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매출 늘었지만 ‘재미’는 못봤다

연결 기준 평균 10.5% 매출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3분의 1로 쪼그라들어

이동근 기자 2019.08.22 07:53:41

 

상반기 식품회사들의 매출은 다소 올랐지만, 정작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전환된 곳도 적지 않았다. 사진은 마트 매대. 출처 = cnb저널DB

올해 상반기 식품회사들의 영업실적을 정리하면 ‘매출은 다소 늘었지만 이익률은 떨어졌다’가 될 듯하다. 특히 올해 순이익은 오른 곳이 떨어진 곳보다 훨씬 많았다. 아예 적자로 전환된 곳들도 적지 않다. 타사와 비교가 어려운 연 20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CJ제일제당의 경우 20% 가까이 매출이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10% 넘게 줄었고 순이익은 10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식품 가격들이 오르고 결과가 반영된 첫 실적발표 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품 단가가 오른 효과는 미미했고, 투자비용만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의 상반기 성적표를 cnb저널에서 들여다보았다.

 

매출은 두 자리 수 성장, 순이익은 3분의 2가 줄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17개사의 올해 상반기 상장 식품회사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 평균은 꽤 높아졌지만,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떨어졌으며, 특히 순이익은 3분의 2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7개사의 연결기준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총 25조3675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22조 9544억 원) 대비 10.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 줄어 영업이익률은 0.65%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순이익은 67.0%가 떨어졌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두드러졌다. 두 자리 수 이상 매출 향상을 보인 곳은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SPC삼립, 롯데제과로 모두 1~8위 안에 들어 있는 회사들이다. 반면 9~17위에 있는 회사들 중 매출이 오른 곳은 단 2곳이었다. 상위권 중 매출이 하락한 곳은 대상 뿐이고, 중·하위권 회사 중 매출이 오른 곳은 하이트진로, 매일유업 뿐 이었다.

참고로 롯데푸드와 크라운제과는 연결에 포함시켜야 할 종속자회사가 없어 ‘연결’과 ‘단일’ 구분이 무의미해 연결과 단일 양쪽에 동일하게 비교대상에 포함시켰다.

 

2019년 상반기 상장식품회사 연결 기준 매출·영업이익 (단위 : 100만원)


매출 1위 CJ제일제당, 상반기에만 1조원 돌파

각 사 별로 보면 1위는 CJ제일제당으로 상반기 동안 10조 533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8조 8023억 원) 대비 19.7% 오른 것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3544억 원으로 전년 동기(3949억 원) 대비 10.3% 하락해 영업이익률이 1.12%포인트 떨어졌다. 순이익은 804억 원으로 전년 동기(8555억 원)에서 90.5%가 줄었다. 약 10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바이오사업부문은 고수익 제품의 시장지배력 확대와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 덕분에 8% 올랐으며, 그린 바이오 부문의 영업이익도 593억 원 오르는 등 호조를 보였다. 식품사업부문도 가정간편식(HMR) 제품 매출이 36% 성장하며 매출 신장을 견인했다. 생물자원 사업은 글로벌 사료 판매 증가에도 베트남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따른 조기 출하 및 소비 위축으로 축산가가 하락하며 매출이 7% 줄었다.

 

CJ제일제당 측은 "순이익 부분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지난해 CJ헬스케어 매각으로 인한 수익이 들어왔기에 올해 상대적으로 순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비춰진 일종의 ‘착시 효과’ 탓"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CJ제일제당은 의결권의 과반수를 소유한 CJ헬스케어의 관계사였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4월 18일, 1조 3100억 원(계약금 500억 원)을 들여 CJ헬스케어를 인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측은 하반기에 선택과 집중을 진행해 수익성 강화에 최대한 초점을 둘 계획이다.

동원F&B는 전년 동기(1조 3384억 원) 대비 8.9% 오른 1조 4574억 원의 매출을 올려 대상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영업이익도 493억 원으로 전년 동기(360억 원) 대비 36.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도 0.69%포인트 늘었다. 특히 순이익은 334억 원으로 전년 동기(220억 원) 대비 51.8% 증가했다.

매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참치캔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사업다각화도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위인 대상은 매출이 전년 동기(1조 4642억 원) 대비 0.6% 하락한 1조 4548억 원으로 규모 면에서 동원F&B에 밀려 3위에 안착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6%, 1.9% 올라 각각 719억 원, 60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만 보면 동원F&B에 밀렸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 규모는 훨씬 커 자존심은 지킨 셈이 됐다.

대상의 매출 실적 부진은 원가 및 인건비 상승 등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2019년 상반기 상장식품회사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순이익 (단위 : 100만원)


롯데제과·매일유업 ‘호실적’
롯데칠성·하이트진로·해태 ‘적자 전환’


4위 이하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린 곳은 롯데그룹 계열인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그리고 SPC삼립, 매일유업 등이다. 특히 롯데제과와 매일유업은 매출과 이익 양쪽 모두 착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롯데제과는 매출이 23.6% 올랐고, 영업이익도 35.8% 올랐으며, 순이익도 65.9% 올라 모든 면에서 호조를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순위도 삼양사, 하이트진로, 오리온, 롯데푸드를 제치고 4계단 상승했다. 매일유업도 매출이 7.3% 올랐으며, 특히 영업이익은 36.1%, 순이익은 24.5% 오르는 등 착실하게 성장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매출이 11.6% 올랐고, 영업이익은 2배가 넘는 104.5%가 올랐다. 다만 순이익 면에서는 440억원 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됐다. SPC삼립은 매출이 11.7% 올랐으며, 영업이익도 104.5% 올랐다. 다만 순이익에서는 적자 전환됐다.

대상 외에 매출이 하락한 곳은 삼양사, 오리온, 롯데푸드, 대한제당, 남양유업, 해태제과식품, 크라운제과 등 이었다. 이들 회사들은 영업이익도 모두 하락했으며, 순이익도 남양유업을 제외하고 모두 떨어졌다. 적자로 전환된 회사는 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해태제과식품이었다.

 

2019년 상반기 상장식품회사 단일 기준 매출·영업이익 (단위 : 100만원)


단일 기준, 연결 보다 실적 악화

관련 자회사를 제외한 단일 기준 영업실적도 연결기준 영업실적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17개사의 실적을 총합해 보면 매출은 14조 6107억 원으로 전년 동기(14조 3319억 원) 대비 2.0% 올랐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857억 원)대비 18.0% 떨어진 5625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0.93%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순이익은 전년 동기(1조 2978억 원) 대비 76.1% 떨어진 3105억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연결 기준 보다 단일 기준이 더 안 좋은 성적표가 나온 이유는 각 사들의 자회사는 비교적 ‘선방’했지만, 모회사들의 주력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국내 식품업계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의 경우 연결기준은 매출이 19.7% 올랐는데, 단일 기준은 1.1% 오르는데 그친 것은 국내 실적 보다 해외 자회사들의 실적이 크게 좋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 회사의 가공식품 글로벌 매출은 60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슈완스의 편입에 힘입어 미국과 중국의 유통 채널이 확대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58% 확대됐고, 가공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매출실적과 영업·순이익 모두 좋은 실적을 올린 곳은 동원F&B와 매일유업, SPC삼립, 오리온 등이었다.

모두 실적이 떨어진 곳은 롯데푸드, 삼양사, 대한제당, 해태제과식품, 크라운제과 등이었다. 순이익 면에서 적자로 전환된 곳은 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해태제과식품 등으로 나타났다.

 

2019년 상반기 상장식품회사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순이익 (단위 : 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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