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월드랠리 팀, 한국 최초 WRC 종합 우승 달성…재도전 6년 만의 쾌거

시즌 4승으로 제조사 부문 첫 종합 우승…총점 380점, 2위 도요타보다 18점 높아

윤지원 기자 2019.11.13 11:02:39

현대 월드랠리팀 종합 우승의 주역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 선수가 스페인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정상급 모터스포츠 대회인 2019 월드 랠리 챔피언십(World Rally Championship, 이하 WRC)에서 참가 6년 만에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고 13일 밝혔다. 한국팀이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종합 챔피언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RC는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 중 F1(포뮬러원)과 쌍벽을 이루는 대회로, 서킷을 달리는 일반 자동차 경기와 달리 포장과 비포장 도로를 가리지 않고 일반 도로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제조사 순위는 한 해 열리는 경기의 성적에 따른 누적 점수로 가려지는데, 현대 월드랠리팀은 13번째 경기까지 380점을 기록해 2위 도요타팀의 362점보다 18점 높은 기록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본래 2019 WRC의 시즌 마지막 14번째 경기가 14~17일 호주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호주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취소되면서 선두 현대 월드랠리팀의 우승이 자동 확정된 것.
 

현대 월드랠리팀이 지난달 열린 WRC 스페인 랠리에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짓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 월드랠리팀 소속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 선수는 올해 3승을 거두며 4년 연속 드라이버 부문 준우승을 차지했다. 출전 선수 중 누적 점수가 가장 높은 선수가 차지하는 드라이버 부문 종합 우승은 도요타팀이 가져갔다.

하지만 제조사 종합 우승은 매 경기 팀에서 상위 2명의 점수를 누적 합산해 결정하기 때문에 현대 월드랠리팀의 안드레아스 미켈슨(Andreas Mikkelsen), 다니 소르도(Dani Sordo), 세바스티안 로엡(Sébastien Loeb) 등이 시즌 내내 고르게 점수를 보태고, 랠리카 ‘i20 Coupe WRC’ 경주차의 성능과 내구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서킷용 경주차 ‘i30 N TCR’이 거둔 WTCR(월드 투어링카 컵·World Touring Car Cup) 팀과 드라이버 부문 종합 우승에 이어 올해는 비포장 노면으로 대표되는 랠리 대회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자체 개발한 첫 고유 모델을 출시한 지 50년도 되지 않은 현대차가 세계 굴지의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기술력 경쟁에서 일궈낸 우승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있다.

현대차 상품본부장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은 “현대자동차가 우승 경력이 많은 강력한 브랜드들과 경쟁해 WRC 진출 역사상 처음으로 제조사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어 기쁘다”며, “모터스포츠를 통해 발굴된 고성능 기술들은 양산차 기술력을 높이는데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인 모터스포츠 활동을 통해 얻은 기술로 고객들에게 운전 즐거움 주는 차를 선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WRC 경주차의 역동적인 주행 모습과 스페인 랠리 우승에 환호하는 현대 월드랠리팀.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1998년 티뷰론 랠리카를 가지고 WRC 2부 리그인 F2클래스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여 1999년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후 베르나(현지 모델명 엑센트)로 경주차를 만들어 2000년부터 WRC 최고 클래스에 참가했지만 2003년까지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채 철수한 바 있다. 게다가 당시 현대차는 경주차를 직접 제작하지 않고 영국의 레이싱 전문업체인 MSD(Motor Sports Development)에 의뢰했기 때문에 연구소와의 협업이나 양산차로의 기술 이전 등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웠다.

현대차는 2012년 독일 알체나우에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설립한 뒤 그동안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i20 랠리카를 들고 WRC에 복귀를 선언했다. 현대 월드랠리팀은 재도전 첫해인 2014년 시즌을 4위로 마쳤고, 이듬해 2015년 3위를 기록한 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으로 제조사 부문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대회 초반부터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왔다. 4차전 프랑스 랠리와 5차전 아르헨티나 랠리에서 연속 우승하며 제조사 부문 선두에 오른 뒤, 8차전 이탈리아 랠리, 13차전 스페인 랠리에서도 우승했다. 현대 월드랠리팀은 올해 4차례 우승을 포함해 모두 13차례 시상대에 오르는 역대 최고 성적표로 제조사의 첫 종합 우승을 이룩했다.

한편, 2020년에는 올해 드라이버 부문 종합 우승자인 오트 타낙 선수가 현대 월드랠리팀으로의 이적이 결정되어 있어,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 2연패 및 드라이버 부문 종합 우승 동시 달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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