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기업] PART 1. 과거와 현재의 예술이 어우러진 CGV 피카디리

제2회 ‘아트 버스킹’ 찰스장 작가 전시 현장 스케치

김금영 기자 2019.10.16 16:49:17

CGV피카디리 1958 극장 입구. 사진 = 김금영 기자

“종로 3가역 극장에서 보자.”

 

90년대에 친구와 이렇게 약속을 정하면 대개 피카디리 극장에서 보자는 것이었다. 1958년 반도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피카디리 극장은 단성사, 서울극장과 함께 1990년대 종로 극장가의 황금기를 이끈 극장 중 한 곳이었다. 영화 ‘접속’의 두 주인공이 피카디리극장 앞 광장에서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키우며 따뜻한 감성을 전했던, 관객들의 추억이 함께 자리 잡은 장소이기도 했다.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서의 차원에 그친 게 아니라 한국영화 50여 년의 역사를 함께 해오며 영화 팬들의 추억과 사랑을 간직한 곳, 피카디리는 그래서 유독 특별했다.

스크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피카디리의 과거의 영광은 역사의 뒤안길로 묻히는 듯 했으나, 2004년 8개관을 갖춘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하고, 2016년 4월엔 CJ CGV(대표 최병환)의 손길을 거쳐 한국영화의 역사를 담은 문화공간 ‘CGV피카디리 1958’로 재개관했다.

 

CGV피카디리 1958 지하 2층 공간 곳곳에 찰스장 작가의 전시를 소개하는 포스터가 배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극장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전반적인 극장의 콘셉트가 피카디리 극장이 처음 문을 연 해인 1958년에 맞춰졌다.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영화 역사의 발자취를 향수할 수 있는 기록들을 구석구석 담아낸 것이 CGV피카디리 1958의 특징이었다. 관련해 재개관 당시 CGV 측은 “피카디리는 부모 세대의 청춘을 상징하는 극장이자 영화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장소”라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새로운 극장을 선보임으로써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세대에게 특별한 소통의 장소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자에게도 대학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으로 가득한 피카디리 극장을 오랜만에 방문한 건 특별한 일이었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중무장한 여타 극장들과 달리 CGV피카디리 1958에선 과거 영화관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지하 2층 로비엔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활약해온 배우 20인의 모습과 메시지가 전시됐고, 지하 4층엔 과거 피카디리 극장 앞 스타광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영화인들의 핸드 프린팅 갤러리를 꾸며 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즉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으로, 과거의 문화를 버리지 않고 현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포용하고자 한 지점이 느껴졌다.

 

지하 2층 로비에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활약해온 배우 20인의 모습과 메시지가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이 점을 또 느낄 수 있는 곳이 CGV피카디리 1958 지하 4층에서 열리고 있는 찰스장 작가의 전시였다. CGV피카디리 1958은 제2회 아트 버스킹의 일환으로, 아트펌(대표 김형석, 구 팝앤팝아트컴퍼니)과 손잡고 10월 21일까지 찰스장 작가의 전시를 선보인다. 아트펌은 아티스트의 저작권 권리 보호, 아티스트의 국내외 전시 지원, 국내외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아티스트의 안정적인 활동 등을 위해 설립된 회사다.

CGV의 컬처플렉스 활동 중 하나인 아트 버스킹은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극장 로비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프로젝트다. 지난 7월 CGV동대문에서 열린 브릭아트 작가 ‘루시의 별’ 전시로 프로젝트의 첫 시작을 알렸다.

 

지하 2층에서 지하 4층 상영관으로 내려가는 입구 쪽 영화 포스터를 전시하는 곳에 찰스장 작가의 전시 포스터가 설치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앞서 열린 아트 버스킹의 첫 프로젝트였던 ‘루시의 별’ 전시 현장도 방문했던 바 있다. 당시 전시는 영화관 로비와 어우러지는 콘셉트로 이뤄졌다.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을 위해 비치된 테이블과 의자 사이 곳곳에 루시의 별 작가의 작품이 설치됐다. CGV 측은 “영화관을 방문하는 다양한 관람객의 선호도를 고려해 친근한 레고(LEGO) 브릭의 형태와 색을 재조합한 루시의 별을 참여 작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찰스장 작가의 손길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로봇

 

제2회 아트 버스킹 참여 작가인 찰스장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CGV피카디리 1958’ 극장 로비. 사진 = 김금영 기자

두 번째 프로젝트 참여 작가인 찰스장은 CGV피카디리 1958 극장의 콘셉트에 다가가고자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지하 2층에서 지하 4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입구 쪽 영화 포스터를 전시해 놓은 곳에 찰스장 작가의 전시 포스터를 함께 배치해 놓아 극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했다. 배우 20인의 모습과 메시지를 전시해 놓은 지하 2층 곳곳의 공간에도 전시 포스터 등 극장의 분위기에 전시가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무엇보다 찰스장 작가가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이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CGV피카디리 1958의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졌다. 찰스장 작가는 다양한 캐릭터를 재해석한 작업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전시에서 선택한 캐릭터는 바로 로봇이다. ‘트렌스포머’를 주제로 다양한 패턴과 컬러풀한 색감을 이용한 ‘로봇 초상 시리즈’와 ‘프라모델 로봇 시리즈’ 등을 준비했다. 1976년 개봉했던 만화영화 속 인기 캐릭터인 로보트 태권브이를 비롯해, 1984년 첫 개봉해 이달 말 개봉을 앞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까지 그 명맥을 이어 온 터미네이터 등 다양한 로봇이 작품에서 눈에 띄었다.

 

찰스장 작가의 회화 작품(왼쪽)과 이기택 작가와의 협업으로 만든 영상 작품이 함께 설치된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로봇은 현 시대 어린이뿐 아니라 지금의 어른 세대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콘텐츠로 나이를 불문하고 친숙하다. 특히 로보트 태권브이는 어른 관객들에게 향수를 자극했다. 과거의 인기 콘텐츠인 로보트 태권브이는 찰스장 작가의 손길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색다른 매력을 담은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극장을 방문한 정인수(40세) 씨는 “처음 멀리서 봤을 땐 ‘그냥 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나 보다’ 했는데, 다시 보니 어렸을 때 좋아했던 로보트 태권브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괜히 더 반가운 기분이 들더라.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찰스장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직접 디자인한 영상 작품도 이기택 작가와의 협업으로 함께 선보인다. 이밖에 대표작인 ‘해피하트 시리즈’ 포스터도 마련하며 회화, 미디어, 디지털 이미지 등 전시를 풍성하게 구성했다. 이 모든 작품들이 영화관 로비에 설치돼 극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찰스장 작가의 이번 전시 대표작인 로보트 태권브이 작업. 과거의 인기 콘텐츠인 로보트 태권브이는 찰스장 작가의 손길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색다른 매력을 담은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CGV피카디리 1958 황남영 CM(Culture Mediator)은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CGV피카디리 1958 극장의 콘셉트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사랑받는 찰스장의 로봇 작품 콘셉트가 서로 잘 어우러져 극장에 새로운 활기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며 “영화 관람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전시 관람을 통해 CGV피카디리 1958을 찾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거운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CJ CGV는 지난 5월 아트펌과 아티스트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속적으로 다양한 아트 버스킹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 지역과 아티스트를 위한 상생 활동을 통해 나눔의 가치를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10월 10~11일엔 CJ도너스캠프가 초청한 지역아동센터 아이와 청소년 40여 명을 대상으로 무료 로봇 컬러링 클래스를 진행해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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