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기업] 현대/쉐보레/르노삼성, '차 안 보여주는 광고' 왜?

광고 화법이 달라졌다… 라이프스타일-개성에 포커스

윤지원 기자 2019.07.19 09:03:43

현대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등 최근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광고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양상이다. 이들 업체의 일부 자동차 광고들은 자동차의 주행 성능, 힘, 안정성, 안락함 등 기존에 자동차의 중요한 성능으로 여겨지던 요소들을 강조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는 자동차 광고까지 나왔다. 이들 광고는 대신 새로운 타깃 소비자층의 라이프 스타일과, 그들이 선호할만한 가치와 감성을 깊이 이해하고 가깝게 접근한다.
 

현대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등의 최근 광고들이 기존의 자동차광고와는 달라진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현대자동차 베뉴: 자동차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다

현대자동차는 11일 출시한 신형 엔트리급 SUV ‘베뉴’(VENUE)의 출시 전 8편의 프리 론칭 시리즈 광고를 집행했다. “혼라이프 SUV, 베뉴”라는 카피를 앞세운 이들 광고는 편당 12초 정도의 짧은 내용으로 진행되는데, 티저(teaser) 개념이긴 해도 시리즈 8편을 통틀어 자동차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점이 과감하다.

광고는 대신 ‘혼라이프’라는 개념을 연상시킬만한 일상의 작은 디테일을 하나씩 소개한다. 예를 들어 ‘침대 편’은 짜장라면을 먹고 난 그릇이 침대에 놓여 있는 화면 위로 “나 요즘 눈치 안 보고 침대에서 밥 먹어. 부럽지?”라는 대사가 흐른다. 또 ‘옷걸이 편’은 텅 빈 옷장 안, 딱 한 벌의 원피스가 옷걸이에 걸려 있는 화면 위로 “드디어 독립. 언니와의 옷 전쟁 끝”이라는 대사가 전부다.

가족과 같이 살 때는 침대에서 음식(심지어 라면)을 먹으면 부모님께 혼이 나고, 자매끼리 예쁜 옷을 서로 입겠다고 싸우는 것이 흔한 일상이다. 그런데 이 광고의 주인공들은 맘대로 아무 데서나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비록 가진 옷은 적어도 내 옷을 온전히 독점할 수 있는 ‘혼자 사는 삶’의 장점을 누린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혼자 사는 삶’을 ‘혼라이프’라는 말로 규정하고, 신차 베뉴의 정체성을 ‘혼라이프 SUV’라고 소개한다. 광고는 혼라이프의 장점을 부각시켜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공감과 호감을 얻고, 이들에게 ‘혼라이프 SUV’라는 새로운 상품군에 대한 호기심을 심는 것이 목적이다.

론칭과 함께 공개된 새로운 시리즈 광고에는 드디어 베뉴 자동차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시리즈 역시 ‘혼라이프 SUV’라는 모토 아래 일상 공감을 먼저 얻고, 이와 관련된 베뉴의 특장점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대자동차 베뉴 티저 광고(윗줄) 및 론칭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1인 문화’ 본질 이해하며 제품 정체성 차별화

이러한 일상 공감 광고는 얼마나 폭넓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느냐보다, 특정 타깃이 감탄할 만큼 섬세한 부분을 어떻게 잘 찾아서 파고드는가에 성패가 갈린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 ‘혼라이프’ 시리즈는 이런 점에서 호평할 만하다.

특히, 적외선 무릎 워머 기능을 소개하는 광고는 ‘최초’라는 자랑이나 비교를 통한 강조가 아니라 고양이를 통해 귀엽고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한 감성을 건드린다. 특히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우리 집사, 옆구리 시린 건 참아도 무릎 시린 건 못 참지”라고 말하는데, 애묘인들 사이에서 이런 의인화 화법은 물론이고 고양이가 상전인 듯한 캐릭터 놀이가 통용된다는 것을 잘 파악하고 이를 활용한 섬세함이 돋보인다.

현대차가 베뉴의 국내 론칭과 함께 ‘혼라이프 SUV’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는 것은, 국내 500만 1인 가구와 혼술, 혼밥 등 1인 문화를 선호하는 세대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SUV는 ‘실용적인 가족용 차량’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소형 SUV는 청년 세대가 생애 첫차로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티볼리, QM3 등 다양한 모델의 치열한 경쟁 속에 국내에서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왔다.

소형 SUV 시장은 이처럼 과열된 시장인 만큼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디자인과 경제성 등을 내세우거나 신차 효과를 노리고 변화와 차이만을 단순히 주장하는 것으로는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

이에 베뉴 광고는 아예 타깃 소비자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는 전략을 내세운다. 단지 나이가 젊은 소비자가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를 선택한 소비자라고 말하는 것. 그리고 그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고,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공감한다는 점을 드러냄으로써, 베뉴가 그들의 요구와 취향에 최적화된 제품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쉐보레 트랙스 광고에 함께 한 크리에이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알타임 죠, 이토끼, 마미손, 기무.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쉐보레 더 뉴 트랙스: 모든 선택과 개성을 존중하다

한국지엠은 지난 2분기, 4명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한 쉐보레 더 뉴 트랙스의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 트랙스 TV 광고에서는 복면 래퍼 마미손, 여성 헬스 유튜버 이토끼,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 알타임 죠, 독특한 패션모델 기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의 스토리와 함께 트랙스의 특장점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들은 마미손 정도를 빼고는 대중적으로 큰 인기나 명성을 누리고 있지 않지만 트랙스의 주 소비자층인 젊은 세대가 주로 향유하는 문화인 힙합과 패션, 피트니스 등의 분야에서는 잘 알려져 있으며, 이런 점에서 그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광고에 담긴 네 사람의 스토리에는 세상의 고정관념이나 잔소리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취향과 선택을 밀고 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성 파워리프터 겸 헬스 유튜버 이토끼.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특히, 국내 보기 드문 여성 파워리프터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이토끼 편은 여성들에게 획일적으로 강요되는 아름다움이 아닌 자연스러운 건강함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는 모습을 당당하게 그리고 있다. 직업이나 스타일에 국한된 편견이 아니라 모든 여성을 향한 편견에 정면 도전하는 광고로 여겨지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밖에도 광고는 트랙스가 전세계에서 140만 대 이상 팔렸으니 140만 가지 방식으로 세상을 달린다고 강조한다. 배경음악의 후렴구인 “Shut up and let me go!”는 “잔소리 그만 하고 날 내버려 두라”는 직접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운전자의 다양한 개성에 맞춰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는 유틸리티 차의 본질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마케팅은 국내 트랙스 판매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트랙스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7.1% 증가한 것을 포함해 트랙스의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상반기 누계 대비 28.8% 증가한 6233대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자동차 광고 '조금 다른 특별함'.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르노삼성자동차 20주년: 세월을 과장 않고 진정성 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 ‘조금 다른 특별함’을 진행하고 있다. 그 시작은 가수 박효신을 메인 모델로 내세운 브랜드 광고 영상으로, 지난 3월 말부터 온에어 됐다.

박효신은 차를 운전해가면서 보이는 풍경과 사람들에 대해 느껴지는 ‘조금 다른 특별함’을 이야기한다. 매일 지나가던 길, 매일 함께 하는 사람, 매일 바라본 하늘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매일 함께하고 있다는 그 사실에서 특별하고 소중한 가치를 느낀다는 내용이다.

이런 말들은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기업이 아니라, 그 자동차를 실제로 매일 타고 다니는 고객의 시선과 입장에 더 가깝다. 여기엔 르노삼성차가 걸어온 발자취나 이룩해온 성과 등에 대한 과시나 자랑은 없다. 20주년을 맞이한 기업이 고객에게 전하는 말이라기보다, 오랫동안 가깝게 지낸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는 이야기 같은 광고다.

메인 모델인 박효신 역시 올해로 데뷔한 지 만 20년이 된 가수다. 그리고 이번 르노삼성 광고가 20년 연예인 생활에서 처음 찍어 본 광고라고 한다.

이런 인연과 정보는 광고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제작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될 경우 완성된 작품에 감성적으로 반영된다. 이런 요소를 ‘진정성’이라고 표현한다.
 

르노삼성자동차 '조금 다른 특별함' 광고 배경음악 '바람이 부네요'를 부르는 박성연 선생과 가수 박효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바람이 부네요' 노래가 전하는 깊은 진심

특히 이 광고는 박효신이 60대 여성 재즈가수 박성연 선생과 듀엣으로 부른 ‘바람이 부네요’라는 노래가 전체 분위기를 지배한다.

이 곡은 1978년 문을 연 대한민국 최초의 재즈 라이브클럽 ‘야누스’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피아니스트 임인건이 작사, 작곡한 노래로, 야누스에 대한 기억을 담은 앨범 ‘야누스, 그 기억의 재편’(2016)에 수록되어 있다.

원곡을 노래하고 이번 광고에도 듀엣으로 참여한 박성연 선생은 바로 그 야누스를 설립하고 30년 넘게 경영했으며, 1세대 재즈 보컬로도 활동했던 재즈계의 대모다. 작곡자 임인건과의 인연도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바람이 부네요’는 임인건이 투병 중인 박성연 선생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다가 떠오른 느낌을 노래로 만든 곡이다. 오랫동안 좋은 인연을 이어 온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사로, 목소리로 주고받은 노래이니, 듣는 이와 보는 이에게도 그 진정성이 전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르노삼성차는 박효신이 처음으로 CF 출연을 수락한 배경 역시 박성연에 대한 존경심과 노래에 담긴 진심이라고 밝혔다. 이런 진정성은 예술의 힘보다도 실제 삶과 세월의 힘이다. 재능있는 작가도, 많은 제작비도,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도 흉내 내기 힘든 가치다.

광고를 본 시청자들은 댓글을 통해 “감성적으로 마음의 울림을 준다”, “잔잔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묵직한 임팩트가 있다”, “음악의 힘이 정말 크다” 등 광고를 통해 받은 감동을 표현했다.

 

 

 

▣ 광고&기업 시리즈


㊽ 대한항공 편: 창사 50주년 광고로 기업 이미지 쇄신 나서

㊼ 현대 쏘나타 편: 이건… 스마트폰 광고인가, 자동차 광고인가

㊻ 이동통신사 편: '초능력'(KT)으로 '일상 바꾸는'(LGU+) '초시대'(SKT)… 5G 전초전 승자는?

㊺ 기아 스팅어 편: 부러움-질투-인정이 '전문가 평가'? 진부한 내용 살린 영상미

㊹ 현대자동차 편: 청각장애 기사의 ‘조용한 택시’ 영상, 지구인에 감동 물결

㊸ 현대카드 편: 지코 내세운 ‘더 그린’ 광고, 스타마케팅 아닌 ‘일상공유’ 콘셉트 주효

㊷ 2018 히트 광고 총결산… “이건 전설이 될 거야!”

㊶ 롯데그룹: 남성육아휴직 '비로소 경험' 담은 롯데 광고에 "출산율 높이겠네"

㊵ LG오브제 편: 내게 어울리는 가구가 된 가전… 트렌드 잘 읽은 프리미엄

㊴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건설 등 '대기업 표' 웹 드라마 붐

㊳ 부동산앱 편: 구하라 탓 곤혹스런 ‘직방’ vs 혜리 덕 본 ‘다방’

㊲ 롯데ON 편: 온라인 존재감 알려라…심플 메시지로 승부

㊱ SK텔레콤 편: 1020 전용 ‘0’ 티저, ‘TTL 신화' 재현될까?

㉟ 여름광고 ② 여기어때 편: 여름엔 "밖으로 가잔다"…뚜렷 메시지에 흥겨움 덤

㉞ 여름광고 ① 야놀자 편: 브랜드 중독엔 역시 '수능 금지곡'이 최고

㉝ 한화그룹 편: 새 광고 두 편에 심어진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사랑

㉜ 월드컵 편: "비장하지만 심심" 공식후원 KT vs. 절묘 모델 기용으로 "5G 선점" SK텔레콤

㉛ LG생활건강 편: 셀프디스 광고에 뒤통수 맞고도 광고주 웃는 사연

㉚ 삼성생명·미래에셋·AIA 편: ‘설명충’ 벗어나 스토리-순간포착 새 스타일

㉙ KEB하나은행, GC녹십자, 한국인삼공사 편: “시작은 미약, 결과는 창대” 올림픽 金광고는?

㉘ 기업 이미지광고 ②  한화, "착해야 광고도 뜬다" 입증한 '대통령의 어부바' 효과

㉗ 기업 이미지광고 ① 롯데, 반세기만의 절실한 이미지광고인데…"왜 이리 단조?"

㉖ 올림픽 광고 승자는? ③ 심플하지만 속깊게 전달한 대한항공 '쿨 광고'

㉕ 올림픽 광고 승자는? ② 치밀한 코카콜라 vs 완성도 아쉬운 노스페이스

㉔ 올림픽 광고 승자는? ① 포스코·아우디: 잘 찍은 공식파트너 광고 vs 너무 영리한 매복 광고

㉓ KT 대 SKT 완전 다른 5G 광고: 국민이냐 사람이냐

㉒ 케이뱅크·배스킨라빈스 편: 카리스마男 무너지니 탈(脫)권위 재미가 쏠쏠

㉑ LG유플러스 편: LGU+ 아이폰8 광고에 “물건사면 소외극복된다는 옛날방식 아쉽네

⑳ 보일러 ② 귀뚜라미·대성쎌틱 편: CM송 꽂아넣은 귀뚜라미 vs S라인만 보여준 대성쎌틱

⑲ 보일러 ①경동나비엔 편: 좋은 스토리·완성도와 친환경 콘셉트로 1위 굳히기

⑱ 대원제약 콜대원 편: 공들인 말장난에 제품 인지도 쑥쑥

⑰ 셀트리온·메디톡스 편: 그냥 달리기만 한 광고 vs 신화까지 터치한 참신

⑯ 삼성-애플-LG 편: 아이폰은 '팀킬', 노트8 보수적…웃는걸 보여줌과 웃게 만듬의 차이

⑮ 한국타이어 편: 뚜렷 메시지+세련 영상…그런데 왜 항상 똑같지?

⑭ G마켓 편: "광고주가 판단미스해도 김희철-설현은 하드캐리

⑬ 카카오페이 편: 첨단은 꼭 명랑해야 해? '쓴 아이콘' 이상민 내세운 잔재미로 "빅히트"

⑫ 롯데하이마트·삼성전자·LG전자 편: 찬 바람은 당연…이제는 똑똑한 에어컨 강조

⑪ 하나투어 편: 현지 맛집이냐 한국서 간 맛이냐, 그게 문제로다

⑩ 알바천국 편: 기업 광고가 이렇게 정치적일 수 있다니

⑨ 하이트진로·오비맥주 편: 광고로 띄운 저가 전략, 알고보니 궁여지책?

⑧ 케이뱅크 편:  알바 20대 vs 쇼핑열광 20대 "어느게 현실?"

⑦ 위메프 편: '재밌지 않은' 정우성이 셀프디스 하는 재미

⑥ KCC 바닥재-창호 편: 딱 33자로 공감 일으킨 카피의 힘

⑤ XYZ포뮬러 편: 화장품 광고에 꽃미녀-미남 아닌 웬 식빵

④ 블랙야크 편: "아웃도어 광고, 꼭 야외서 해야 해?"

③ SKT '티뷰센스' 편: 상투 벗어났지만 속도감엔 아쉬움

② SK매직 편: 이질적 기업의 만남을 엮어낸 사운드 마술

① 현대카드 편: 스마트폰 덕에 ‘세로 세상’ 됐는데 왜 신용카드만 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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