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부는 ‘여풍(女風)’ … 여성리더 육성 가열

신한금융 ‘실질 행보’ 우리금융·KB국민 ‘걸음마 단계’

옥송이 기자 2019.10.18 16:23:22

금융권이 보수적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디지털을 받아들이고, 금융서비스에 디지털을 입히는 속도는 가히 ‘상전벽해’ 급이다. 핀테크 열풍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수술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보수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여성 임원 비중이 남성보다 턱없이 낮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래도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여성가족부와 협약을 맺거나, 여성리더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금융사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에 부는 ‘여풍(女風)’을 살펴본다.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여성 인재 육성 강조”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 ‘쉬어로즈’ 2기 출범


신한금융그룹은 여성 인재 육성 분야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첫 삽을 뜬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가 순항을 거듭하면서다.

1기 졸업생 가운데 임원 3명, 본부장 6명이 배출되는 등 실질적인 여성 임원 임용 효과가 나타나면서, 지난달 4일 출범식이 진행된 2기의 규모는 한층 커졌다.
 

신한금융그룹의 여성리더 육성프로그램인 '신한쉬어로즈(Shinhan SHeroes)'가 '신한 쉬어로즈 아카데미'를 신설하고 '지난달 4일 2기 49명을 대상으로 1회차 강의를 진행했다. 사진 = 신한금융그룹 


이번 신한 쉬어로즈 2기는 1기보다 20명 늘어난 49명이 선발됐다. 인원뿐만 아니라 교육 범위도 넓어졌다. 1기의 핵심이 ‘멘토링’이었다면, 2기는 ‘신한 쉬어로즈 아카데미’ 신설을 통해 리더로서 롱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한 쉬어로즈 아카데미는 격주 수요일마다 역사, 예술, 철학, 건강 등 분야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책방, 고궁, 미술관 등 강의 주제에 맞는 다양한 장소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신한금융이 여성 인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데는 조용병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 사 측의 설명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신한경영포럼에서 ‘그룹경영리더육성제도’ 선포와 함께 ‘여성 인재 육성’을 강조했고, 이어 조직 개편에서 ‘신한문화리더십센터’를 확대하면서 ‘여성 인재 육성’을 주요 역할로 명시한 바 있다.
 

'쉬어로즈 아카데미' 1회 강의를 진행한 윤대현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와 신한쉬어로즈 2기 수강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조용병 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지주회사 내 여성 인재 육성 전담조직이 만들어졌고, TFT 수행 결과 ‘조직 내 여성 롤모델의 부재’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며 “이에 따른 첫 번째 추진 과제로 ‘신한 쉬어로즈’가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신한 쉬어로즈’ 출범을 시작으로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시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그룹의 중장기적 로드맵을 탄탄하게 완수해 나가기 위해 ‘신한 쉬어로즈’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우리금융, 여성리더 비중 확대한다
여성가족부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협약


신한금융이 실질적인 행보라면, KB국민은행과 우리금융은 여성리더 육성을 위한 걸음마를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월 여성가족부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2022년까지 여성리더(부점장급 이상) 비중을 현재의 2배 수준인 2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여성 직원 직무 다양화 및 우수 여성 인재 육성 관련 제도를 확대·강화할 예정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여성 인재 육성뿐 아니라 일·생활 균형 지원을 통해 양성평등 실천에 앞장서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은 지난 6월 여성가족부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허인 KB국민은행장과 (오른쪽)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 KB국민은행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8월 여성가족부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엔 우리금융 자회사 중 근로자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인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에프아이에스 3곳이 참여했다.

각 자회사는 여성가족부의 동반파트너로서 채용부터 승진까지 성차별 금지에 대한 노력은 물론 부부장급 이상 여성 인력 비율 확대, 양성 협업 우수사례 전파 등에 대한 실천을 약속했고, 오는 2022년까지 여성 부장급 임원을 10~15%, 여성 부부장급을 20~45% 비율까지 달성하기로 했다.

여성 임원 늘고 있지만 ‘견고한’ 유리천장
공평한 기회 제공 등 실질적 개선책 필요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 관련 협약뿐만 아니라 여성 근로자 신규채용도 늘리는 등 은행권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리천장’ 해소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8월 여성가족부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손태승(오른쪽)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진선미(왼쪽) 여성가족부 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우리금융그룹


실제로 시중 은행권의 여성 임원의 비중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전체 은행권의 여성 임원 비중은 최대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융경제연구소가 7일 발표한 ‘은행권 유리천장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특수은행·지방은행 등 18개 은행의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6%로, 지난 2017년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여성 임원(사내이사·사외이사·비상임이사·미등기상근임원)은 2명으로 전체 33명 중 6%를 차지했다. 2017과 2018년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은행권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리천장’ 해소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체 은행권의 여성 임원 비중이 최대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진 = 연합뉴스 


KB국민은행의 여성 임원은 사외이사 1명과 미등기상근임원 2명을 포함해 총 3명으로 11%다. KEB하나은행(3%→7%→6%)과 우리은행(3%→6%→6%)도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성 인재 기용은 시대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눈여겨보는 ‘사회적책임투자’와도 맞물린다. 여기엔 여성 임직원 비중도 포함된다”며 “개선방안 도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양성평등 관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순차적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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