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인터넷 ID에 욕을 해도 처벌될 수 있다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기자 2019.10.21 09:12:05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바야흐로 스마트폰 시대이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었다. 이른바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의 등장이다.

이렇게 인터넷은 손 안으로 들어왔고, 그 덕에 여러 가지 범죄도 우리와 가까워졌다. 보통사람이 가장 많이 접하는 인터넷 범죄는 역시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이다. 예전에는 내 글을 다른 사람이 보게 하기 위해서는 신문, 잡지, 책 등에 글을 쓰는 방법 밖에 없었지만, 인터넷과 스마트 폰으로 인해 언로(言路)가 열린 이후에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나도 순간 욱하는 마음에 쉽게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쉽게 달 수 있는 댓글 하나가 범죄가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필자도 ‘법률꿀팁’이라는 작은 유튜브 채널을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가끔 악플이 달리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영상에 대한 비판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약간 비꼬는 말이나, 인신공격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댓글을 누구나 달 수 있게 해 놓는 한 감수해야 한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악플러를 고소했다는 언론 기사를 접하고 나면, 좀 너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실제 그들의 고소 사건을 진행하다보면, 어떻게 이렇게 무지막지한 내용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필자의 유튜브 채널은 아무래도 변호사가 운영하는 채널이라 댓글이 매우 깨끗한 편인데, 종종 선을 넘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댓글을 삭제하고 작성자를 차단하는 선에서 멈추는데, 가끔 심각하게 고소를 고려해 볼 때가 있다.

사실 거론하면 명예훼손, 나머지는 모욕

사람들이 필자에게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의 하나는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의 차이이다.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의 가장 큰 차이는 일단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말하거나 글로 적었느냐의 유무이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특정인에 대한 ‘사실’ 이나 ‘허위의 사실’을 말해야 하고, 그 외에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해할 수 있는 것들은 모욕죄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OO새끼” 같은 욕설은 명예훼손이 아닌 모욕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비방할 목적을 가지고 명예훼손을 하면, 정보통신망법상의 명예훼손죄로 가중 처벌된다.

 

인터넷 상의 ID에 대해 모욕을 가한다 해도 누군지 특정할 수 없으니 처벌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진 = 픽사베이

하지만 명예훼손이든 모욕이든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 정확히는 ‘특정된 사람’,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볼 때 피해자가 누군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냥 허공에 대고 욕설을 하거나, 거짓 사실을 말하는 것 같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면, 이런 것이 범죄가 될 수는 없다.

그러면 인터넷 아이디에다가 욕설을 하거나, 명예훼손을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인터넷 커뮤니티에 금과옥조처럼 떠돌아다니는 판결이 있다. “피해자의 인터넷 아이디(ID)만을 알 수 있을 뿐 그 밖의 주위사정을 종합해 보더라도 그와 같은 인터넷 아이디(ID)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차리기 어렵고 달리 이를 추지할 수 있을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경우에 있어서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판결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인터넷 아이디만으로는 피해자가 특정이 되지 않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이 판례를 가지고, 아이디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전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실명 아닌 ID에 대한 욕설도 조심해야

기본적으로 인터넷 아이디만으로는 피해자가 누구인지가 특정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아이디라도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다면 죄가 성립가능하다. 이 판결의 숨은 뜻은 ‘특정’만 되면 인터넷 아이디에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악플을 다룬 TV 프로그램 ‘악플의 밤’ 포스터. 악플에 시달렸던 진행자 설리(왼쪽 두번째)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이른바 ‘설리법’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하다 채팅창에서 욕을 했는데, 그 채팅창에 있던 몇 사람이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면,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고 있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아이디로 피해자가 특정이 안 된다고 주장해도, 수사기관과 법원은 받아들이지를 않는다. 이게 현재 실무의 태도이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다는 댓글도 마찬가지이다. 유튜브의 경우, ‘OOTV’, ‘OOO채널’ 같은 이름으로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정 채널을 비하하는 말이라도, 그것에 대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편해진 만큼 주의해야 할 점들도 늘어나고 있다. 어떤 콘텐츠에 정당한 비판은 가능하지만, 비판을 넘어 범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은 포노사피엔스로 살아가는 자들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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