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이어 복합몰 등도 규제? 강자는 온라인인데…”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개정안 발표에 업계 “이마트도 적자”

이동근 기자 2019.10.03 08:11:31

정부가 대규모점포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하고 나선에 따라 대형 유통업계의 표정이 더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쇼핑의 확대로 인해 매출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규제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이마트 매장. 국민가격’을 내세운 최저가 할인 행사 포스터가 눈에 띈다. 촬영 = 이동근 기자

 

정부,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 쇼핑몰 등도 규제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부터 대규모점포 개설자의 주변 상권 사업자에 대한 영향평가 의무를 강화하고 명확하게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대규모 점포 출점에 따른 영향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골목상권 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대형마트만 주로 대상으로 했던 규제 조치의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는 점이다. 법안이 적용되는 대규모 점포는 매장 면적 합계가 3000㎡ 이상으로 대형마트 뿐 아니라 전문점, 백화점, 쇼핑센터 및 복합 쇼핑몰 등을 모두 포함한다.

또 기존에는 대규모 점포 개설자가 주변 상권 내 ‘1개 업종(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 사업자에 대한 영향만을 평가하면 됐으나 앞으로는 해당 대규모점포에 입점이 예정된 ‘주요 업종’으로 모두 영향평가 해야 한다.

영향평가 방법도 더욱 구체화됐다. 종전에는 ‘지역 상권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기술하라’고만 제시했으나 개정안에서는 정량적·정성적 조사방법을 병행하고, 구체적 수치를 활용해 상권 전체 및 업종별로 점포수·매출·고용 등을 보다 객관적으로 분석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뿐 아니라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몰과 같은 복합 쇼핑몰 등까지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게다가 최근 9월 여당과 정부가 복합 쇼핑몰 등 대규모점포의 입지를 지자체가 결정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부 훈령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더욱 입점이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전통 상인 아닌 온라인이 강자”

개정안 시행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미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대형마트의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를 재검토해 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공식 요구한 바 있다.

대한상의는 23일 발간한 ‘대규모점포 규제 효과와 정책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점포 규제는 과거 대형마트 등이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을 걱정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최근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재검토를 요청하며 근거로 대형마트 매출액이 지난 201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는 데다 대형마트 점포 수도 주요 3사를 기준으로 감소세를 돌아선 데 반해 전통시장 매출액은 대규모점포 규제가 정착된 2014년부터 성장세로 돌아섰고 점포 수 감소세도 멈췄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전통시장이 약자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연결 기준으로 올해 2분기에 299억 원의 영업적자와 266억 원의 순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롯데마트는 전년도와 비슷한 실적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됐고, 홈플러스도 매출이 감소했다.

대신 온라인쇼핑이 적으로 대두됐다는 것이 대한상의 측의 설명이다. 대한상의가 최근 유통 업태별 약 6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자신에게 가장 위협적인 유통 업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체의 43.0%가 온라인 쇼핑이라고 밝혀 대형마트를 꼽은 응답 비율(17.5%)을 훨씬 웃돌았다.

전통시장은 대형 마트 규제 아닌 경쟁력 지원해야

전통시장이나 소규모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아닌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의 박재근 산업조사본부장은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전통시장 보호를 유통산업의 범주에서 다루지 않고 관광, 지역개발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지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생스토어와 같은 협력을 통해 ‘윈-윈’ 사례를 확대하는 한편, 전통시장도 보호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업태로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게에서는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등을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상생 방안을 모색하거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이마트가 청년상인·중소기업과의 상생 모색을 위해 지난해 10월 31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서 진행한 ‘2018 이마트 스타상품 프로젝트’. 제공 = 이마트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 A씨는 “대형마트가 예전처럼 ‘강자’가 아닌데 정부는 아직도 대형마트 규제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골목상권도 더 이상 대형마트와 경쟁하지 않고 온라인과 경쟁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보호를 받아야 할 입장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그동안 시행해 왔지만 그 덕분에 재래시장이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애초에 재래시장 소비자와 마트 소비자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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