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금호석화·SK는 입찰 불가?…'특수 관계인' 배제 원칙, 범위 어디까지?

윤지원 기자 2019.08.05 08:31:32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 =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이 드디어 매물로 나왔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인수 희망 주체의 윤곽이 그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그룹과 SK그룹에 대한 입찰 참여 제한 논란이 가장 먼저 언급됐다. 특히 두 그룹은 이제껏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일관되게 “인수 의사가 없다”고 강조해 온 그룹이어서 입찰 자격과 관련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 매각, 특수관계자는 철저히 배제

7월 25일 오전,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 8063주(31.0%)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에 매각할 방침이라고 천명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사옥에서 박세창 아시아나IDT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매각의 3대 원칙을 설명했다.

먼저 박 사장은 "이번 딜은 진성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 그룹 및 특수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딜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사장은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의 어떤 동일인이나 특수관계인도 입찰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할 수 없으며, 항공법상 해외 투자자도 항공 사업을 영위할 수 없으므로 입찰을 제한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특히 박 사장은 금호석화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에 대해 "2010년 계열 분리 당시 우리와 맺은 약속이 있었고, 시장에서 억측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채권단과 합의해 매각에 참여할 수 없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사진 = 아시아나IDT)


동생 그룹의 입찰은 불가

금호석유화학은 박 사장의 작은아버지이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회사로, 아시아나항공 지분 11.12%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은 2009년 박삼구 당시 회장의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 이후 부실 문제로 불거진 형제간 갈등이 심화된 결과 2010년 분리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둘은 서로의 보유지분을 매각하기로 약속했다. 박삼구 전 회장은 금호석화 주식을 모두 매각했지만 박찬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유지했다. 이를 두고 소송까지 벌어졌지만 박찬구 회장 측은 ‘강제 조항은 아니었다’며 지금까지 2대 주주 자격을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흘러 아시아나항공은 7조 원이 넘는 부채 부담을 안고 결국 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반면 금호석화는 석유화학 업황이 극단적으로 좋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등 두 그룹의 최근 분위기는 상반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박찬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은 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배력을 대변하는 동시에 과거의 가족 기업에 대한 애착을 상징한다. 이런 점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이번 인수전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어쩌면 직접 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왼쪽 4번째)이 여수제2에너지 발전소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 금호석유화학)


금호석화 “입찰 관심 없어도 우릴 제한할 근거는 없어”

박 사장의 이러한 발언이 보도된 후 금호석화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비췄다.

앞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세간의 관측에 대해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입찰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박 사장이 언급한 ‘계열 분리 당시의 약속’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석화의 입찰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부당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박삼구 전 회장이 금호석화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수준의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화의 입찰을 제한한다는 원칙에 대해 “이번에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이에서 논의된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26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금호석화 입찰 배제가 채권단과 협의된 사안이라고 보고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해 이같은 원칙에 대해 확인했다.

채권단이 이러한 원칙에 동의한 것은 박삼구 전 회장이 과거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채권단을 수차례 방해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박 전 회장이 혹시라도 이번 매각을 둘러싸고 다른 마음을 먹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족 그룹인 금호석화를 포함해 박 전 회장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원매자를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의도다.
 

SKC 사옥. (사진 = SKC)


SK도 특수 관계인?

‘특수 관계인 입찰 참여 불가’ 원칙이 거론되고 구체적으로 금호석화가 언급되자, SK그룹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혀온 SK도 특수 관계인이므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

이런 지적은 SK가 ‘금호미쓰이화학’이라는 회사를 매개로 금호석화와 지분 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폴리우레탄의 핵심원료인 MDI(Methylene Diphenyl Diisocyanate) 생산업체인 금호미쓰이화학은 금호석유화학과 일본의 미쓰이화학이 1989년 3월 50%씩 공동 출자한 법인으로, 출범할 때부터 금호석화그룹에 편입되었다. 그리고 현재 박찬구 회장과 이시모리 히로타카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미쓰이화학은 2015년에 SK그룹 계열사인 SKC와 ‘미쓰이케미칼 & SKC폴리우레탄’(MCNS)을 설립했는데, 이때 금호마쓰이화학이 지분 50%를 MCNS에 출자했다. 이어 MCNS의 일본 자회사인 MCNS재팬이 금호미스이화학 지분 50%를 보유하게 되면서 ‘SKC→MCNS→MCNS재팬→금호미쓰이화학’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즉, 금호미쓰이화학은 SKC의 증손회사인 동시에 금호석유화학의 자회사이므로 박찬구 회장이 SK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셈이며, 이를 두고 SK그룹과 특수관계를 맺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러한 해석에 따른 SK의 입찰 자격 논란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금호미쓰이화학은 SK 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이기는 하지만 지주회사 규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또 SK는 금호미쓰이화학의 경영권을 행사하지도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 SK가 특수관계인이라는 해석은 과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한결같이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던 SK는 “입찰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일단 인수전 참여가 전제되어야 고려할 문제인데, SK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조차 없고, 따라서 특수 관계인 논란에 관해서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 대해 “박삼구 전 회장 측이 동생 그룹에 의한 인수를 견제하려는 취지일 뿐 SK의 입찰 참여까지 저지하려는 의도는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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