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마트들 ‘리츠’에 눈 돌린 이유

롯데리츠 상장 성공 … 홈플러스 재도전 의지 … 이마트도?

이동근 기자 2019.08.03 10:52:21

오프라인 대형마트들의 매출 저성장, 역성장이 이어지면서 ‘리츠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가 적극적으로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고, 홈플러스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자금 운용에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가 리츠산업에 나서는 속내를 CNB저널에서 살펴보았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구리점, 롯데백화점 광주점, 롯데백화점 창원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대구율하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청주점, 롯데마트 의왕점, 롯데마트 장유점 등 9곳을 롯데리츠에 처분했다. 매출 저하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유동성 확보 등이 목적으로 보인다. 사진은 롯데마트 매장에서 복숭아를 살펴보는 여성. 제공 = 롯데마트


지난달 25일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구리점, 롯데백화점 광주점, 롯데백화점 창원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대구율하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청주점, 롯데마트 의왕점, 롯데마트 장유점 등 9곳을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롯데리츠)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처분 규모는 약 1조629억원. 자산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로 신성장 사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5월에도 알짜인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리츠에 넘기고 약 4200억원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이어 같은 달 30일 롯데리츠는 1700억 원 어치의 증권발행조건확정을 공시했고,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 41.18%(700억 원), KB 증권과 하나금융투자에 8.82%(150억 원)를 배당해 결과적으로 7600억 원 어치의 수요가 몰리는 성공을 거뒀다.

 

롯데리츠의 상장은 7600억 원 어치의 수요가 몰리는 성공을 거뒀다. 사진 = 연합뉴스


홈플러스 역시 리츠 상장을 시도한 바 있다. 홈플러스 매장 51개 점포를 기초자산으로 한 부동산투자회사 홈플러스리츠를 통해 지난 3월 2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했던 것이다.

다만 공모 희망가를 기준으로 1조 5000억∼1조 70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가 당초 기대치를 밑돌자 앞선 3월 14일 상장을 철회하고 4월 해산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포기하지 않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임일순 사장은 지난 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리츠와 관련해 당장 진행하는 것은 없다”면서도 “꼭 재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지난달 25일 열린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리츠와 관련해 당장 진행하는 것은 없지만 꼭 재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 홈플러스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 REITs)는 부동산에 투자, 거기서 나오는 이윤을 배당받고,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상품이며, 리츠회사’란 부동산투자신탁을 뜻한다. 이 산업에 유통회사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장기화되는 영업 부진, 종합부동산세 부담 등이 이유로 꼽힌다.

선진국에서는 일반 투자자도 적은 비용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주목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에서야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가 상장에 성공하고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기 시작했다.

유통업계에서 홈플러스가 1조 원대 이상의 리츠 상장을 시도함으로서 리츠 산업이 활발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실패하면서 다소 위축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에 롯데리츠가 상장에 성공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뒤이은 사례가 연이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분야 업계 1위로 꼽히는 이마트도 리츠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롯데리츠의성공으로 리츠 산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매출 악화에 자금 유동성 확보, 종부세 부담도 줄여

이처럼 유통업계가 리츠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이유는 매출 수익성 악화가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이마트의 경우 2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실적 발표 전부터 나오고 있다. 이마트는 1997년 IMF 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분기 적자를 낸 적이 없어 이번 실적 발표에 적자가 확정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롯데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1분기에 194억 원의 측자를 기록했지만 이번 분기에는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이어서 정확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리츠산업은 자금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위 ‘알짜배기’ 땅을 점유하고 있는 대형마트들의 경우 리츠로 부동산을 전환할 경우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된 자금은 온라인 유통망 확보나 특화업종 강화에 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 차원이 아니라 롯데 차원에서 온라인 통합 사이트 준비 중”이라며 “내년까지는 통합 온라인 몰이 나올 예정”이라고 귀띔한 바 있으며, 이마트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렉트로마트’나 ‘삐에로쇼핑’ 등은 강화하고, 헬스앤뷰티 스토어 ‘부츠’ 매장은 축소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트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렉트로마트’나 ‘삐에로쇼핑’ 등은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리츠 상장이 유력하다. 사진은 일렉트로마트 위례점. 제공 = 이마트


정부의 세제 개편으로 부담이 커진 종합부동산세 역시 오프라인 마트들이 리츠에 관심을 두는 이유로 꼽힌다. 특히 전국 142개 점포 대부분이 자체 소유 부동산인 이마트의 경우 부담이 매우 큰 편이다. 이마트나 롯데마트의 경우 공시지가가 재평가 되면서 올해 내야 하는 종부세만 약 300억~400억 원 늘어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리츠 상장 성공은 타 업체들에도 분명 영향은 미칠 것”이라며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에 주력할 것은 분명한 상태에서 오프라인(매장들)의 운영에 고민하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츠가 꼭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유동 자금이 늘어나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리츠 상품은 주가가 크게 오르고 내리지는 않지만 소득 배당을 많이 한다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어 선진국에서 인기 있는 상품”이라며 “이 같은 운영이 국내에서도 잘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부동산 재투자 목적으로 운영된다면 나중에 문제가 돌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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