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감성을 이유로 건강은 나 몰라라 해도 될까

옥송이 기자 2019.12.10 16:42:15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하나은행 '플레이스원'은 '친환경 설계'가 특징이다. 기후적 요소를 건물 에너지로 활용한다. 사진 = 옥송이 기자 


‘감성’ 두 글자 붙이려면, 일단 불편 따위 감수해야 한다. 적어도 SNS 세계에서는 그렇다.

해시태그의 바다에서 인기순위에 오른 ‘핫플레이스’, ‘감성카페’들은 일목요연한 공통점이 있다. 특징을 나열해보자면 이렇다. 첫 번째, 허리와 엉덩이의 고통을 수반한다. 의자는 딱딱하고 테이블은 무지하게 낮다. 그래도 ‘갬성샷(감성+사진)’ 하나 건지려면 그 정도 아픔은 눈 감아 주는 것이 미덕이다. 두 번째, 인테리어가 죄다 비슷하다. 공사장 혹은 공장 콘셉트다. 허연 건물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일명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인테리어’다. 요통(腰痛)이야 일시적인 건데, 노출콘크리트는 좀 꺼림칙하다. 커피를 주문했는데 덤으로 석면을 마실 것 같아서다.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인테리어는 시멘트 덩어리나 벽돌, 배관 등 재료가 지닌 거친 질감을 그대로 살려 낡은 느낌을 자아낸다. 레트로(복고)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 이 콘셉트의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문제는 ‘미완성’을 ‘분위기’로 포장하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는 거다. 마감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건물을 감성 공간으로 둔갑시키고, 나아가 인테리어 비용 절감에 활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한 둘이 아니다.

직장인 A씨는 “공장 콘셉트 카페에 몇 번 가봤는데, 먼지인지 석면 가루인지 모를 입자들이 휘날리는 광경을 목격한 이후 절대 안 간다”며 “커피만 파는 거 아니고 빵이나 케이크 등의 음식도 팔지 않나. 비위생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손보지 않은 폐공장을 바로 카페로 차리는 식이라면 비용 절감에 탁월할 것 같다. 게다가 불편한 의자까지 두니 회전율도 높이고 일석이조”라며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개인 카페 창업자들이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인테리어다. 임대료나 권리금은 일정 부분 정해져 있지만, 건물 마감재는 하급재로 바꿀수록 비용이 절감된다.

물론 콘셉트, 중요하다. 요즘 같은 경쟁 시대에 차별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그래도 기본은 위생이다. 음식 파는 공간 아닌가. SNS 감성을 핑계로 인더스트리얼 콘셉트에 편승하기보다는 위생과 감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트렌드가 필요하다. 대체재가 될 수 있는 게 ‘친환경’이다. 기후적 요소를 건물의 에너지로 활용하는 거창한 친환경 설계가 아니더라도, 건물 안에 작은 녹지 공간을 두거나 제로웨이스트(쓰레기를 줄이는 운동)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부슬부슬 내리는 시멘트 가루 아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야 도시환경까지 생각한 공간에서 휴식하는 게 기왕이면 다홍치마다.

환경은 민감한 문제다. 날로 심해지는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서는 마스크를 장착하고, 안에서는 공기청정기를 수시로 돌려댄다. 그런데 감성을 이유로 건강은 나 몰라라 하는 건 모순이다. 소비자라면 건물 마감처리가 제대로 됐는지 혹은 친환경 공간인지 등을 확인하고, 카페 창업주라면 소비자 건강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감성이 건강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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