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현대百 ‘녹색' 바람 …“폐기물 줄이기 또는 재활용하기”

신세계百 ‘폐기물 재활용’, 현대百 ‘녹색포장’ 프로젝트 추진

옥송이 기자 2020.01.21 09:15:35

신세계백화점은 폐립스틱을 모아 크레파스로 만들고, 해당 크레파스는 서울 내 5곳의 종합복지관에 기부했다. 사진은 아동 대상으로 진행된 시코르 업사이클링 미술교실. 사진 = 신세계백화점 


쓸 때는 좋다. 립스틱은 얼굴에 생기를 주고, 아이스팩과 포장재는 상품이 파손되지 않도록 한다. 다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는 물건들이다. 문제는 사용한 이후다. 재활용하기 쉬우면 그나마 낫지만, 처치하기 곤란한 것들은 어김없이 ‘천덕꾸러기’ 폐기물이 된다. 이에 색다른 방법으로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률까지 높이는 신세계·현대백화점의 시도를 살펴봤다.

신세계백화점 “다 쓴 립스틱·커피 찌꺼기도 다시 보자”
폐립스틱은 ‘크레파스’로, 커피 찌꺼기는 ‘천연비료’로 재탄생


역할이 끝났다고 반드시 폐기 처분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른 쓰임을 강구하면 버리지 않아도 된다. 신세계백화점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폐기물을 소생시키고 있다.

먼저 립스틱 사용 범위를 입술에서 도화지로 넓혔다. 지난해 10월 말까지 이 회사 뷰티 편집숍 시코르에서 공수해온 폐립스틱을 모아 크레파스로 만든 것.

신세계는 이렇게 탄생시킨 크레파스 세트 300개를 하계·면목·유린원·정릉·동대문구 종합복지관 등 서울 내 5곳의 종합복지관에 기부했고, 아동 대상 미술 교실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동 대상으로 진행된 시코르 업사이클링 미술교실. 사진 = 신세계백화점 


커피를 내리고 남은 여타(餘唾)는 ‘천연비료’로 탈바꿈됐다. 비료의 재료는 신세계백화점 6개 점포에서 가져왔다. VIP 라운지 이용 고객에게 제공하는 커피에서 나온 찌꺼기다.

신세계는 지난 10월부터 2주마다 회수한 커피 찌꺼기를 전남 장성에 위치한 공장에서 비료로 가공했다. 30여 톤에 달하는 천연비료는 지난달 26일까지 제주도 감귤 농장, 전남 무안의 양파 농장, 경북 상주의 포도 농장 등 유기농 재배를 고집하는 지역 중소농가 5곳에 무료 제공됐다.

해당 농가에서 재배한 유기농 상품은 오는 가을부터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지역 중소농가의 수도권 판로 확대와 함께 백화점 이용 고객들의 친환경 소비문화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신세계는 커피 찌꺼기 수거 대상을 지방 점포까지 점차 늘릴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사용하고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친환경 비료로 재탄생시켰다. 사진 = 신세계백화점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신세계백화점 수도권 점포에서는 매년 커피 찌꺼기가 50톤 이상 버려진다”며 “이번 천연비료 프로젝트가 자원의 선순환은 물론 지역 중소 유기농 농가의 농작물 재배에도 도움을 주는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현대백화점, 필(必)환경 프로젝트 ‘그린 패키지’ 가동
전 계열사 “플라스틱·스티로폼 사용 제로 도전”


현대백화점그룹은 ‘포장재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상품 보존 수단으로 흔히 사용돼 온 플라스틱·스티로폼 제로가 목표다. 구체적인 감축을 위해 그룹사 차원의 필(必)환경 프로젝트 ‘그린 패키지(Green Package)’를 시작했다.

올해 출발선을 끊은 이 프로젝트는 현대백화점그룹 모든 계열사가 참여한다. 이를 통해 백화점·홈쇼핑·리바트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393톤, 스티로폼 66톤을 줄일 계획이다. 관계자는 “해당 감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1088톤을 줄이고 30년산 소나무 16만여 그루를 심는 것과 비슷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설부터 과일 선물세트에 '올 페이퍼 패키지'를 도입한다. 사진 =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은 설 선물세트의 종이 포장재 사용량을 늘린다. 특히 과일 선물세트에는 ‘올 페이퍼(All Paper) 패키지’를 도입한다. 상품이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고정틀, 충격을 줄이는 완충 패드, 완충 받침까지 모든 포장을 종이로 교체한다. 분리배출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번 설 판매되는 과일 선물세트의 30%인 1만 개부터 우선 적용하고, 오는 2021년에는 명절(설, 추석) 과일 선물세트를 전면 해당 패키지로 교체한다. 개당 111g의 플라스틱 포장이 종이로 바뀌면, 연간 7.8톤의 플라스틱 배출 감축 효과가 있다. 이 외에 정육·생선 등 냉장 선물세트 외부 포장에 사용되던 ‘스티로폼 상자(개당 500g)’도 종이로 바꿀 예정이다.
 

포장재 줄이기는 온라인에서도 계속된다. 화학 성분이 포함된 ‘아이스팩’ 대신 100% 물·종이 재질의 ‘친환경 아이스팩’으로 교체한다. 이 회사 온라인 식품 배송은 연간 20만 개의 아이스팩이 사용되는데, 친환경 소재로 바꾸면 60톤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현대홈쇼핑은 '아이스팩 재활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아이스팩을 수거하는 모습. 사진 = 현대백화점그룹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8월부터 아이스팩 무료 수거 재활용 캠페인 ‘북극곰은 아이스팩을 좋아해’를 펼치고 있다. 매달 첫째 주 월요일, 원하는 수거 날짜를 현대H몰 내 ‘북극곰 커뮤니티’ 페이지에서 신청하면 택배 업체에서 회수해가는 식이다.

수거된 아이스팩은 손상된 것을 제외하고 모두 재사용된다. 목표는 매년 100만 개의 아이스팩을 수거해 연간 300톤의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 현대홈쇼핑은 이 캠페인을 운영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일회용 포장재인 ‘비닐 완충재(에어캡)’ 절감을 위해 ‘H그린박스’를 개발했다. 알루미늄 프레임과 강화 플라스틱이 결합돼 상품 파손 방지에 탁월하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비닐 완충재(에어캡)’ 사용을 줄이고 있다. 사진은 뽁뽁이 없는 면세품을 박스에 담는 모습. 사진 =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리바트는 스티로폼 대체 완충재 ‘허니콤’을 만들었다. 100% 재생 종이를 벌집 구조로 설계해 쉽게 구겨지지 않도록 제작했다. 현재 가구 포장에 사용 중이며, 배송 후에는 수거해 재사용한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스티로폼 사용 제로화’에 도전한다. 연간 54만 개(16.2톤) 소모되는 스티로폼을 모두 허니콤으로 바꿀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그린 패키지 프로젝트’가 사회적 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길 희망한다”며 “앞으로도 고객 접점이 많은 그룹의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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