생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감각을 제안한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9월 22일까지 특별전 ‘생태 감각’을 연다. 백남준아트센터 측은 “자고 나면 하나씩 생겨나는 쓰레기산, 플라스틱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다와 사막화된 땅은 우리의 일상이자 환경이 됐다. 그러나 지구 서식자의 최상위층에 위치한 인간은 자본화된 플랫폼을 통해서만 정보를 습득하고 미디어가 제한하는 시공간을 살아가며 주어진 감각만을 소비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이렇게 편향된 감각을 가진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게 지구의 미래를 맡겨두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인간이 자신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가져야할 생태학적 전망은 과연 무엇일까?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구 서식자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생태적 지위를 새롭게 찾고자 한다”며 “‘생태적 리터러시’이기도 한 이 감각은 분절화된 사회 속에서 정보의 전달과 기술의 축적에만 골몰해가는 현 인류가 지구 환경 전체에 대한 비전을 토대로 회복해야할 생태적 감수성을 의미한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조은지, ‘문어적 황홀경’. 2019.(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전시는 ‘인간의 자연’과 ‘서식자’ 라는 주제로 나눠 구성된다. ‘인간의 자연’에는 인간에 의해 확장되고 구성되는 자연이라는 주제 아래 백남준의 ‘사과나무’, ‘다윈’, 이소요의 ‘TV정원: 주석’과 윤지영의 ‘에라,’, 아네이스 톤데의 ‘체르노빌 식물표본’, ‘갈랄리트’, ‘카본블랙’, 제닌기의 ‘선구체Ⅰ,Ⅱ’가 전시된다.

텔레비전을 환경으로 인식한 백남준의 미디어 생태학에서 시작해 목가적 자연 풍경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의 현장을 기록한 이소요의 작품, 인간 중심의 자연관을 철회할 것을 요청하는 아네이스 톤데의 작품을 거쳐 기술의 재료가 돼 왔던 물질을 새롭게 감각해볼 것은 제안하는 제닌기와 인간의 욕망과 기술 발전 사이에 균형 감각을 찾고자 하는 윤지영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며 인간이 자연과 맺어온 관계에 대해 성찰하고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제안한다.

‘서식자’에서는 현대 생태학의 기원이 된 한정된 시스템으로서의 지구에 대한 성찰과 그곳에서 서식하는 서식자의 목소리를 담는다. 박민하의 ‘대화77-08-12’는 달 탐사 이후 우주선 지구호로서의 한계를 인식한 인류가 타자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시작한 우주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것이다. 이어서 지구생태계의 오랜 서식자인 인간의 주거지, 도시 생태계의 이야기를 담은 리슨투더시티의 ‘장소상실’과 동물권에 대해 작업해 온 조은지 작가의 신작 ‘문어적 황홀경’과 ‘봄을 위한 목욕’, ‘개농장 콘서트’가 함께 소개된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지구의 서식자로서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생명체들이 공존, 공생하기 위해 필요한 감각이 무엇인지 묻는다.

 

아네이스 톤데, ‘카본블랙_북해(North Sea)’. 2016∼2018.(사진=백남준아트센터)

인류세를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시적 통찰과 감각을 보여주는 박선민의 영상 작품 ‘버섯의 건축’, ‘고속도로 기하학2’, 한반도의 멸종위기 식물의 서식처에서 소리를 채집해 미래의 도서관 목록을 만든 신작 ‘속삭임과 잠의 도서관’은 이미 다가와 있는 미래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변이를 만드는 ‘발효’ 작용에 주목해 이를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제안하는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의 ‘발효컬트’는 생태학을 정치나 경제와 같은 분과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으로 정의한 백남준의 사유를 떠올리게 한다.

백남준아트센터 측은 “백남준은 1960~70년대 반문화운동의 시기, 청년들이 실행한 공동체 실험에 주목하며 젊은이가 젊은이에게서 배우는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그는 하나의 분과로서 생태학을 규정하지 않고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생태학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으며 기술혁명이 있는 곳에 새로운 세계관과 삶의 형식이 필요함을 간파했다”며 “생태학에 대한 백남준의 비전은 인간 행동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당신과 우리가 함께 ‘인류세’의 시대를 통과해 나갈 수 있을지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응답해주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③ “지구를 스스로 지키자”는 내셔널지오그래픽 130주년 기념사진전

 

로비 숀, ‘오스트리아의 얼음 동굴’.(사진=내셔널지오그래픽)

‘생태감각’전이 인간 중심적 사고의 전환을 이야기하며 환경 문제에 접근한다면, 내셔널지오그래픽 130주년 기념사진전은 “인류가 살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인 지구를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구를 기록, 발견하고 탐험해온 세계 최고의 종합 미디어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네이처스 오디세이(Nature’s Odyssey)’를 주제로 한 130주년 기념사진전을 9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연다. 네이처스 오디세이는 2010년 1편 ‘라이프 앤 네이처(Life & Nature)’를 시작으로 2편 ‘아름다운 날들의 기록’, 그리고 3편 ‘미지의 탐사 그리고 발견’에 이어 사람과 자연, 환경, 그리고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네 번째 국내 전시다.

이번 전시는 과학자 칼 세이건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류가 살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인 지구를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는 환경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됐다. 지구와 자연의 위대함을 담은 사진, 영상 120여점과 미디어아트, 스페이스 헬멧 등이 전시된다. 스페이스 헬멧은 실제 우주비행사들의 테스트를 거쳐 개발된 것으로, 우주비행사의 시점에서 지구의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맨디 바커,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예술’.(사진=내셔널지오그래픽)

전시회의 관람은 전시의 주제를 알리는 ‘인트로’ 존부터 ‘위대한 대장정’, ‘눈길이 머물다’, ‘우리의 이웃들’, ‘지구의 메시지’까지 총 5개 존으로 구성돼 지구와 인류,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눈길이 머물다’ 존에서는 문명이 미치지 못한 낯선 자연 속의 신비를 공감각적으로 연출한 디지털 숲이 펼쳐진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 뿐 아니라 음향, 특수 설비장치, 미디어 아트 등을 통해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다.

전시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비 숀이 촬영한 ‘오스트리아의 얼음 동굴’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베르펜벵 근처에 있는 얼음 동굴, ‘아이스코겔 홀레’ 내부의 거대한 얼음 동굴과 탐험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탐험가의 모습은 해발 2189m에 위치해 있는 거대한 자연의 빙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국의 사진작가 맨디 바커의 작품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예술’도 전시된다. 이 작품은 영국의 한 해변에서 모은 플라스틱 폐기물 500점으로 만들어졌다. 지구를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캐나다의 사진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이며 해양 생물학자로 알려진 폴 니클렌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그는 올해의 BBC 야생동물 사진상 등 30여개 이상의 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보자 이바노비치, ‘생각하는 사자’.(사진=내셔널지오그래픽)

그 외 주요 작품으로는 보자 이바노비치의 ‘생각하는 사자’ 및 앤드루 수요노의 ‘비야, 비야, 오지 말아라’ 등이 있다. ‘생각하는 사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동물원에 있는 사자의 모습, ‘비야, 비야 오지 말아라’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새끼 오랑우탄이 바나나 잎을 우산 삼아 비를 피하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오염 없는 대자연에 어우러진 동물들의 평화로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시에 상영되는 ‘원 스트레인지 락’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제작한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지구 생태계 시스템을 통해 진화해온 지구, 그리고 스스로 생성하고 치유하는 자연의 위대함을 영상에 담았다.

환경 보호의 취지에 배우 공효진과 방송인 블레어가 힘을 보탰다. 전시회의 오디오 가이드에 국문, 영문 목소리 재능기부로 참여한 것. 전시 수익금의 일부는 공효진이 추천한 환경단체 및 블레어가 추천한 기관에 각각 기부될 예정이다. 또한, 전시 기간 동안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 아카데미 소속 30여명의 사진작가가 평일 오후 2시와 4시에 무료로 도슨트 가이드를 제공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