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8월 판매, 65% 급락 … "보이콧 효과, 아직 덜 반영"

"렉서스ES 선방? 3개월 대기자 많았다" … 불매 위력 발휘

윤지원 기자 2019.09.05 10:32:25

인천 구월동의 한 상인이 렉서스 차량 지붕에 올라가서 일본 경제보복 규탄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일본계 브랜드 수입차의 월간 판매량이 급락하고 있다.

한·일 경제 전쟁 발발 전까지 일본차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으나 하반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아 기세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8월 월간 수입차 판매량(등록대수) 집계에 따르면 일본 브랜드 수입차는 1398대를 기록해 불매운동 이전인 6월(3946대)과 비교해 6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56.9% 감소했고,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과 비교해도 47.7% 줄어들었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월간 점유율은 전년 동월 16.9%의 절반 이하인 7.7%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미국의 시골 마을에 버려진 채 방치된 한 토요타 차량에 이끼가 잔뜩 끼어 있다. (사진 = Pixabay)


브랜드별 감소 추이

일본차의 브랜드별 8월 판매량은 렉서스 603대, 도요타 542대, 혼다 138대, 닛산 58대, 인피니티 57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판매량과 비교하면 렉서스 혼자 7.7% 증가했고 나머지 브랜드는 모두 59%~87%라는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렉서스의 소폭 증가가 눈에 띄지만, 불매운동 무용론의 근거로 이용될 일은 없겠다. 비교 대상인 지난해 8월은 렉서스의 주력 모델인 ES의 세대교체로 인해 재고가 소진됐던 시기로 판매량이 최근 수년간 최소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서울 시내 한 렉서스 매장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렉서스는 매달 1천 대 이상의 판매량을 안정적으로 기록하고 있었지만 재고 부족으로 인해 지난해 7월 741대, 8월 560대에 이어 9월 313대까지 판매량이 급감했고, 신형 모델이 출시된 10월의 판매량은 1980대로 급증했다.

직전 2개월의 월간 판매량과 나란히 놓고 보면 일본차 전 브랜드에서 불매운동의 영향력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렉서스는 전월인 7월 판매량(982대) 대비 38.6%, 6월(1302) 대비 53.7% 감소했고, 특히 최근 2년 중 가장 높은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던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69.6%나 떨어졌다.

토요타는 7월(865) 대비 37.4%, 6월(1384) 대비 60.9% 감소했고, 닛산은 각각 74.6%와 79.6%, 인피니티는 각각 56.5%와 67.5% 감소했다.

특히 혼다는 7월(468) 대비 70.6%, 6월(801) 대비 82.8% 감소했으며, 10세대 어코드의 판매 호조로 1457대를 기록했던 지난 3월과 비교하면 무려 90.6%나 줄어드는 등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외의 한 혼다 매장과 그 앞에 주차되어 있는 혼다 시빅. (사진 = Pixabay)


상반기 상승세 실종

6월까지만 해도 이런 일본차의 판매량 감소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상반기의 거센 상승세가 독일차의 아성까지 넘보던 일본차였기 때문이다.

일본차의 판매량은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최근 3년간 최대치인 5402대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내내 3500여 대~4400여 대를 기록했다.

올해 일본차의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0.3% 증가한 2만 3482대를 기록했다.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의 브랜드는 수입차 전체 브랜드 순위에서 3~5위를 차지했다.

수입차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0%(3만 795대)나 줄어들고, 특히 독일차의 감소세(-34.2%)가 두드러진 가운데 이룬 실적이어서 더 눈에 띈다. 그 결과 수입차 가운데 일본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17.4%였다가 올해 상반기 21.5%로 확대됐다.

그런데 일본차의 8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2만 755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 7761대보다 0.7% 감소했다. 7~8월 이어진 불매운동의 영향 때문이다.

일본차가 전년 동기 대비 누적 판매량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2014년 이래 연간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유지해 왔지만 지금 추세가 지속될 경우 5년만에 감소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8월까지의 누적 점유율은 전년 동기 15.4%보다 높은 18.8%를 유지했다. 상반기에 워낙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기에 가능한 수치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대한 분노와 불매운동 등에 동참하고 싶지만 현실은 일본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의 복잡한 마음이 표현된 한 차량이 서울 시내에서 포착된 사진. (사진 = 인스타그램 @i_jeann)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8월의 성적은 일본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데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조차 그간 불매운동의 효과가 온전히 반영된 수치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계약 후 출고까지 1~2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8월 성적이 최근 불매운동 영향을 모두 반영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8월 등록 차량 대수 집계에는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이전에 계약된 차량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

최근 일본차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렉서스 ES의 변동 추이를 보면 이러한 분석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ES는 상반기 총 4915대가 팔리며 전체 수입차 모델 판매량 순위 3위에 오를 정도로 판매 호조를 보였다. 6월에도 672대로 5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인 7월에도 ES는 겨우 15대 줄어든 657대가 판매되며 5위를 유지했다. 8월 ES는 순위가 두자릿 수로 떨어지긴 했지만 다른 일본 브랜드가 모두 전월 대비 반타작도 못 하는 동안 겨우 33.1% 감소한 440대를 팔며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 렉서스 ES 하이브리드. (사진 = 렉서스)


하지만 ES는 높은 인기 때문에 계약 후 차를 인도받기까지 대기 기간이 3개월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8월 판매량으로 집계된 440대의 상당수는 불매운동 이전에 계약된 차량일 수 있다.

실제로 ES처럼 대기 기간이 긴 몇 개 모델을 제외한 나머지 일본차 모델은 대부분 7월부터 일본차 전체의 평균 감소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감소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을 의식한 일본차 브랜드들이 그간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까지 고려하면, 불매운동 개시 이후 계약 대수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차 브랜드를 향해 몰아친 불매운동의 가장 큰 파도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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