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로 보는 기업사 – 현대자동차 ①] 비웃음 제친 포니부터 감각적 '센슈어스'까지

1985년 쏘나타 탄생부터 35살 8세대까지 "진화 또 진화"

윤지원 기자 2019.11.06 08:07:29

CNB는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에서 집행된 추억의 CF들을 매개로 각 기업의 역사를 짚어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이번 기업은 현대자동차다.
 

1974~1988년의 포니 및 포니2 광고. (사진 = 유튜브 캡처)


제1호 국산차 포니.

한국인 대부분이 가난하던 시절,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독자개발을 시도했을 때 환영보다 비난을 많이 받았다. 도로도 변변치 않은 나라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겠다 하니 선진국 완성차 업체들은 비웃었다. 미국은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의 아시아 시장을 지키려고 주한 미국 대사를 통해 현대차의 자동차 독자개발 포기를 설득하고 나섰다.

그러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자동차는 달리는 국기(國旗)”라며 끝까지 밀어붙였다. 협조를 거부한 미국 대신 이탈리아와 손을 잡고 기술팀 연수를 보냈다. 이들이 현지에서 꼼꼼히 필기한 수첩들을 바탕으로 드디어 국산차 포니가 개발됐고,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글로벌 무대에 데뷔했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은 ‘자동차를 자력으로 생산, 수출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그리고 포니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는 연간 판매량 기준 글로벌 5위의 완성차 업체로 성장했다.

그래서 당시 포니 광고들은 해외 시장의 기준을 ‘당당히’ 통과하고 수출되는 국산 자동차라는 자부심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1985년 출시된 1세대 쏘나타(윗줄)와 1988년의 2세대 쏘나타 광고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최장수 국산차 브랜드 쏘나타 등장

현대차는 포니를 시작으로 스텔라, 프레스토 등 새로운 국산차 모델을 계속 내놓았다. 1985년 11월 첫선을 보인 쏘나타는 올해로 35년째 생산되고 있는. 현존하는 국산 승용차 브랜드 중 가장 오래된 브랜드다. 쏘나타는 그동안 8세대까지 진화하면서, 명실공히 한국 중형 승용차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1세대 쏘나타는 스텔라를 기반으로 배기량을 높이고 고급화한 중형차 모델이었다. 쏘나타의 등장을 알리는 CF는 “소나타를 타는 당신이 VIP”라며 파워핸들, 크루즈콘트롤, 파워시트 등을 갖춘 고급 세단임을 어필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는 대우자동차의 로얄 시리즈가 고급차 이미지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며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스텔라 아류’ 정도로 여겨진 쏘나타의 고급 어필은 물론 신차 효과를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대중의 경제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승용차 시장도 빠르게 확대됐다. 그해 출시된 2세대 쏘나타의 운명을 바꾼 것은 2년 앞서 등장한 그랜저였다.

1986년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로 출시된 그랜저는 성능과 사양 등에서 로얄 살롱 슈퍼를 압도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최고급 국산차의 이미지를 굳혔다. 그리고 2세대 쏘나타는 이처럼 성공한 그랜저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됐다.

그랜저를 통해 시장에서 이미 검증받은 성능에 차체는 1세대보다 커지고, 가격은 로얄 살롱 수퍼보다 저렴했던 2세대 쏘나타는 경쟁사 중형 세단 모델들을 가뿐하게 제압하고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쏘나타가 중형 세그먼트 시장 패권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국민 세단’의 이미지를 갖추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1990년대 후반 쏘나타III CF를 보면, 감히 경쟁할 자가 없는 전통 있는 장수 브랜드임을 내세우고, 가족과 같은 친근함, 신뢰도 등의 가치를 담은 차라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쏘나타III 광고들.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다양한 도전에 직면한 쏘나타와 현대차

10년간 이어진 쏘나타의 아성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상대는 SM5였다. 삼성자동차가 SM5를 성공적으로 출시하자 이에 자극받은 현대차도 1998년 쏘나타와 그랜저 모두 풀체인지를 감행했다. 이때 나온 4세대 EF쏘나타는 현대차가 직접 개발한 플랫폼으로 만든 최초의 쏘나타였으며, EF라는 코드는 ‘Elegant Feeling’(우아한 느낌)의 약자다.

이 무렵 현대차의 CF는 높은 기술 수준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EF쏘나타 CF ‘유리 터널’ 편과 ‘지진 탈출’, ‘화산 폭발’ 편은 “드림 테크놀로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소 비현실적인 수준까지 기술력의 우수함을 강조했다. 특히, EF쏘나타가 바닥의 요철 구간을 주행하면서 차체 위 아슬아슬한 높이로 설치된 유리 터널을 깨뜨리지 않고 빠져나가는 ‘유리 터널’ 광고는 당시 시청자들 사이에서 합성 논란으로 상당히 화제가 됐다.

하지만 EF쏘나타는 SM5뿐 아니라 기아 옵티마, 대우 매그너스 등과의 시장 경쟁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는 EF쏘나타를 단종시키고 2001년 뉴EF쏘나타를 내놨다. 뉴EF쏘나타 광고는 거센 눈보라, 붕괴하는 다리 등을 무사히 벗어나 세계적인 명차들을 따라잡는 모습을 보여주며 “No.1의 경쟁자는 No.1뿐”이라고 자부했다.
 


온갖 재난 상황을 극복하는 쏘나타를 보여주는 광고처럼, 당시는 현대차에 있어 쏘나타와 SM5의 치열한 경쟁 외에도 큰 시련을 겪던 시기다. 외부로는 IMF 외환 위기와 정권 교체라는 큰 사건이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소위 ‘왕자의 난’을 비롯한 크나큰 변화들이 이어졌다.

1998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 정책에 힘입어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 방북했다, 한편으로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하는 문제를 두고 경영진 최고위층 내부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1999년, 결국 현대차가 두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포니 정’이라 불리며 현대자동차를 내내 이끌어온 정세영 회장이 자동차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 및 자동차 계열사들이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되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독립했으며, 2001년에는 현대그룹을 일군 정주영 회장이 사망했다.
 

자동차의 성능보다 명차를 대하는 소비자의 감성으로 접근한 NF쏘나타 광고.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NF쏘나타와 함께 글로벌 강자로 도약

현대차는 2004년 9월, 5세대 쏘나타인 NF쏘나타를 출시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는 NF쏘나타 출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NF쏘나타는 현대차의 위상을 크게 드높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자체 개발한 플랫폼 기술이 축적된 성과가 반영되었으며 쎄타엔진, 뮤엔진, 람다엔진 등 새로운 엔진들도 적용되었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 모델인 SM5를 넘어서 판매량 1위를 지속했으며, 미국 시장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중형차로 인정받았다. 현대차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현지 공장을 짓기 시작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했으며, 2006년에는 현대제철을 설립,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아우르고자 했던 정주영 회장의 바람을 끝내 완성했다.
 


NF쏘나타는 ‘명차의 새로운 경험’, ‘명차의 감동’, ‘Envy U’, ‘변화를 넘어선 진화’ 등의 카피를 앞세운 CF들을 집행했다. 그중 명품 다이아몬드 반지 선물보다 쏘나타 안에서 당신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여성의 마음을 표현한 광고는 다양한 층위의 소통을 시도한다.

우선, NF라는 코드가 ‘Neverending Fame/Faith’, 즉 ‘영원불멸의 명성과 신념’을 의미하는데, 영원불멸의 상징과도 같은 다이아몬드보다도 쏘나타를 타는 것이 가치 있다는 자신감을 담고 있다.

또한, 이 광고는 차량의 기술적 성능 대신 ‘내가 소유한 특별한 공간’으로서의 자동차임을 어필한다. 마치 이 당시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유행하던 브랜드아파트 같은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 타깃도 40대 이상이 아닌 30대로 젊어졌고, 남성이 아닌 여성의 감성과 욕망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Envy U’ 편은 말 그대로 남들이 NF쏘나타를 부러워한다는 메시지를 ‘엿보기’와 분할화면을 통해 직설적으로 얘기한다. 이 광고에도 성능, 기술에 관한 설명은 딱히 없고, 쏘나타를 타면 “뭘 좀 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광고에서도 쏘나타를 타는 세대는 전보다 젊어졌고, 여성 소비자의 욕망 또한 더욱 적극적으로 그려졌다.

2009년,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에서 현대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해 오면서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시대가 막을 열었다.

그해 출시된 6세대 YF 쏘나타는 과감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크게 변화하며 과거의 쏘나타와 차별을 이뤄냈고, 2011년에는 현대차 최초의 하드 타입 하이브리드 모델로도 출시됐다. 더 젊어지고, 더 고급스러워지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쏘나타는 택시로 대변되는 가장 대중적인 차라는 이미지를 숙명처럼 안고 가야 했다. 다양한 변화와 혁신 시도에도 중형차 시장에서 기아자동차의 K5에 밀려나기도 했다.
 

자동차의 기본기에 대해 강조한 LF쏘나타 광고.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30살 쏘나타, 기본을 고민하다

현대차는 2014~2015년 글로벌 판매량에서 2년 연속 496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2017년과 지난해 연속 460만대 미만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판매량이 상승하던 2010년대 초반부터 영업이익이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현대차는 그랜저, 쏘나타, 아반떼라는 3대 세단 브랜드가 오랜 세월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성장했으나 너무 세단에 집중한 탓에 세계적인 SUV 트렌드에 뒤쳐졌고, 친환경 파워트레인이나 미래형 첨단 자동차 기술에 대한 투자도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에 나온 7세대 LF쏘나타는 이듬해 탄생 30주년을 맞이했다. 현대차는 만 서른 살이 된 쏘나타를 통해 ‘자동차의 본질’을 이야기했다. 달리고(Run), 방향을 전환하고(Turn), 정지하고(Stop), 탑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한다는(Protect) 네 가지 기본기를 키워드로, 군더더기 없는 감각적인 광고를 선보였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SUV 라인업을 확대하고, IT 기업 및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율주행, 순수전기차 등을 끄집어내며 자동차 산업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을 때, 현대차는 잠시 멈춰 자동차의 기본기를 돌아보고 있었다.
 

 

쏘나타 센슈어스 티저 광고.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첨단, 혁신, 감각을 담고 진화

이후 현대차는 약점으로 지적받은 부분들을 빠르게 개선해 나갔다. 코나, 팰리세이드, 베뉴 등이 가세하며 확장된 현대차의 SUV 라인업은 꾸준히 점유율을 늘이면서 영업이익률을 개선했고, 지난 9월 내수 판매실적에서는 처음으로 SUV가 세단 판매량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친환경 파워트레인에서는 아이오닉, 그랜저, 쏘나타, 코나 등에서 하이브리드 및 순수전기차 모델이 판매되고 있으며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103만 대(제네시스 포함)의 친환경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수소전기차는 일찌감치 남들보다 과감한 투자를 감행,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고, 2018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출시하는 등 선도 기업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2019년 쏘나타는 8세대로 진화했다. 디자인 면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뤄내고, 첨단 안전 사양 및 편의 사양 등으로 중무장한 스마트 기기 같은 이미지를 갖추고, 매월 준수한 판매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쏘나타 CF는 5세대부터 꾸준히 젊은 세대에게 어필해왔는데, 이번 세대에서는 진행하는 광고들도 대부분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1.6T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새로운 디자인 언어 ‘센슈어스 스포트니스’를 반영한 쏘나타 센슈어스를 출시하면서 공개한 티저 광고는 참신한 상상력과 반전 및 완결성을 갖춘 스토리와 감각적이고 강렬한 연출로 호평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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