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혼모’가 아니라 평범한 ‘엄마’입니다

옥송이 기자 2019.07.23 17:16:51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부모 가족을 위한 '모두하나대축제'가 열렸다. 사진은 한 가족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결혼=필수’는 옛말, 한국의 가족 형태는 변화하고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결혼=선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비혼족’ ‘딩크족’ 등이 자리 잡았고, 중노년층 사이에는 ‘졸혼’ ‘황혼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결혼 후 출산’ 대신 혼자 아이 키우기를 선택한 미혼모(부)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싸늘하다. 차별과 편견 대신 떳떳한 하나의 가정, 당당한 선택임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및 시스템 제고가 필요하다.

3만 5000여 명. 정부 통계에 잡힌 미혼 부모 수다. 서류상으로 확인되지 않은 미혼 부모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마저도 지난 2016년에서야 처음으로 집계됐을 정도로 이들은 사회의 관심 밖에 존재했다. 그만큼 미혼 부모와 자녀는 복지 사각지대에 노출돼왔다. 예를 들어 현행법상 병원의 출생 증명서가 없으면 법적 부모로 인정받기 어려운데, 병원에서 출생하지 못한 미혼 부모의 자녀는 출생신고가 힘들 뿐만 아니라 의료보험 혜택 및 한부모 가족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또 사회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부정적인 시선은 이들의 경제적 자립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실정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미혼모 359명을 상대로 진행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 근로소득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이 61.6%에 달한다. 실제로 미혼모임이 밝혀진 경우, 직장생활이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해당 조사 결과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학업이나 경력이 단절되고 단기 아르바이트 및 질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게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부모를 둘러싼 제도적·사회적 개선 모두 절실한 상황이지만, 인식 개선은 단번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제도 개선부터 체계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미혼 부모가 관련 시설에서 머물 수 있는 조건을 완화하고,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이들에게도 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정과 차별 없는 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 1990년대까지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로 분류됐던 프랑스는 미혼 부모에게도 가족수당·소득세 등에서 동일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 ‘결혼=출산’이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출산율은 2명으로 올라섰다.

이제 한국 가정형태에도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미혼 부모는 ‘실수를 저지른 사람’ 혹은 ‘주홍글씨’를 새긴 채 숨죽여 살아가야 한다는 과거 프레임 대신,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이들은 생명에 대한 책임감으로 출산을 ‘선택’한 한 아이의 어머니 혹은 아버지일 뿐이다. 제도 및 인식 개선을 통해 미혼 부모와 자녀들이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존중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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