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상반기 실적 급락…하반기도 쉽지 않다

분기 실적 마이너스-일본 여행객 급감-중국 하늘길 봉쇄 등 악재 이어져

윤지원 기자 2019.08.23 18:00:47

항공업계가 침울하다. 국적 항공사 대부분의 2분기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3분기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한동안 해외여행객 증가로 열띤 경쟁속에 호황을 누려왔으나 환율 상승, 미-중 갈등, 일본 여행 거부, 중국 신규 노선 통제 등의 악재가 이어지고 있어 항공시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김포공항 계류장의 국내 항공사 여객기들. (사진 = 연합뉴스)


국내 항공업계가 일제히 적자의 늪에 빠졌다. 8월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상 대형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이상 저가항공) 등 실적을 공개한 6개 국적항공사는 모두 2분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에는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항공사가 호실적을 기록했던 터라 2분기 적자로 인한 반기 누적 실적 감소가 불가피했는데, 특히 일부 항공사는 반기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FSC는 천억 원대 LCC는 250억 원대 적자

양대 대형항공사(FSC)의 분기 적자 규모는 1000억 원대에 달했다. 대한항공은 2분기 -98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이하 연결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은 419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82%나 급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영업이익은 무려 -1240억 원, 이에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마저 –1169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잘나가던 저가항공(LCC)도 휘청거렸다. 제주항공은 2분기 영업이익 –274억 원으로 5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국토교통부 제재에 발이 묶인 진에어는 2분기 –266억 원을 기록했다. 두 LCC 모두 1분기 5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분기 적자로 상반기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도 2분기 각각 –265억 원, –219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특히 에어부산은 지난 1분기에도 –164억 원의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살수차가 폭염으로 뜨거워진 인천공항 활주로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환율 상승과 미-중 갈등이 주요 원인

각 항공사별 2분기 적자 규모는 다르지만,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2분기가 전통적인 항공업계 비수기로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으며,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영업비용 증가, 미·중 무역 갈등 및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화물 수요 감소, 국적항공사간 경쟁 심화 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했다. 항공사별 전략 차이보다 외부 요인의 영향에 크게 좌우된 셈이다.

세부적인 원인의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대한항공은 화물 물동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나 감소해 2016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특히 안전장려금 및 조종사 임금인상 소급적용분 등 일회성 인건비가 950억 원에 달했다.

다만 대한항공은 경쟁이 치열한 국제선 여객부문에서 다른 항공사들과 달리 공급을 늘리지 않는 전략을 취했는데, 이것이 주효해 항공사 중에서 유일하게 탑승률과 운임이 상승하는 성과가 있었다. 이와 반대로 제주항공은 지방 공항 노선 위주로 국제선 공급을 31%나 늘렸지만, 여객 수송 증가율이 20%에 그치면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눈에 띄게 한산해진 인천공항 일본행 탑승수속 카운터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하반기 실적도 큰 기대 못 한다

2분기와 달리 3분기는 항공업계의 성수기로 여겨진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이 항공사의 1년 살림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하반기에도 항공업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

전망이 어두운 이유로는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의 지속적인 하락과 한일관계 악화, 중국 신규 취항 중단 조치 등이 꼽히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을 분석하면서 “여객수요는 경기둔화와 일본 불매운동 영향을 받고 있으며 화물 역시 단기 반등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며 “여기에 원화 약세가 더해져 비용과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유가 이외의 영업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며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단위 인건비와 조업비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상승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둔화되고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며 대한항공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30%, 9%로 하향 조정했다.

LCC에는 공급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임을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본여행의 인기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져 여행심리는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LCC의 성장을 뒷받침하던 일본 수요와 규모의 경제 모두 꺾인 상황으로 공급확대 속도를 늦춰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8월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된 제주항공 인천~옌지 노선 신규취항식에서 제주항공 이석주 대표이사(가운데)와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제주항공)


다양한 암초에 융통성으로 대응

이에 항공시장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각 항공사는 비수익 노선의 공급을 줄이고 기재 도입계획을 대폭 낮추는 등 뜨겁던 공급 경쟁을 자제하는 대신 융통성을 발휘하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일본여행 수요가 줄어들자 8월 들어 기존 일본노선을 대폭 줄이고 중국, 동남아 노선으로 공급을 돌리는 항공사가 늘었다.

그런데 일본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 하늘길에도 돌발 변수가 생겼다. 사드 갈등 등으로 막혀있던 중국 하늘길은 지난 3월 한중항공회담을 통해 5년 만에 확대에 합의, 주당 70회 증대됐다. 그런데 지난 13일 중국 항공당국이 이달부터 10월 10일까지 중국 전 노선에 대한 신규취항 신청을 불가한다고 공지한 데다, 이미 운항 중이던 4개 노선에 대해서도 한시적 운항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에 지난 5월 신규 노선 운수권을 배정받아 8~9월 중국 신규취항을 준비하고 있었거나, 기존 노선의 운항 중단을 강제당한 항공사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특히 대양주·동남아 등 비교적 다양한 노선을 확보하고 있는 FSC보다 일본 여객 수요 감소의 영향이 큰 LCC가 받는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예컨대 제주항공은 본래 8월에만 지난, 난퉁, 옌지, 하얼빈, 장자제, 시안 등을 포함한 8개 중국노선에 신규취항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조치로 6개 노선만 취항할 수 있게 되고 나머지는 연기되어 급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제주항공은 일본 여객 감소와 중국 신규취항 연기에 따른 조치로 9~10월 동남아 공급석을 지난해 대비 약 30% 증가한 53만 석 규모로 늘였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8월 20일 기준 동남아노선 9~10월 예약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와 96% 증가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자연재해나 질병, 정치·사회적인 영향으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언제나 있었고, 이를 고려한 노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왔다”면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여행지의 변화 등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노선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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