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기업] PART 1. 3년 만에 다시 찾은 ‘보디가드’ 현장서 변하지 않은 것

CJ ENM이 뮤지컬 ‘보디가드’에 투자한 이유

김금영 기자 2019.12.12 09:52:12

뮤지컬 ‘보디가드’는 스토커의 위협을 받는 당대 최고의 팝스타 레이첼 마론과 그를 보호하는 경호원 프랭크 파머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다. 사진 = CJ ENM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 ‘아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의 감미로운 멜로디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이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2012년 우리의 곁을 떠난 그녀가 잠시나마 다시 관객들을 만나러 내려온 것 같았다. 차분했던 공연장 분위기는 커튼콜에 이르러 열광의 콘서트장으로 변모했다. 관객들은 야광 응원봉을 꺼내 흔들었고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로 인해 하나가 됐다. 이 모든 일이 뮤지컬 ‘보디가드’ 현장에서 벌어졌다.

CJ ENM이 뮤지컬 ‘보디가드’를 LG아트센터에서 내년 2월 23일까지 선보인다. 2016년 국내 초연에 이은 두 번째 공연이다. 스토커의 위협을 받는 당대 최고의 팝스타 레이첼 마론과 그를 보호하는 경호원 프랭크 파머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다. 이 작품의 원작은 1992년 개봉했던 동명의 영화로,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출연했다. 뮤지컬 ‘킹키부츠’에 이어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으로 참여한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90년대 히트 영화였던 이 작품의 뮤지컬화는 리드 프로듀서인 마이클 해리슨으로부터 시작됐다. 로맨틱한 스토리와 더불어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들이 다수 삽입된 영화 ‘보디가드’가 뮤지컬로 최적의 아이템이라고 판단한 것. 영화 원작자인 로렌스 캐스단과 논의 끝에 5~6곡이었던 영화 속 휘트니의 음악은 15여 곡으로 확장됐고, 6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2년 12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로서 관객을 처음 만났다.

 

뮤지컬 ‘보디가드’는 화려한 무대 세트와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가수 레이첼 마론의 콘서트 현장으로 이끌고 간다. 사진 = CJ ENM

이 ‘보디가드’를 CJ ENM이 2016년 국내에 첫 소개했다. 4억 1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원작의 힘도 있었지만, CJ ENM이 믿은 것은 작품의 공감 능력.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CJ ENM 예주열 공연사업본부 본부장은 “2012년 웨스트엔드에서 ‘보디가드’ 첫 공연이 올라가기 전 CJ ENM이 글로벌 프로듀싱 컴퍼니로서 투자를 했다”며 “투자를 검토할 때 원작이 지닌 기본적인 드라마 그리고 이 작품의 가장 큰 핵심인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이 영국뿐 아니라 국내 관객의 마음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2012년 웨스트엔드 공연에 투자를 하고 공연권을 획득해서 2016년 한국에서 초연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초연 때도 이번 공연에서도 느낀 건 ‘보디가드’의 강력한 힘이 바로 노래에서 비롯된다는 것. 각 뮤지컬마다 대표곡이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대표곡을 하나만 꼽긴 어렵다. 앞서 언급한 ‘아 윌 올웨이즈 러브 유’를 비롯해 ‘아이 해브 낫띵(I have nothing)’ ‘런 투 유(Run to you)’ 등 곡 하나하나마다 원작 영화와 휘트니 휴스턴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30~40대 세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녀를 추억하고, 10~20대 젊은 관객은 현재까지도 리메이크되며 회자되는 이 노래에 익숙한 모양새다.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래의 힘, 그것이 ‘보디가드’에서 유독 강력하게 나타난다.

휘트니 휴스턴의 ‘아 윌 올웨이즈 러브 유’가 울려 퍼지는 순간

 

2016년 국내에 첫선을 보였던 뮤지컬 ‘보디가드’가 3년 만에 돌아왔다. 사진은 공연의 한 장면. 사진 = CJ ENM

이렇듯 노래는 환상적이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의 특성상 스토리 전개는 다소 어색한 감도 있다. 기존의 히트곡을 바탕으로 서사가 이뤄지기에 극 중 레이첼이 노래를 연습하거나 공연을 펼치는 식으로 음악이 주로 등장한다. 이 부족한 서사를 연결시키기 위한 캐릭터로 프랭크가 등장한다. 레이첼이 격정적으로 노래하면 그 뒤 프랭크가 등장해 그녀를 노리는 스토커에 대한 수사, 레이첼 주변인들과의 관계, 또 그녀와의 이야기를 함께 서술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보디가드’의 서사 안내자와도 같은 역할이다.

초연 때 배우 박성웅, 이종혁에 이어 이번엔 강경준, 이동건이 프랭크 역할을 소화한다. 극 중 프랭크의 노래는 단 한 번밖에 등장하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배우로서 극을 끌어나가는 이들의 연기는 흡인력 있다. 극 내내 분출해내지 못했던 흥을 커튼콜 때 함께 춤을 추며 반전 매력을 발산하는 점 또한 눈길을 끌었다.

 

‘보디가드’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첫걸음을 내딛은 배우 강경준. 팝스타 레이첼 마론을 보호하는 경호원 프랭크 파머 역할을 맡았다. 사진 = CJ ENM

1대 레이첼이었던 정선아, 양파, 손승연에 이어 이번엔 김선영, 박기영, 손승연, 해나가 2대 레이첼로 나섰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뮤지컬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손승연은 이번에도 레이첼로 돌아왔다. 뮤지컬계 베테랑 배우인 김선영의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를 비롯해 처음으로 레이첼로 나서는 박기영, 해나의 열정도 뜨겁다. ‘보디가드’ 초연이 박성웅, 손승연의 첫 뮤지컬 데뷔를 이끌었다면, 이번엔 이동건, 강경준의 뮤지컬 데뷔 신고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곳이 바로 무대다. ‘보디가드’는 당대의 팝스타 레이첼의 이야기라는 기본 줄기 아래 화려한 쇼뮤지컬의 정수를 보여준다. 공연 첫 시작부터 강렬하다. 레이첼의 콘서트 현장으로 단숨에 관객들을 이끌고 간 뒤 현란한 조명, 불기둥 등 화려한 무대 장치로 노래와 더불어 퍼포먼스까지 함께 선보인다.

 

뮤지컬 ‘보디가드’에는 ‘아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를 비롯해 ‘아이 해브 낫띵(I have nothing)’ ‘런 투 유(Run to you)’ 등 휘트니 휴스턴의 다양한 히트곡들이 등장한다. 사진 = CJ ENM

화면 전체에 영상을 쏘아 레이첼에 집착하는 스토커의 심리를 묘사하며 극의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반전시키기도 한다. 화려한 쇼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가 무대에 공존한다. 공감대 확보의 층이 강한 노래와 더불어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하겠다는 CJ ENM의 전략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처럼 여전히 노래가 주는 공감대와 화려한 무대가 주는 압도감은 3년 전 초연이나 이번 공연이나 변함없었다. 신선한 변화도 있었다. 초연 때 없었던, 가수들의 콘서트 현장에서는 흔한 야광 응원봉이 뮤지컬 현장에 등장한 것. 연말엔 다양한 공연들이 쏟아진다. 이 가운데 ‘보디가드’는 극 중 가수 레이첼 캐릭터를 활용해 뮤지컬 안에 또 하나의 콘서트를 선보이며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커튼콜 때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CJ ENM이 연말을 장식할 라인업에 ‘보디가드’를 왜 올렸는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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